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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통신 기본료 폐지’ 없던 일로…민영화의 역습에 당했나

“KT 再공기업화 시켜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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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2호 유경석 기자 / 김광현 기자⁄ 2017.07.03 10:06:30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 김광현 기자) 통신 기본료 폐지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정부 차원에서 통신비 인하를 통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통신 서비스가 공공재이고 보편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통신 시장은 이미 기업의 몫인 까닭이다. 이런 상황은 유·무선망 민영화에서 비롯됐다. 유선망은 KT가, 무선망은 SK가 각각 확보하고 있다. 통신 기본료 폐지가 무산된 것에 대해 ‘민영화의 역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KT를 다시 공기업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자면 한미FTA의 재협상이 전제돼야만 한다. 통신비 인하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종합 점검해본다. 

통신 기본료 폐지, ‘없던 일’로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6월 22일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고 취약계층 대상 요금 감면, 알뜰폰 지원 대책 마련, 보편 요금제 출시, 공공 와이파이 확대, 통신산업 진입규제 개선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김태년 의장(중앙)이 6월 22일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위원장,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김태년 국회의원 홈페이지

다만 관심을 모았던 1만 1000원 기본료 폐지는 빠졌다. 이동통신사가 강력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큰데도 정부가 공약 이행을 내세워 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가장 확실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으로 관심을 모은 기본료 폐지가 불발하자 곧장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2G와 3G 서비스에 1만 1000원 가량 기본료가 부과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권 후보 시절 통신 정책 공약으로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를 포함해 8가지를 제시했다. 통신 정책 공약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실시, 기업의 자발적인 통신비 인하 유도, 싸고 편리한 데이터 이용 환경 조성, 무료 와이파이 개시, 취약계층을 위한 무선 인터넷 요금제,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 추진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과거 011(SKT), 016(KTF), 017(신세기통신), 018(한솔텔레콤), 019(LGu+) 5개 이동통신 사업자가 있었지만 SKT가 신세기 통신을, KT가 한솔텔레콤을 인수해 현재 통신 3사가 독점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 연간 5000~7000억 원 손해 예상에 “행정소송 불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실시될 경우 국민 584만 명이 혜택을 받고 4조 6000억 원의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취약 계층의 경우 329만 명이 연간 5173억 원의 감면혜택을 받게 되고, 보편요금제 도입 시 이통사별로 요금제를 평균 1만 원 줄일 경우 해마다 1조~2조 2000억 원이 절감된다는 계산이다. 

또 약정기간에 따라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 선택약정할인 비율 확대안(20%→25%)은 수혜자 1900만 명, 연간 1조 원 가량을 절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무료 와이파이 20만 개를 설치할 경우 직장인과 학생 등 1268만 명이 연간 4800억~8500억 원 수준의 요금 인하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모든 이동통신 이용자의 요금을 월 1만 1000원 인하할 경우 최대 7조 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비 인하 방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5000억~7000억 원의 매출 하락을 추산했다. 

하지만 이통 3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통신요금 인하는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실제 2015~2016년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SK텔레콤은 1조 7080억 원에서 1조 5357억 원으로 1723억 원이 줄었다. 연결 자회사의 실적 악화가 원인이다. KT는 1조 2929억 원에서 1조 4400억 원으로 1471억 원이 늘었고, LG유플러스 역시 6323억 원에서 7465억 원으로 1142억 원이 증가했다.   

이 기간 마케팅 비용은 SK텔레콤이 3조 5730억 원에서 2조 8930억 원으로, KT가 2조 8132억 원에서 2조 7142억 원으로, LG유플러스가 1조 9986억 원에서 1조 9515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총인구보다 많은 휴대폰 사용자 6075만 명

2017년 2월말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는 우리나라 총인구보다 많은 6075만 명이다. 휴대폰 보유율은 96.6%로 개인 매체 중 가장 높다.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4685만 명으로, 보유율은 83.3%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은 정보·문화 접근권과 안전을 위한 필수 매체다. 2016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서비스로는 ‘신문/잡지 기사 검색’이 58.5%로 가장 높은 이용 빈도를 보였다. 음악·동영상 재생 및 게임을 합해 56.2%를 차지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통신기기 도·소매업의 법적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일상생활에서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이 55.5%, 재해·재난 상황에서의 필수 매체 인식이 58%에 달할 정도다. 각종 메신저·채팅·SNS 등을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중요한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7년 4월말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약 4.6GB(기가바이트)로 전년 동월 대비 1.3GB가 증가했다. 특히 4G 스마트폰 이용자 평균 사용량은 약 6.2GB로 전년 동월 대비 1.6GB가 늘었다. 

