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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위험한 ‘아울렛’ 전쟁

우후죽순 포화 상태…백화점은 문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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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2호 김유림 기자⁄ 2017.04.24 10:04:57

▲오프라인 쇼핑의 전통 강자인 백화점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 = 각 기업

(CNB저널 = 김유림 기자) 경기 침체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쇼핑업계 강자인 백화점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1년 내내 세일을 진행하고 아울렛 출점에 속도를 내는 등 높았던 콧대를 낮추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통 빅3, 백화점 매출 제자리
아울렛 선점 경쟁…곳곳 혈투
백화점은 사양길…공멸 위기

국내 백화점 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정체기를 넘어 역신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며, 위기 탈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매출은 2012년 29조1000억원, 2013년 29조8000억원, 2014년 29조3000억원, 2015년 29조2000억원, 2016년 29조9000원으로 30조원 벽을 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 

이에 백화점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짝 소비가 회복되는 ‘특수효과’를 기대하고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돌입했지만, 소비자들의 꽉 닫힌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월 30일부터 4월 10일까지 롯데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 역시 1.2%가 감소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강남점 증축, 대구신세계 오픈 효과로 유일하게 매출이 11.8% 늘었지만, 이 또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앞서 백화점들은 고객들의 지갑을 열고자 세일 행사에 목을 맸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의 세일 기간은 최대 185일, 이틀에 한 번 꼴이었다. 일부 품목에 한정된 할인 프로모션 등을 더하면 사실상 일 년 내내 세일 행사를 벌인 셈이다. 

계속된 연중 세일에 고객들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으며, 세일에 내성(耐性)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소비자는 “정가를 일부러 높게 매긴 뒤 마치 크게 할인 해주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꼼수 아니냐”며 “원래 가격(세일 전 가격)이 얼마인지가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백화점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백화점 세일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연중 세일과 관련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정기 세일이 그만큼 될 수는 없다. 기획상품전과 가정의 달, 창립행사 등 각종 기획전과 행사전을 합산해서 185일이란 숫자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위)과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은 불과 6km 거리를 두고 들어서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가격할인의 결정권은 각 브랜드에게 있다”며 “정기세일 이외에 각 점포별 개점행사, 재고행사, 특가상품 등 집객을 위한 할인은 브랜드가 진행하기 때문에 백화점은 마케팅 테마를 바꿔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서 각종 할인을 진행해도, 결국 소셜커머스(위메프·쿠팡·티몬)와 온라인쇼핑몰(옥션·11번가·지마켓·롯데닷컴)보다 최대 30% 가량 비싼 점도 문제다. 백화점에서 구경, 착용만 해본 후 품번을 적어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쇼핑몰 등 이커머스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백화점 업계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측은 “오프라인 매장은 인건비,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 각종 운영비 때문에 온라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백화점보다 알뜰쇼핑의 대명사인 ‘아울렛’으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갑이 얇아진 명품족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북적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도심을 벗어나 나들이 겸 방문하는 교외형 아울렛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는 백화점 등 유통 채널들의 매출 성장이 1~2%대로 저성장 기조를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아울렛 키우다 백화점 망한다?

이에 유통업계는 아울렛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출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화점 빅3 중 선두주자는 롯데다. 현재 총 15곳의 아울렛을 운영중인 롯데는 올해 경기 용인점과 고양점, 전북 군산점을 개장하며, 2018년 이후엔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 제2점과 양주점을 선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동대문, 가산, 김포, 송도 등 총 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가칭)을 시작으로 2018년 대전, 2019년 남양주와 동탄에 프리미엄 아울렛과 시티아울렛의 문을 열 계획이다. 신세계사이먼은 지난 6일 경기 시흥에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했다. 여주, 파주, 부산에 이어 4호점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벌써부터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백화점 빅3가 운영하는 곳은 23개이며, 이 중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12개가 몰려있다 보니 벌써부터 상권이 겹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롯데 아울렛과 신세계사이먼 아울렛은 불과 6km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또 시흥 신세계 아울렛에서 8.5km 떨어진 곳에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이 있으며, 내년에는 인근 지역인 의왕에 롯데가 아울렛을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메이시스백화점 점포 폐점 계획 발표, 일본 미쓰코시 일부 지역 철수 결정 등 주요 선진국의 백화점들은 아울렛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분류된 지 오래됐다”며 “국내 백화점 업계는 위기 돌파를 위해 아울렛을 잇따라 열고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백화점행 고객들을 분산시켜 공멸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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