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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채무자 사망 후 복잡한 청산절차를 법원에 맡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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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5-546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7.28 11:08:0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서울에는 일반 민사와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서울 중앙,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지방법원 외에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그리고 새로 생긴 서울회생법원이 있습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회생법원에서 ‘상속재산의 파산절차 적극시행’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변호사들도 이 제도를 처음 들어 보았거나, 들어 보았어도 이용해본 적은 없습니다. 상속 사건을 상당히 많이 처리해본 필자도 이러한 제도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이용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아닌 재산에 대한 파산

상속재산의 파산절차란 재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자(채무초과 상태)가 파산 신청을 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채무자의 재산(상속재산)에 대해 이루어지는 파산절차입니다. 즉, 이 제도는 사람에 대한 파산절차가 아니라, 상속인이 남긴 재산에 대한 파산절차라는 점이 좀 특이합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등에서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를 모두 갚을 수 없는 경우, 상속재산에 대해 청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속인이 빚을 물려받지 않고, 상속받은 재산만으로 모든 빚을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물려받은 재산만으로 빚을 갚는’ 제도는 이미 있습니다. 바로 한정승인이라는 제도입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한다고 하는 조건을 붙여서 상속을 수락하는 것”이라고 정의됩니다. 도대체 이 상속재산 파산절차는 한정승인과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요? 

상속재산 파산절차와 한정승인 비교

한정승인의 절차는 한정승인 신고가 법원에서 수리된 이후에, 신문에 공고하고,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사실 한정승인은 신고 절차도 간단하지 않지만, 그 이후에 처리 과정이 상당히 귀찮습니다. 한정승인 이후에 채권자들에게 개별 통지를 하고, 신문에 공고를 하고, 신고한 채권자들에게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과정은 상당히 피곤한 과정입니다. 

▲영화 ‘차이나타운’의 한 장면. 박보검(왼쪽)이 연기한 석현은 아버지가 진 사채 빚을 떠안고, 이를 갚아 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청년이다. 김고은이 연기한 일영은 차이나타운의 가장 악독한 사채업자 ‘엄마’(김혜수) 밑에서 이자를 수금하러 다니는 조직원이다. 일영은 석현의 성실함과 배려심에 반해 그의 장기를 팔아야겠다는 엄마의 조치에 불복한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 = 영화 홍보용 스틸

그런데, 상속재산 파산절차는 한정승인 신고가 수리된 이후에, 회생법원에 신청함으로써 상속재산 분배절차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즉, 상속재산 파산제도는 한정승인 이후의 복잡한 절차를 법원에 맡겨서 처리하는 제도로,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가. 상속재산에 대한 엄격한 청산절차의 진행

민법상 한정승인에 의한 청산절차와 달리, 상속재산의 파산 절차에서는 파산관재인이 존재하고, 채권자집회 및 채권조사기일을 개최하게 되며, 법의 규정에 따라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평등하게 배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에 정한 부인권 규정(법 제400조 내지 제402조)을 통하여 편파변제를 방지하고 상속재산의 부당한 감소를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나. 한정승인자의 청산부담 해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민법은 상속의 한정승인이 수리되면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고유재산과 분리되고, 상속채권자와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상속채무를 신속·공평하게 변제하기 위한 청산절차를 거쳐야 합니다(민법 제1032조 내지 제1037조). 그런데 민법상 한정승인에 의한 청산절차는 상속채무를 변제하는 행위를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에게 맡기고 있어,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청산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상속채권자들이 제기하는 소송 및 집행 등에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 (채권자의 관점에서) 채권회수를 위한 절차간소화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회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채무자가 사망한 경우, 채권자는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는 등의 과정을 거쳐 그 상속인을 대상으로 소송수계를 하게 되는데, 적지 않은 경우 그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하게 됩니다.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채무는 후순위 상속인(직계비속 및 배우자 → 직계존속 및 배우자 → 형제자매 →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상속권이 이전되는데, 그 후순위 상속인도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같이 후순위 상속인을 순차로 계속 찾아가면서 소송수계를 하는 절차는 수개월 이상 소요되어 채권자를 매우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채권자는 회생 법원을 통해서 쉽게 변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정승인 후 상속재산의 분배·청산 절차를 법원에 맡겨서 진행하는 절차입니다. 위와 같이 장점도 있는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비용입니다. 상속재산 파산절차도 파산절차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는 등 초기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정승인 신고인들의 경우 충분한 재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속재산 파산절차에 필요한 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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