데이터 트래픽을 포함한 스마트폰 서비스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ICT 기술 발전과 확산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골고루 누리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신비 부담으로 인해 이동전화 서비스 보편적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G 기준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약 6.2GB)을 제공하는 이통3사의 대표적인 LTE 요금제는 약 5만 5000원 내외다. LTE 데이터 요금제 중 최소 트래픽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데이터 300MB와 음성·문자 무제한 제공을 기준으로 이통3사가 모두 3만 2890원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3만 1560원, 연 157만 872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통신비에 대한 공적 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 통신이용자단체 등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심의 내용 및 관련 자료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결과 서비스 이용자 참여와 정보 공개가 보장되지 않는 밀실심의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아울러 미래창조과학부의 요금 인가권은 통신요금 인하보다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제 출시를 막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약탈적 요금제는 1위 사업자가 2, 3위 사업자를 퇴출시키려는 목적으로 갑자기 요금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이 인가되면 타 사업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통신사 간 담합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통신비용 재원 다양하지만 이동통신사업자에만 초점

정부는 이동통신이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이거나 대다수가 사용하는 보편재여서 통신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기통신사업자는 국민에게 저렴한 통신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신 민영화 15년, 이대로 갈 것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 = KT노동인권센터

하지만 이동통신사 입장은 전혀 다르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단말기 제조사 등도 일정 비율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 요금에 부담하는 금액 중 이동통신사의 통신서비스로 돌아가는 비중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원이 2016년 한 통신사의 서비스별 요금 비중을 분석한 결과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비중은 55.6%였다. 단말기 할부금 비중은 21.2%, 부가서비스 금액은 24.2%였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안은 통신비 재원에 따른 접근보다는 통신서비스 이용요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말기 제조사와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도 통신비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통신 비용을 둘러싼 여론은 경제 이슈인데도 이를 정치 이슈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대학 교수는 “선거, 정기 국회 때마다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통신비 인하는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슈, 표를 받기 위한 포퓰리즘적 이슈”라고 꼬집었다. 

통신시장 개입 한계 드러낸 정부 

통신 기본료를 폐지하려던 문재인 정부는 이동통신사들의 반발에 막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2만 원대 보편요금제 출시 등 당초 계획에서 한 발 물러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두고 이동통신사들은 초법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고시만으로 요금할인율을 결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요금할인 인상 추진 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요구대로 요금할인율을 높일 경우 향후 동일한 요구가 재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5%p를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2015년 4월 12%에서 20%로 상향한 바 있어 정부 요구를 순순히 따를 경우 향후 추가적인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사들은 요금할인율을 5%p 올릴 경우 50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보편요금제 신설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월 2만 원에 데이터 1GB를 기본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신설안을 두고 정부가 기업의 요금체계를 손대려고 한다는 게 이동통신사들의 입장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대폭 줄일 가능성도 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높이고 보편요금제를 시행할 경우 현재 최대 33만 원까지 지원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정부 방안이 오히려 가계 통신비 부담을 키우는 셈이다.  

▲6월 19일 오후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참여연대, 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가 통신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역제안을 수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동통신사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정부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준조세 성격의 주파수 할당대가, 전파사용료로 연간 1조 4000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중 2400억 원만 통신 관련 복지비로 쓰이고 있다. 전체의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머지 1조 2000억 원을 통신비 인하에 사용하라는 역제안은 유효한 카드다. 이동통신사는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경매로 구입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민간 서비스 업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동통신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두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할은 시장평균요금 데이터를 활용해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KT 다시 공기업화” 커지는 목소리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5 : 3 : 2 비율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주파수는 국민 모두의 공유재산이지만 이를 3개사가 독점하면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7년 3월 말 현재 이동통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은 SK브로드밴드 48.9%, KT 30.8%, LG유플러스 20.3% 순이다. 

통신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지만 적절한 수단은 많지 않다. 정부가 이동통신비를 규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은 요금인가제다. 하지만 그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폐지 움직임마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통신비 수준이 높고, 이는 가계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절한 가격 규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이동통신 3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KT(구 한국통신)를 다시 공기업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지배적 기간통신 사업자에 대한 공적 통제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민영화는 1993년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로 출발해 해외 DR(주식예탁증서. Depositary Receipt) 발행에 의한 해외 매각을 포함하면서 소유분산 방식으로 10년만인 2002년 완성됐다. 한국통신의 대표적인 자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은 1994년 재벌그룹 SK에 매각됐다. 

