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종합상조 결합상품 홍보물. 사진 = 금강종합상조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상조업체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부터 모든 상조업체의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되면서 소규모 업체의 폐업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상조업체 197개 중 상위 21개 사가 전체 가입자 수의 80% 가까이를 확보하고 있으며, 나머지 상조업체들의 시장 퇴출이 예상된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상조업체들은 결합상품 판매에 매진하고 있다. 장례 상품은 불안정한 데 비해 결합상품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합상품은 결코 덤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결합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상조업체의 속내를 살펴본다.
선수금 꺼내 쓰고 여직원 추행하고…불신 여전한 상조업체
상조업체에 대한 불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불신은 약속한 상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조회사 자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나기천 국민상조 대표는 지난해 8월 국민상조 본사 옥상에서 목을 매 숨졌다. 국민상조는 한국상조공제조합에 내야 할 예치금을 납입하지 못해 공제계약이 중지됐고, 곧바로 폐업했다. 당시 국민상조의 총 선수금 규모는 945억 원으로 전체 214개사 가운데 14위였다. 폐업 후 8만 명이 넘는 회원들 중 전·현직 경찰관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회사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진옥 전 AS상조 대표는 지난해 5월 징역 3년에 처해졌다. 박진옥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를 대표이사로 하는 상조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한국상조공제조합 예치금 23억 원 중 17억 원만 예치했다. 또 회사법인 카드로 2600만 원 상당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총 3억 1000만 원 상당을 횡령했다.
동아상조 전상수 대표는 고객에게 내줘야 할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자산을 아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에 증여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기소됐다.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동아상조 가입자 1만 2134명에게 해약환급금 47억 원 가량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재향군인회상조회의 경우 매관매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는 조남풍 전 향군회장의 실형이 확정되고, 조 전 회장의 비리에 상조회 전 대표까지 연루돼 감사를 받아 불신을 키웠다.
강간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던 M상조 회장 A씨가 지난해 8월 구속됐다. A회장은 자사 콜센터 직원 B와 식사를 하던 중 회사에서 새로운 숙소를 알아봐준다며 전주시 소재 오피스텔로 데려가 강간했다.
대한상조개발과 예사랑라이프는 지난해 12월 할부거래법 위반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됐다. 대한상조개발과 예사랑라이프는 회원들이 최초 1회부터 5회 이내 정도만 월부금을 납부하고는 장기간 납부하지 않은 건들에 대해 실효된 것으로 판단해 이와 관련한 선수금을 예치하지 않았다. 이는 할부거래법 상 예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줄줄이 폐업하며 수도권 집중…가입자 수·선수금 상위업체에 몰리며 양극화
2017년도 1분기 중 상조업체 9개 회사가 폐업했다. 앞서 2016년 4분기 3개 업체가 폐업했다. 2012년 이후 상조업체는 꾸준히 줄고 있다. 신규 등록한 업체는 2015년 7월 이후부터 2016년 9월 말까지 없었다. 현재 상조 업체는 197개로, 가입자 수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가입자 수 5만 명 이상인 업체 수는 21개로 업체 숫자로는 11.3%이지만 전체 가입자 438만 3000명 중 340만 명(77.6%)을 차지한다. 반면 가입자 수 1000명 미만인 소규모 업체는 86개(46.2%)나 되지만 가입자 기준으로는 0.5%(2만 3000명)에 불과하다. 등록 취소나 자진 폐업한 17개 업체 중 10개 업체(58.8%)가 가입자 수 1000명 미만인 소규모 업체로,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
2016년 9월말 기준 시·도에 등록한 상조 업체는 197개다. 이는 2016년 3월 말 기준 214개보다 17곳이 줄어든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197개 사 중 연락두절 등 11개를 제외한 186개 사를 관리하고 있다.
분석 대상 186개 상조업체의 총 가입자 수는 438만 3000명, 총 선수금 규모는 4조 794억 원에 이른다.
상조업체 수와 가입자 수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 인천, 경기의 수도권 상조업체 수는 103개(55.4%)이고, 대구, 부산, 울산, 경남, 경북 영남권에는 45개(24.2%) 업체가 영업 중이다.
