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6월 5일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여러 가지를 발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하나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증강현실은 가상의 3차원 사물을 디지털 기기 화면에 구현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시장은 8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800억 달러는 우리 돈 90조4천억 원 수준으로, 2만 원짜리 치킨을 하루에 한 개씩 먹는다면 1238만 년이 걸리는 액수다.
애플이 에이알킷(ARKit)이라 명명한 프로그램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지금까지 증강현실을 이용하려면 완성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애플의 에이알킷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이용자라면 누구나 증강현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직접 에이알킷을 사용해 증강현실을 선보였는데, 놀라운 볼거리였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아이폰을 들고 나왔고 에이알킷을 작동시킨 카메라를 탁자에 비추니 아이폰이 탁자 지면을 인식했다. 그리고는 버튼을 눌러 스마트폰 화면에 커피를 띄웠고 그 옆에는 램프등을 만들었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기존의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기능이었다.
이어 애플은 좀 더 역동적인 증강현실을 선보였다.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이 세운 회사 윙넛 AR(Wingnut A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등장했다. 에이알킷을 켜고 아이패드 카메라를 평평한 책상에 비추자 아이패드 화면에 막사와 병영이 지어지는 모습이 등장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이었다. 발표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 속에 전투기가 등장하며 막사를 침략하자 화면 속의 사람들도 전투기를 타고 방어 공격에 나선다. 가상의 화면 뒤로는 발표회장에 온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에이알킷의 놀라운 성능에 열광하며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에이알킷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도 직접 위와 같은 증강현실을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최신 운영체제(OS)가 나오는 가을쯤이면 일반인도 이 같은 증강현실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을 예정이다.
반면 경쟁사인 구글의 안드로이드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소수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만 증강현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강현실 개발에는 구글이 먼저 뛰어들었지만 애플이 증강현실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쿡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증강현실은 굉장한 것이다. 난 너무나 신나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다”고 말했다. 최신 운영체제 iOS 11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에이알킷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애플 기반의 증강현실 기술은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