공공재인 통신을 재벌과 초국적 자본에게 민영화시키기 위해 1997년 당시 김영삼 정권과 자본은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특별법)’을 제정, 인위적으로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2002년 5월 21일 정부 보유 주식의 잔량(28.4%)이 주당 5만 4000원에 전부 매각되면서 법인명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완전 민영화됐다. 앞서 2001년 12월 창사 20주년 때 CI를 한국통신에서 KT로 변경했고, 새로운 법인명은 ‘주식회사 KT(케이티)’로 바뀌었다. 주식회사 KT는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변신해 2002년 8월 출범했다. 과거 정부가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면 민영화를 통해 초국적 자본이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미국 자본이 대한민국 통신요금 인하 결정 

지배적 기간통신 사업자(KT 및 SKT)의 경우 외국인 지분 한도가 49%로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에 명시돼 있어 통신 주권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상법 제369조(의결권)에 ‘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명시돼 있어 자사주를 제외하면 외국인이 보유한 49% 지분은 의결권에 있어 과반을 훌쩍 넘게 된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 KT 대주주 지분을 보면 Templeton(바하마) 4.71%, Brandes(미국) 4.99%, Capital Research(미국) 3.99%, Tradewinds(미국) 4.70%, NTT(일본) 5.46%, Silchester(영국) 5.30%, 미래에셋 4.99%, 국민연금 10.34%다. 

국민연금이 10.34%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별 대주주 분포 비율로 보면 미국의 사모펀드 4개가 총 18.39%를 보유해 가장 영향력이 크다. 

▲철도노동자 조합원들이 철도민영화 반대 시위에 참석한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미국) 자본이 의결권에 있어 2/3 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 해외 초국적 자본과 경영진은 고배당을 연결고리로 확고한 담합구조를 형성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높은 통신요금으로 초국적 자본은 고배당이라는 초과이윤을 챙겼고, 경영진은 고배당에 상응하는 고연봉을 챙기고 있다. 

2000년 당시 한국통신은 매출액 13조 5000억 원, 자산규모 28조 9000억 원으로 재계 6위 수준이었다. 단일기업 기준으로 2001년 초 직원 수 4만 6000명, 주식시가총액 20조 4000억 원으로 재계 2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국민경제적인 비중이 컸다. 유선 가입자망은 사실상 독점상태였고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은 한국통신의 네트워크에 의존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했다. 

재벌과 언론 반대로 무산된 KT 재(再)공기업화  

한국통신은 국민경제 및 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민영화되면서 공적통제는 불가능해졌고 자본의 통제만 받는 민간기업이 됐다. 통신비 인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통신민영화의 최대 피해자는 높은 통신요금 부담에 고통받는 소비자들이다. 가장 확실하게 통신 공공성을 회복하는 길은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2005년 6월 KT 재공기업화를 위한 태스크포스(FP)를 거론했다가 재벌과 언론의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꼬리를 내렸다. 통신 공공성 회복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 실례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외국인 지분 한도를 49%로 확대해 놓았지만 미국 연방통신법은 외국인 지분 한도를 20%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한도는 그대로 한미FTA 협정문에 담겼다. 따라서 한국의 국부유출 구조가 고착화돼 통신요금 인하는 쉽지 않다. 

