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미세먼지 불안마케팅 ‘기업 웃고 소비자 울고’
▲4월 9일 경기도·강원 영서·충청권 등 지역에 미세먼지 ‘나쁨’(일평균 81~150㎍/㎥) 수준의 농도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꽃은 피었는데 꽃구경을 갈 수 있을까’, ‘학교는 가야 하는데 애는 밖에 내보내도 될까’,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놓았는데 환기를 시켜도 될까’ 국민들이 미세먼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숨 쉬는 것부터 씻고, 입고, 먹고, 자는 데까지 온통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공해 대책)이 화제다. 볼 수도, 만질 수도, 냄새를 확인할 수도 없으니 불안감은 더 크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친다는 뉴스는 공포마저 갖게 한다. 정부 대책이 제시됐으나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다. 결국 각자도생이 유일한 해결책이 되고 있다. 불안 마케팅도 한몫을 하는 분위기다. 안티폴루션 제품의 인기는 미세먼지 불안의 정도를 가늠하게 한다. 어떤 제품들이 팔리고 있을까.
계절 불문 미세먼지, 가습장치 특허출원을 촉발
공기정화 기능이 강화된 에어워셔, 살균·세척 기능이 강화된 초음파 가습기. 모두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가습 장치 관련 출원은 2013년 101건, 2014년 134건, 2015년 146건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정도 증가했다. 특히 에어워셔 방식 가습 장치는 전체 출원 중 52%(199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허청은 최근 미세먼지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면서 가습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 질에 대해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초미세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 생산라인. 사진 = 삼성전자
출원 주체별로 살펴보면 에어워셔 방식은 중견기업과 대기업 출원이 78% 이상을 차지했다. 대유위니아가 64건(32%)으로 가장 많이 출원했고, 코웨이 47건(24%), 위닉스 9건(5%) 순이었다. 대기업은 엘지전자 22건(11%), 삼성전자 9건(5%) 등이었다.
특허청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실내공기 질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도 안전한 가습뿐만 아니라 실내공기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복합 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개발 및 특허출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들갑 떨지 마시라?…환경부 “장기적으로 나아질 것”
미세먼지 불안과 관련, 국민과 정부 간 온도차는 극명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눈이 따가움을 경험했거나 두통 등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범부처 미세먼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가 더 악화되면서 불안을 넘어 공포 수준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코웨이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 IoCare. 사진 = 코웨이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내 배출량은 저감했지만 불리한 기상 여건과 국외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6월 미세먼지 특별대책이 실시된 이후 올해 1~3월 280톤의 미세먼지가 줄었고, 올해 말까지 5305톤을 줄일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1~3월 서울권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34㎍/㎥로, 이는 지난 2년간 28㎍/㎥보다 높아졌다. 환경부 발표 결과를 체감할 수 없는 시민들은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것을 위험한 행동으로 인식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는 미세먼지 대비 ‘필수템’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기승전(起承轉)-미세먼지’ 대비 안티폴루션으로 공기산업이 성장기에 돌입한 것이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고 2.5㎛보다 큰 입자를 말한다. 매우 작은 크기인 탓에 기관지를 거쳐 바로 폐까지 도달하게 된다. 피부의 뾰루지나 건조증은 물론 폐렴 등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대비 필수템으로 ‘바르거나 씻어내거나 마시거나’ 등 가능한 거의 모든 수단이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도 커가는 분위기다. 마스크, 공기청정기는 기본이고 의류와 선크림, 음료, 세탁건조기, 안구건조증 관련 상품 등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갈수록 제품군은 증가하고 있다. 어떤 제품들이 필요한지 궁금한 소비자들을 위해 쿠팡 등은 미세먼지 관련 상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기도 했다.
미세먼지, 잘 들러붙지 않거나 툭툭 털어낼 수 있거나
안티폴루션 기능의 첨단은 공기청정기가 자리잡았다. 삼성전자 블루스카이 시리즈는 34㎡(약 10.3평)형 블루스카이 3000부터 151㎡(45.7평) 면적까지 커버하는 블루스카이 7000 등 면적에 맞춰 판매된다.
▲LG전자가 출시한 색을 입은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사진 = LG전자
LG전자도 대용량, 고성능 프리미엄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원기둥 형태로, 위쪽과 가운데에 360도 구조로 설계한 흡입구와 토출구를 각각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는 데 주력했다.
청호나이스는 ‘먼지의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해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인 울파(ULPA) 필터를 채용했다. 울파 필터는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인체에 깊숙이 침투하는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준다. 휘파람 숨소리 공기청정기에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사용돼 온 울파(ULPA) 필터를 장착한 것이다.
대유위니아는 실내 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위니아 공기청정기’를 출시했고, SK매직은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내 공기를 측정하고 자동으로 공기를 정화하는 슈퍼 L, I, H 청정기 3종을 출시했다.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철인 까닭에 미세먼지에 대비할 수 있는 의류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성에프아이의 스포츠캐주얼브랜드 올포유는 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이 잘 달라붙지 않고 묻었을 경우 툭툭 털어내거나 물티슈 등으로 닦아낼 수 있는 소재로 황사 브레이커를 출시했다.
노스페이스는 정전기를 최소화한 도전사 원단을 사용해 미세먼지나 황사 등 흡착방지에 효과적인 노스페이스 프로텍션 재킷을 내놓았다.
의류 건조기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료를 줄이고, 모터 동작 세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을 제품 특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짝 마른빨래를 선호하는 한국 특성에 맞춰 수분건조 비율 기능을 강화하고 침구류 빨래가 잦다는 점을 고려해 에어워시 기능을 더했다.
▲LG전자 전기식 의류건조기. 사진 = LG전자
공기정화식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주거공간 또는 생활공간의 혼탁한 공기를 제거하기 위한 꼼꼼한 실천인 셈이다. 공기정화식물로는 꽃베고니아, 거베라, 게발선인장, 관음죽, 대나무야자, 맥문동, 알로에 베라 등이 꼽힌다.
환경관련 시민단체나 환경정책관련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친기업 성향인 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기업들에 대한 규제보다는 국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업무를 포함해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 등 에너지 관리를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세먼지, 넌 누구냐!…발암물질 가득한 산업물질
미세먼지는 머리카락보다 최대 30분의 1 크기인 먼지다. 사막이나 황토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사와 달리 산업의 유산물이다. 우리나라 화력발전소, 디젤자동차, 공장이나 중국의 산업단지 등에서 주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먼지 입자 안에 탄소, 유기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등 발암물질 등이 들어있다. 문제는 신체 모든 여과 장치 사이를 뚫고 기관지, 폐에 달라붙어 녹지 않고 쌓인다는 점이다. 호흡할 때 코털이나 입안의 점액질, 기도 등에서 걸러지는 일반 먼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그 결과 혈관으로 들어가 피를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게 되고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봄과 여름에 특히 위험하다. 따뜻한 지상의 공기와, 편서풍이 실어온 따뜻한 공기가 섞이는 데다 상공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류 고도가 높은 가을, 겨울철의 경우 지상에서 혼합고도가 높고 상공에 머무는 시간도 짧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순수 국내 요인은 20%~53%이고 중국, 몽골, 북한, 일본 등에서 시작된 외부 요인은 47%에서 최대 80%까지다. 이런 결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려 국제적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발생 영향부터 차단하는 게 순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