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재개한 건설사들…대세상승·가계부채 ‘두 얼굴’
부동산 시장 이상 징후…새정부 정책 영향은?
▲세종시가 사실상의 행정수도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행정수도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5월 16일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모델하우스에서 당첨자들이 계약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우리경제 곳곳에서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 규제 완화 움직임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기업들의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로 인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에 CNB가 유통, 금융, 건설 등 분야별로 시장을 점검한다. 첫 번째는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띄면서 건설사들이 미소 짓고 있다. 작년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얼어붙었던 시장이 대통령 선거 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면서 신규 분양을 줄이는 등 몸집을 웅크렸던 상황과 대비된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제정책’ 등 악재도 변함이 없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5월 둘째주(8~14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06% 올랐다. 5월 셋째주(15~21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부동산 114사 집계)은 0.24%로 오름폭이 더 컸다. 게다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119건으로 하루 평균 309건에 달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 260.9건보다 40건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봄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새로 출범하며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파트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 공약에 ‘보유세 인상’ 등 주택 구매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빠져있고, 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경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5월 19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GS건설의 ‘한강메트로자이’와 SK건설의 ‘보라매 SK뷰’는 3일동안 각각 6만5000명, 4만7000명의 사람들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렇듯 부동산이 살아나자, 건설사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5월 3만1050건, 6월 7만3262건의 신규 물량 공급을 예고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현재 국내 분양 시장의 상황이 괜찮을 때, 집중적으로 물량을 내놓아 최대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악재도 여전, 언제까지 웃을까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신중론도 존재한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새 정부가 주택구매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출금리’에 손을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135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말 1342조5000억원보다 1.3%(17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및 경기회복에 부정적이다. 빚에 대한 부담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청약규제를 골자로 한 11.3 부동산 대책 등을 해결방안으로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반대로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도입할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실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계부채가 발목을 계속 잡을 경우, 부작용을 감수하고 기준금리에 손을 대 대출이자를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주택 구매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볼 때, 구매욕구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탈석탄발전 공약도 건설사 수익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제목의 에너지 정책을 통해 원전, 화력발전소를 장기적으로 폐지할 것을 밝혔다. 이는 건설사들의 원전·석탄 발전소 건설 수주라는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새 정부 출범 후 한국수자력원자력이 신고리원전 건설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계약을 맺은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은 곤란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비정규직→정규직 전환’도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많이 하는 건설사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가 1만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동참의사를 드러냈다. 유통, 금융권 등도 정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이와 관련, 업종의 특성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3~4년 공사가 진행되는 프로젝트 사업이 많기 때문에 비정규직 채용이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비정규직 비중은 51.9%였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약 25%정도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타나났다. 정규직 전환 시 지출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현재 분양이 잘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 정부의 (건설과 관련된) 명확한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