한미FTA 협정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통신의 외국인 지분을 축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통신부문 외국인 지분한도를 49%에서 미연방통신법과 형평성에 맞도록 20%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동시에 나머지 지분을 공공부문에서 인수해야만 공적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쉽지만은 않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과 주주의 이익극대화를 축소시켜야 하는데, 이는 한미FTA협정의 ‘역진불가(한번 개방한 수위에서 후퇴할 수 없다는 조항)’ 와 ‘불가역성’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 한도를 법률로 축소하거나 정부가 나서 외국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바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 확보 위한 KT 재공기업화 재점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거론됐던 KT 재공기업화 방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원칙론적인 주장’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든 발화할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회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공공부문 민영화를 두고 자본이 탐을 내는 순간 민영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의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화 정책은 국민의 혈세를 투여해 장기간 발전시켜왔던 영역 중 ‘딱 돈이 되는’ 일부 영역을 경쟁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즉 사유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비로소 돈이 되는 시점에, 돈이 되는 영역에 대해 자본이 탐을 내는 순간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민영화의 진실이자 팩트”라고 주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정부는 통신비가 가계에 많은 부담을 준다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료 폐지 논쟁보다는 통신사용량 증대에 따라 증가되는 통신비 부담증가를 막을 수 있는 다른 유효한 대안들까지 포함해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인성 M포렌식 대표는 “민영화된 통신사들이 통신망을 독점해 자사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콘텐츠 기업들이 피해를 당하는 등 IT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IT 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통신망은 국유화하되 그 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 부문은 기업주들의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며 “통신 분야 등 국가기간산업을 다시 국(공)유화 할 때”라고 강조했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우선 한미FTA 협정 중 KT와 SKT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한도를 현행 49%에서 미연방통신법 제310조와 형평성에 걸맞게 20%로 낮춰야 한다”며 “이는 과도한 국부유출 구조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집행위원장은 “동시에 통신국유화특별법을 제정해 통신공공성의 법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헌법 테두리 내에서 민영화(사유화)된 기업을 다시 공영화시키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제8조(외국정부 또는 외국인의 주식소유제한)도 동시에 개정해야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을 회복하고 강화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이용약관 인가제도, 단말기 유통구조, 시장 경쟁 구조, 주파수 등 통신 원가를 구성하는 요인들에 관련된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산업 생태계의 조화로운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윤종오 국회의원은 “적폐청산은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전환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30여 년 간 사회 전 분야에서 진행돼온 민영화를 평가하고 통신 부문 등 영역에서부터 공공성 강화와 공동체 복원을 실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업계 “기본료 폐지 방침은 비현실적”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료 폐지 방침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시장 기능의 회복을 통한 통신비 인하가 궁극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통협은 기본료 폐지 방침이 이용자 후생 측면에만 집중돼 있고 통신 생태계와 국민 경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토론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6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상활실 생활비절감팀의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이통3사 관계자가 나란히 앉아 있다. 오른쪽부터 LGU+ 김규태 상무, KT 김충성 상무, SKT 이상헌 실장. 사진 = 연합뉴스

가계통신비는 통신 요금(기본료+사용요금), 부가서비스, 단말기 구입비용과 할부이자, 컨텐츠 사용료, 기타(USIM 구입비) 등으로 구성돼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은 일부인 기본료에 대한 논의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1만 1000원의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통신사는 적자 전환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마케팅비 절감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비에서 공시지원금의 축소는 단말기 구입비용의 증가와 연결된다.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는 미미할 뿐더러 통신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발생해 이용자 편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이통협의 주장이다.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인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 보호와 일자리 창출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 휴대폰 매장은 약 2만 5000개로, 마케팅 수수료가 1/3 수준만 줄어도 전국 휴대폰 매장의 50% 가량이 문을 닫는 데 영향을 미친다. 매장 당 평균  3인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약 3만 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망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통신시장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연관 산업 종사자 2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통신시설 설치 및 유지보수 업체, 통신부품 제조업체, 악세서리 업체, 서비스장비 업체 등 연관산업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김신구 부회장은 “현재 유통점의 경영실태가 녹록치 않은 데다 단통법 이후 전체 매장의 30% 정도가 실제로 도산했다”며 “통신사들은 손실을 입으면 이익이 나는 방법을 강구하겠지만 우리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밀어붙이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통신사가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예상되며 결국 매장 절반이 문 닫고 4만 여개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협은 시장 기능의 회복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위해 세 가지를 주장한다.

먼저 요금체계 자체를 개편해 인하 효과를 거양하는 것이다. 현재 2G, 3G 요금체계 일부에 남아 있는 기본료는 완전 폐지하고 LTE데이터 요금제도는 인하하도록 협의할 경우 2조 원 규모의 이익감소 효과가 예상되나 경영효율화 등으로 극복토록 유도하자는 것.

두 번째는 5G 주파수 할당 시 할당 방법을 변경하는 것이다. 5G주파수 할당 시 경매방식을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으로 변경하면 주파수 할당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외곽지역 공동망구축을 의무화해 투자비 절감을 유도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제4이동통신사의 진입을 허용해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동통신 유통인의 모임으로 내부적으로는 상호협력과 정보제공, 대외적으로는 업계 발전을 위한 각종 입법제안 및 제도개선을 추구해 회원들의 권익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단법인 단체다.