가입자 수는 2016년 3월 말 419만 명에서 9월 말 438만 명으로 19만여 명이 증가했다. 수도권 상조업체의 가입자 수는 354만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80.9%를 차지한다. 선수금은 이 기간 3조 9290억 원에서 4조 794억 원으로 1504억 원이 늘었다.
가입자로부터 납입 받은 선수금도 대규모 상위 업체에 집중돼 있다. 가입자 수가 5만 명 이상인 업체 21곳의 선수금은 3조 258억 원으로 전체 선수금의 74.2%에 달한다.
반면 가입자 수 1000명 미만인 86개 사의 선수금은 303억 원으로 전체 선수금의 약 0.8%에 불과하다.
선수금이 대형 업체에 집중되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선수금이 100억 원 이상인 55개 업체의 총 선수금 3조 8830억 원은 전체 선수금의 95.2%에 달한다.
반면 선수금 10억 원 미만인 92개 사의 총 선수금은 307억 원으로, 1개 업체당 3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선수금 100억 원 이상 대형 업체 평균 선수금 706억 원의 0.4%에 불과하다.
총 가입자 수와 선수금이 일부 대형업체 위주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대형업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상품 판매를 강화하면서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상조업체 중 선수금 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업체는 모두 48곳으로, 이들 업체의 2016년말 기준 총 선수금 규모는 3조 906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 기준 197개 상조업체의 총 선수금 규모인 4조 794억 원의 95.8%를 차지하는 것으로, 상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명스테이션 결합상품 판매 이후 상조업체들 끼워팔기 경쟁
상조상품 가입자에게 가전제품 등을 특별한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일명 끼워팔기로 불리는 상조업계 결합상품은 지난 2013년 말 대명스테이션이 업계 최초로 가전제품 결합상품을 내놓은 이후 많은 업체들이 결합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그간 장례 상품 판매로 매출을 올리던 방식에서 최근 일반 재화나 다른 문화 상품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강종합상조는 최근 새로운 결합상품인 더피플529를 론칭했다. LG-삼성의 TV, 스타일러, 냉장고, 노트북 등 인기 가전제품과 더불어 안마의자, 침대세트, 골프세트 등 총 30가지의 각종 생활용품 및 가전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총 160회 불입하는 상품으로, 1회 납입금이 2만 원 대다.
프리드라이프 관계회사인 하이프리드는 상조상품 가입 시 냉장고 가격을 최대 100만 원 할인해준다. 상조 상품과 가전제품을 결합한 형태다. 제휴카드를 발급 받은 후 상조상품에 가입하고, 최소 6년 이상 월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상조상품 가입 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구조는 신용카드 선 포인트 할인과 비슷한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중간에 해약하면 원금 손실은 물론 할인 받은 금액마저 물어내야 한다.
더리본은 더파티 뷔페 사업의 성공으로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한편 장례·웨딩 상품 외에도 크루즈 여행 상품, 줄기세포 보관 상품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론칭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시 보람상조연수원에서 열린 보람그룹과 이탈리아 캔디그룹 간 판매제휴 조인식에서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왼쪽)과 마시모 포마 캔디그룹 아시아총괄회장이 제품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람상조 역시 기존 장례 관련 매출과 별도로 최근 직영 장례식장을 확대하는 등 임대 및 호텔 사업 등을 통한 매출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교원라이프는 가전제품 결합상품을, 용인공원라이프는 멤버십, 홍삼 상품 등을, 에이플러스라이프는 줄기세포 보관 상품인 셀 뱅킹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상조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영업이익률은 22.4%에 달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평균영업이익률(3.6%)의 6.2배에 달한다. 장례 상품 이외 결합상품 등 상품 다양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소비자 주의가 더 필요한 끼워팔기…불신 만연에 신뢰 확보 우선돼야
하지만 상조업체의 결합상품은 기만적 광고를 이유로 잇달아 제재를 받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기만적인 표시-광고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 방법으로 표시·광고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당 박선숙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프리드라이프는 상조 상품을 판매하면서 안마의자 결합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안마의자가 아닌 자사가 개발한 안마의자와 상조상품을 결합해 판매한 것이다.
