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강점에 강점을 더한 기업간 콜라보 행렬
“브랜드 간 수준 차이에 주의 필요”
▲오리온이 삼성물산과 손잡고 초코파이 티셔츠 등을 선보였다. 사진 = 오리온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서로 다른 업종 간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독자적인 신제품 출시보다 기업 간 강점을 살린 공동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안이다. 경기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업종은 물론 이(異)업종 간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한 점은 주목된다. 다만 브랜드 간 수준차이가 클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예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자칫 경쟁사의 프로모션을 도와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을 넘어서기 위한 이(異)업종 콜라보레이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문화와 예술 기반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 척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프리미엄 소비재 수출 도약을 위한 아트콜라보 공모전을 개최한다. 4월 21일까지 ‘아트콜라보가 바꾸는 세상’을 주제로 아트콜라보 우수 사례 발굴 및 국민 참여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산업통상자원부·KOTRA·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5년부터 소비재 수출 유망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소비재 제품에 예술을 접목한 아트콜라보레이션(Art Collaboration, 아트콜라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이 제과업계 처음으로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진 = 오리온
아트콜라보는 기업과 예술인이 예술 이미지를 활용해 제품 개발, 생산, 나아가 포장과 유통, 홍보마케팅, 판매 등 모든 영업 활동 전반에 협력하는 활동을 말한다. 현재 아트콜라보는 패션, 뷰티, 제약, IT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제품의 차별화, 고급화, 명품화, 스토리텔링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서로 다른 이미지가 융합해 새로운 이미지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과, 아직 이미지 구축이 안 된 제품을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와 매칭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1세기는 문화와 예술 기반의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의 척도”라며 “아트콜라보는 기업과 예술의 상생관계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차별화된 콜라보 제품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콜라보레이션은 생활소비재에서 가장 활발하다. 가방이나 문구, 소형가전, 의류,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인 까닭에 각각의 기업이 가진 아이덴티티의 강점을 살려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소비 생활소비재에서 콜라보레이션 활발
오리온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샵 비이커와 손잡고 초코파이 情 한정판 컬렉션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초코파이를 젊은 고객층에게 알리기 위해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이미지’의 비이커와 협업을 실행한 것이다. 초코파이 이미지를 활용한 커플티셔츠 2종과 휴대폰 케이스, 캔버스백 2종, 초코파이 스페셜팩 등으로 구성, 출시 당일 비이커 온라인몰에서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성과를 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과자 제조업체 크라운제과, 원두커피 제조업체 쟈뎅과 함께 출시한 죠리퐁라떼. 사진 = 세븐일레븐
또 크라운제과는 커피 전문기업 쟈뎅과 협업으로 온라인상 꿀조합으로 인기가 높은 ‘죠리퐁 카페라떼’를 출시했다. 크라운제과의 대표 장수제품인 죠리퐁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선호하는 제품이다.
올리브영은 빙그레와 함께 바나나맛우유를 그대로 재현한 패키지 디자인에 바나나맛우유가 연상되는 향까지 담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올리브영은 자체브랜드(PB)인 ‘라운드어라운드’가 출시한 보디케어라인으로 보디워시, 보디로션 등 11종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가 편의점 GS25에서 판매 중이다. LG생활건강과 GS리테일은 소용량 제품으로 별도 개발한 비욘드 차별화 상품을 출시했다. 여성 소비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기존에 판매하는 화장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차별화 전략이다. 비욘드 역시 편의점을 새로운 판매망으로 확보하게 돼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GS25와 동서식품이 협업해 내놓은 프리미엄 원두커피 맥심 NO.25. 사진 = GS25
편의점 GS25와 동서식품이 협업해 내놓은 프리미엄 원두커피 맥심 NO.25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첫 출시된 후 현재까지 3000만 잔 이상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다. 맥심 NO.25는 동서식품의 기술이 집적된 높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와 편의점 GS25를 통한 판매라는 강점이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생활서비스 거점 된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의 콜라보
편의점 콜라보레이션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혼술·혼밥족이 늘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한 니치 마켓으로 콜라보레이션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편의점은 기존 먹거리와 담배 판매 중심에서 생활서비스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무인 택배 수령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G마켓이나 옥션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배송지를 스마일박스가 설치된 GS25로 지정해 수령하는 방식이다. GS25 서귀대포점은 전기차 충전 설비를 구축했고, 파르나스타워점은 의류를 살균·건조시킬 수 있는 스타일러스를 설치했다.
편의점 CU는 평창 휘닉스파크에 활어가 담긴 수족관을 마련하고 오징어, 광어 등 회를 떠서 판매 중이다. 또 홍대 젊음의 거리에 노래방 편의점을 오픈해 화제가 됐다.