높은 통신비 원흉은 ‘해외로 돈 새기’ 탓? 

통신민영화는 국민들에게 높은 통신요금을 떠안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통신요금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외국자본 소유지분에 대한 배당액으로 연간 5000억~1조 원이 빠져나가고 있다. 마케팅비용도 연간 8조 원에 이른다. 통신망 중복투자비 역시 연 2조 원 규모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통신비 인하 방안은 변죽만 울릴 뿐이다. 선거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가 공약(公約)으로 제시됐다가 선거가 끝난 후 空約(공약)이 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함정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해외자본에게 고배당의 초과이윤이 보장되고 있다. 연간 최소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배당을 통해 매년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다. 이는 소유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반영구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KT와 SKT가 배당을 통해 외국인에게 배당한 총액은 약 8조 원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고배당의 초과이윤 보장은 국내 통신요금을 인하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2017년 3월 현재 KT는 외국인 한도 49%가 100% 소진돼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 LG유플러스 92.24%보다 7.76%p, 6위 SK텔레콤 85.59%보다 14.41%p가 높다. 이는 높은 배당성향으로 고배당에 대한 기대수익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 한도를 법률로 축소하거나 정부가 나서서 통신공공성의 이름으로 외국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바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해 투자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부유출·마케팅비용·중복투자 지적돼

정부는 통신을 민영화할 경우 경쟁을 통해 통신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됐다. 통신 사업자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동시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지출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대표적인 통신3사의 연간 마케팅비용이 8조 원에 가깝다. 하지만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한마디로 깨진 독에 물붓기식인 셈이다. 출혈적인 경쟁의 피해자는 바로 국민(고객)들이다. 막대한 금액의 마케팅비용은 높은 통신요금의 원가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통신비 인하는 정부의 정책적 차원이 아니라 소유구조 변혁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해외자본의 소유한도를 미국연방통신법과 형평에 맞춰 20%로 축소해 과도한 국부유출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확보를 통해 공적 통제를 할 수 있는 소유구조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국회 앞에서 KT 재공기업화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KT노동인권센터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통신사업자 KT는 국가의 중추신경망이며 국가기간산업”이라고 강조하고 “해외투기자본의 절대적인 영향권으로부터 시민사회의 최소한의 공적 요구가 반영되는 국민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민주적통신기본권과 관련된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재공기업화를 주장했다. 


영세 휴대폰 가게 죽이는 대기업…이명박 이후 90%→35%   

이동통신사 직영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점들이 골목 상권에 진출하면서 휴대폰 등 통신기기 판매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중소 판매점들은 대형 유통점과 불공정 경쟁에 희생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 하이마트, 삼성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대기업 유통점은 중소 판매점들의 영업 노하우가 형성된 지역 상권을 그대로 다 인수해 영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편법 및 불법, 불공정 행위가 일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가 154개 중소 휴대폰 판매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중소 휴대폰 판매점은 주변에 직영 대리점이나 하이마트, 삼성 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가 들어설 경우 기존 고객의 40% 가량을 빼앗기고 매출액과 순이익 또한 40% 가량 감소했다. 

▲올레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앞에서 한 시민이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통협) 정문수 정책추진단장은 “현재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65% 이상을 대기업 계열이 장악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이전에 90%에 달했던 중소 판매 대리점의 점유율은 대기업의 야욕으로 35%까지 줄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형 유통점에 고객을 빼앗긴 영세 휴대폰 판매점은 10곳 중 7곳은 폐점 또는 업종 전환을 고려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 현재 전체 판매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2014년 10월 SK텔레콤 판매점 수는 1만 2663개, KT는 1만 214개, LG유플러스는 6193개였다. 하지만 2015년 3월 기준 SK텔레콤 1만 1380개, KT 9370개, LG유플러스 5486개로 이통3사 모두 판매점 수가 줄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

이통협은 지난 3월 휴대폰 판매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통협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현재 위기에 처한 이동통신 유통업 골목 상권을 구제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월 이후 현재까지 실태 조사가 진행 중일뿐 진척된 사항이 없는 실정이다. 이통협은 6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소상공인 보호 특별법의 조기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휴대폰 판매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 유통점의 휴대폰 판매 사업 진출이 어려워진다. 또 이동통신 유통업 분야에서 최대 6만~12만 명의 청년층 고용 또는 창업, 가계부채 해소 및 청년 임금 상승, 4차 산업혁명 견인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으로 각각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우원식 의원 대표 발의)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훈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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