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로 얻는 3가지 실익
경영참여 못해도 ‘굿’…업계 “가성비 최고인 투자”
(CNB저널 = 황수오 기자) 도시바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가세한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SK그룹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하다보니 SK하이닉스가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도시바의 원천기술을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SK의 이번 베팅을 ‘신의 한수’로 평가하고 있다. 왜일까.
SK하이닉스는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를 비롯해 일본정책투자은행, 베인캐피탈과 함께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이 각각 한국, 일본,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미일 연합’으로 볼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미일 연합은 총 2조엔(약 20조5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이 중 6000억엔(약 6조1143억)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8500억엔(약 8조6619억)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사는데 쓰이고, 나머지 5500억엔()은 대출 형태로 조달될 전망이다.
배당 등에서 우선권을 갖는 우선주의 경우 일본정책투자은행이 25%지분을 갖고, 나머지 75%는 다른 참여자들이 나눠 갖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의결권)을 갖는 보통주는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3000억엔을 투자해 50.1% 지분을, 일본정책투자은행이 1000억엔으로 16.5%를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 66.6%의 보통주가 일본 쪽에 넘어가고 33.4%의 보통주만 다른 참여자들이 나눠 갖게 돼 SK하이닉스가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도시바 낸드플래시 핵심 원천기술에 다가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어떤 실익을 취할 수 있을까. 우선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에 3000억엔(약 3조571억) 정도를 투자한다. 이는 당초 베인캐피탈과 함께 제시한 1조엔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비용이 감소한 셈이다.
다음으로는 ‘기술 협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4위에 머물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서 도시바와의 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카드다. 업계에서는 ‘한미일 연합’ 투자자 중에서 SK하이닉스가 유일한 반도체 회사라는 점에서 도시바와 다양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애초 SK하이닉스의 인수 목적이 도시바 경영권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대만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 우려를 덜었다는 점도 실익이다.
대만 기업 폭스콘은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할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뒤쳐져 있는 폭스콘은 끊임없이 SK의 자리를 위협해왔다. 만약 도시바가 폭스콘으로 넘어가게 되면 폭스콘은 단숨에 SK하이닉스를 앞지르게 될 판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연합’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됨으로써 SK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래저래 SK하이닉스로서는 ‘가성비’ 최고의 투자를 한 셈이다.
하지만 도시바와 이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의 향후 행보로 인해 인수전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WD는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재판소에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를 다른 기업에 넘기지 못하도록 ‘매각 중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이어 일본 언론들은 26일 WD가 우선협상대상자에 SK하이닉스가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도시바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D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바 측은 반도체 부분의 매끄러운 매각을 위해 WD를 달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CNB에 “인수전과 관련해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황수오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