특히 안마의자 결합상품으로 상조 상품을 가입할 경우 가입 후 39개월간 월납입금 대부분이 안마의자의 할부금으로 납입하는 상황으로, 9만원 대 월납입금 중 상조 금액은 3000원 밖에 되지 않았다.
또 39개월 이내에 중도 계약해지하더라도 사은품의 할부금은 계속 갚아야 하는 조건이었다. 만일 39개월 동안 금액을 납부한 뒤 해지할 경우 해지 환급금은 최대 10만 8000원(3000원 x 39회차)에 달한다.
(주)대명라이프웨이는 상조 상품을 광고하면서 월 납입 금액에 TV 또는 김치냉장고의 할부구매 금액이 포함된 결합상품임에도 상조 상품 가입자에게 TV 또는 김치냉장고가 증정되는 것처럼 오인할 여지가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
▲용인공원라이프 홍보물. 사진 = 용인공원라이프
또 TV 또는 김치냉장고의 할부구매 금액이 포함된 결합상품임을 고지하고는 있으나 시청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렵게 고지해 중요한 광고 표시사항 고시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대한민국공무원의전㈜도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로 경고를 받았다.
이런 사례들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돼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박선숙 의원의 주장이다.
상조업계 70%, 완전자본잠식 상태…290여만 명 선수금 잃을 위험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즉 상조업체들이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상조 상품)에 전자 제품 또는 안마 의자를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불만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A씨는 2016년 7월 25일 B 상조업체의 전화를 받고 상조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상품 금액은 567만 원이고 안마 의자는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후 B업체 직원이 직접 방문해 스마트폰에 사인을 받아갔는데, 이후 B 업체가 보내온 계약서 내용을 보니 상조 상품 금액은 369만 원이고 안마 의자 할부금이 3년간 198만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가입 당시 안마 의자는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했고, 방문한 B 업체 직원은 무조건 사인만 하면 된다고 해 A 씨는 글자도 잘 안보이고 설명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사인을 한 것이다. 당시 안마 의자 값을 할부로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어도 A씨는 상품 가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이보다 더 우려되는 상황은 상조 업체의 도산·폐업이다. 상조업계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마저 악화되는 상황에서 폐업이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상조회사 재무 건전성 현황에 따르면 190개 상조업체 중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곳이 111개나 됐다. 회원이 납부한 선수금은 2조 7425억 원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통상 선수금과 회원 수가 비례하는 것을 감안하면, 419만 회원 중 290여 만 명이 선수금을 잃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또한 상위 10개 중 8개 대형 상조업체가 완전자본잠식 됐고, 공제조합에 가입한 67개 업체 중 59개 업체가 자본금을 다 까먹어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조업체는 31개로 전체 등록 업체(214개)의 14.5%에 불과했다. 특히 국민에게 익숙한 ‘ㅂ’상조 계열 9개 업체 모두가 자본금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여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재정 건전성 규제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상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업체들이 영업 부진을 이유로 자진 폐업을 하면서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상조업체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금 누락 신고 및 선수금 보전 등과 관련된 감시를 강화해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시정조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선숙 국회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서 작성 시 별도의 사은품 계약서를 따로 제시, 작성하고 있어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업체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실제로 계약 시 별도의 사은품 계약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또한 가입자가 39개월간 거의 사은품 할부금만 내고 있어 사실상 사은품을 구매하는 것을 인지하고 계약서에 서명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이는 불완전판매와 불공정 거래를 묵인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은 “상조회사 부실이 누적돼 향후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무건전성 감독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정위 할부거래과에는 200개가 넘는 상조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직원이 5명 있는데, 이들 중 회계를 아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제윤경 의원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상조회사의 거래 행태 규제는 공정위 소관에 두더라도 건전성 감독은 금융감독원에 위탁해 재무건전성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