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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정의 요즘 미술 읽기 - 신인 미술가] 넓어진 등용문과 “작가 되려면 미대 나와야 하나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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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5호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2017.05.15 09:46:36

(CNB저널 = 이문정(미술평론가,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미술가(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누군가 당신에게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답변을 해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가가 되려면 미술대학에 입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졸업을 하고, 전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가장 기본이라 생각되는 과정이다. 미술대학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작가 혹은 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미술계에서 전문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장래 희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어떻게 작가로서 활동을 지속하고 성장해나갈까?   

가장 일반적인 경우부터 이야기해보겠다.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 레지던시(residency: 입주 작가 프로그램) 공모에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명성을 얻은 유명한 작가의 경우에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관계자가 먼저 전시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인 작가들의 경우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작가가 직접 자신을 알릴 필요가 있다. 미술 정보를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들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공모전의 소식을 알 수 있는데, 젊은 미술가를 발굴하기 위한 기획전이나 프로그램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 

때로는 작가가 기관이나 큐레이터에게 자신을 직접 홍보하기도 한다. 메일로 포트폴리오나 전시 소식을 전하거나, 카탈로그를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장담컨대 이 경우 큐레이터들은 매우 꼼꼼히 작가의 작품, 작가에 대한 정보를 살펴본다. 

그렇다면 ‘젊은 미술가’는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사실 ‘젊은’의 범위는 꽤 넓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20대 후반이 될 수도 있고, 전시를 여러 차례 진행한 30대 중반의 작가일 수도 있다. 때로는 40대 초반의 작가가 포함되기도 한다. 신인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단순히 어리기 때문은 아니기에 나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젊은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작가들이 함께 한다. 따라서 공모전을 기획하는 기관의 성격과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CNB 커버작가 공모전’ 출신 작가들의 활약상 

전시 공모는 아니지만 ‘요즘 미술’ 칼럼이 실리는 CNB저널에서는 젊은 미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CNB저널 커버 아티스트 공모’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정 작가는 잡지의 표지에 작품이 소개되며 미술 전문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 작품 소개 기사가 실린다. 꾸준히 지속되진 않았지만 미술가를 발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 코리아(2014)’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다양한 공모에 참여, 선정되는 작가들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전시와 프로젝트로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김원진, 개인전 ‘지층적 풍경’(2017) 전경, 신한갤러리. 사진제공 = 김원진 작가

물론 큐레이터(전시 기획자)에 의해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큐레이터들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대학의 졸업전을 포함해서- 많은 전시를 보러 다닌다. 수시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전시 소식과 미술 관련 기사를 검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레지던시에는 어떤 작가들이 입주했는지 확인한다. 때로는 큐레이터, 평론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추천을 받기도 한다. 작가에게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다. 큐레이터들에게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하여 작가의 진가를 널리 알리게 되는 것은 기쁘고 보람된 일이다.    

최근 들어 작가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 유명한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작가들도 전시를 기획했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골드스미스 대학(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재학 시절 yBa의 시작이 된 역사적 전시인 ‘프리즈(Freeze)’(1988)를 기획했다. 작가가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관객을 찾아 나서는 시도는 당시에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허스트는 미술관의 주요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고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미술계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앤서니 도페이(Anthony d’Offay) 갤러리에서 근무하고 전시 기획과 관련된 실무를 경험했다고 하니 허스트의 철저함과 노력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프리즈’를 통해 젊은 작가들은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를 만나게 되었고, 이는 역사적 전시인 <센세이션: 사치 컬렉션에서 온 젊은 영국 작가 / 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1997)으로 이어졌다. 

▲전주연, ‘Anabasis–On The Text’, 종이, 플라스티신, 흑연, 가변설치, 2017. 개인전 ‘TEXTured’(2017) 설치 장면, 성북예술창작터. 사진제공 = 전주연 작가

그렇다면 ‘CNB저널 커버 아티스트 공모’에 선정되었던 작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부분의 작가들이 전시와 프로젝트로 바삐 지내고 있었다. 일례로 김원진은 다수의 전시 공모에 선정되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신한 영아티스트 페스타(신한 갤러리)’, ‘부평 영 아티스트 2기 작가(부평구문화재단)’, ‘뉴드로잉 프로젝트(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K에서 열렸던 전시 ‘시간의 측량’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주연 역시 올해 초 개인전 ‘TEXTured(성북예술창작센터)’를 열었고 10월에는 비영리 공간인 스페이스 선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대 나오든 안 나오든, 조급해 하지 말자

이즈음에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미술가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술 대학을 나와야 할까? 사실 모든 영역이 그렇듯 작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다. 미술 대학에 입학하면 작업을 발전시키는 모든 과정과 전시 기획 등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활동하는 미술가들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들도 많으며, 본인의 전공과는 다른 장르의 작업을 보여주는 작가들도 많다. 일반적이지 않은 경험들이 남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개인차도 크다. 

많은 작가들이 미술계에 첫 발을 딛을 때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그들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좋은 작업이라면, 진실된 작업이라면 곧 사람들이 알아봐줄 것이다. 과거에 비해 소통의 창구가 매우 많아지고 다양해진 요즘이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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