세븐일레븐은 도시락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데 착안해 도시락카페점 KT강남점과 중국대사관점을 개점한 데 이어 세븐카페를 테마로 한 세븐카페점 남대문카페점을 운영 중이다. 또 세탁서비스를 도입한 세탁 편의점을 시범 운영 중이다.
편의점 못지않게 커피전문점도 협업을 통한 변신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다양한 공간 구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전국 260여개 매장에 스터디 모임이나 회의를 가질 수 있는 비즈니스룸을 선보였다. 대학가나 회사의 밀집 지구에 주로 위치하는 커피숍의 특징에 착안,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을 조성했다. 또 일부 매장에 한해 매장의 인테리어를 갤러리형으로 리뉴얼해 신진작가들의 전시공간도 제공하는 문화예술후원프로젝트 ‘갤러리탐(Gallery耽)’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할리스커피 강남점 내부 이미지 사진 = 할리스커피 제공
할리스커피는 고객들에게 도심 속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의 인테리어 컨셉을 ‘Urban Comfortable’로 설정하는 한편 스터디룸(Study Room), 엔조이룸(Enjoy Room) 등 층별 다양한 공간을 구현했다.
또 1인 고객을 위해서 1인 분리형 좌석으로 독립적인 편안함을 제공하는 한편 지인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원테이블 및 거실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친숙한 캐릭터 활용 콜라보레이션으로 선택 유도
콜라보레이션에서 캐릭터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변신합체로봇 애니메이션 다이노코어 테마 열차가 지하철 신분당선을 달린다. 신분당선 운영사인 네오트랜스는 라바 등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기업 투바앤과 함께 캐릭터 다이노코어 래핑 열차 운행에 들어갔다.
▲애니메이션 전문기업 투바앤과 함께 캐릭터 다이노코어 래핑 열차. 사진 = 네오트랜스
네오트랜스와 투바앤은 열차 내 문화공간 및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투바앤의 공룡 로봇 캐릭터인 다이노코어를 신분당선 열차 내부에 래핑했다. 네오트랜스는 다이노코어 래핑열차에 이어 라바와 윙클베어가 함께 래핑된 열차도 운행할 예정이다. 다이노코어는 아이들의 관심사인 공룡, 자동차, 변신 로보트 등이 지구 정의를 위해 싸우는 코미디 액션 장르의 3D 애니메이션이다.
복사용지와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에 친근함을 느끼고, 실제 구매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도티와 잠뜰을 제품 포장에 활용, 10대 학생층 공략에 나섰다. 도티와 잠뜰은 유튜브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캐릭터로, 일일 평균 10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10대들 사이에서 ‘초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1월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손잡고 한솔 카피 프리미엄을 출시, 복사용지시장에서 캐릭터 마케팅의 서막을 올렸다.
▲에버랜드에 조성된 헬로 터닝 어드벤처. 사진 = 에버랜드
터닝메카드를 유통하는 손오공은 에버랜드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터닝메카드를 주제로 한 테마존을 개설했다. 테마존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체험해 보는 ‘프리뷰존’과 스페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영상관’ 으로 구성됐다. 헬로 터닝 어드벤처는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소피루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꾸며졌다. 터닝메카드란 자동차(터닝카)가 카드(메카드)를 만나면 변신하는 로봇(메카니멀)을 일컫는다.
애니메이션 전문기업 투바앤은 오는 9월경 제주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내에 57만㎡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라바’는 투바앤의 대표 캐릭터로, 빨간색과 노란색 애벌레다. 투바앤 테마파크는 세계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7개 테마존으로 구성된다.
▲더페이스샵이 캐릭터 쿵푸팬더를 접목해 출시한 쿵푸팬더 딤섬세트. 사진 = 더페이스샵
더페이스샵은 쿠션, 아이라이너에 드림웍스 인기 캐릭터 쿵푸팬더가 들어간 쿵푸팬더 딤섬세트를 출시했다. 주인공인 포 얼굴이 그려진 피지잡는 수분 쿠션을 비롯해 포의 사부인 시푸가 그려진 CC 울트라 모이스트 쿠션, 포의 친구 타이그리스 얼굴이 담긴 CC 인텐스 쿠션 3종으로 구성됐다. 또 아이라이너는 젓가락처럼 디자인된 케이스에 담겨 눈길을 끈다.
이(異)업종 간 콜라보레이션은 각각의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와 수준이 맞는 브랜드인지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기업 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이 비슷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숭실대 안승호 경영학과 교수는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이 비슷한 경우 시너지가 크다”며 “각각의 회사가 강점을 살려서 제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복잡하면 오히려 마케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만큼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브랜드 수준을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