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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카페→미술관’ 공식 성립시킨 ‘카페소사이어티’전

예술 향유 공간 카페를 통해 당시대의 생각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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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8호 김금영⁄ 2017.08.10 16:45:00

▲'카페소사이어티'전에서 처음 만나는 '다방' 공간. 1950년대의 카페, 그리고 그 시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박생광, 유영국, 장욱진 등의 작품을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갤러리 카페’가 대중화된 시대다. 미술관, 갤러리를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미술의 높은 문턱을 낮추기 위해 카페에서 작가들의 전시를 여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커피 전문 브랜드 탐앤탐스는 카페 여러 지점에 작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여는 갤러리탐을 진행해 왔다. 작가들 또한 과거와 비교해 카페에서의 전시에 큰 부담을 갖지 않는다. 이렇듯 ‘미술→카페’라는 공식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흔해졌다.


그런데 반대로 ‘카페→미술’ 즉, 미술관으로 카페를 끌어들인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미술관이 ‘카페소사이어티 - 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전을 9월 10일까지 연다. 앞서 서울미술관은 4월 1일~6월 18일 꽃피는 봄에 ‘카페소사이어티’전의 포문을 연 바 있다.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이번에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재구성해 2탄 ‘끝나지 않은 여름이야기’를 선보이게 됐다.


▲'체리블라썸' 공간에 스노우캣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스노우캣은 웹툰을 통해 오늘날 청춘의 '혼자 놀기' 문화를 보여준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은 카페처럼 구성됐다. 각 공간들을 대표하는 명칭 또한 카페가 떠오르는 용어들로 꾸려졌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낭만다방’엔 옛 감성을 가득 담은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끌고, 이어지는 핑크빛 벽지의 공간은 ‘스윗블라썸’이다. 청량감을 주는 파란 벽지의 공간은 ‘콜드브루’, 어둡고 강렬한 색이 돋보이는 공간의 이름은 ‘다크로스팅’이다. 마지막 파트엔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진 ‘크레마’, 갤러리형 카페 정보를 정리해 놓은 ‘카페소사이어티’가 자리한다.


안진우 서울미술관 큐레이터는 “이 넓은 세상 아래 물리적 조건 등 수많은 제약으로 인해 내 작은 공간 하나 갖기 힘든 현실이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곳이 바로 카페”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카페는 단순히 쉴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화 향유 공간의 대표적인 장소로도 꼽혀 왔다. 많은 작품들이 전시돼 왔고, 예술가들 또한 카페에 모여 의견을 나누는 등 카페에는 늘 예술이 함께 해 왔다”며 “이 친근한 카페를 이번엔 미술관으로 끌어들여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고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과도 같은 '다크로스팅' 공간은 동시대의 굵은 감정선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카페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해 왔는지, 그리고 이 카페의 변모 시기에 따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들을 통해 당시대 젊은이들의 생각과 고민까지 함께 훑어본다. 전시명 ‘카페’ 뒤에 ‘소사이어티’가 붙은 이유다.


낭만다방은 1950년대의 카페, 그리고 그 시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박생광, 유영국, 장욱진, 도상봉, 김중현, 임직순, 김인승, 김종태, 변시지, 최영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안 큐레이터는 “1950년대 다방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드나들며 만남과 휴식을 즐기는 장소였다. 동시에 전쟁 전후 혼란한 나라 정세 속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예술가들의 영혼을 전시하는 곳이기도 했다”며 “또한 서양화 전시의 시작점이었던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다방 공간을 통해서 읽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낭만다방’에서 ‘체리블라썸’ ‘콜드브루’ ‘다크로스팅’까지


▲남현범x신동진, '톡 투(TALK TO)'. 포토그래피에 드로잉, 66 x 90.3cm. 2017.

낭만다방을 통해 과거를 읽었다면 스윗블라썸부터는 현 시대의 청춘이 어떤 고민과 꿈을 갖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스윗블라썸은 커피 종류 중 달콤한 맛을 지녔다. 청춘이 지닌 꿈 또한 달콤하다. 하지만 행복하고 달콤하게만 보이는 청춘의 시간 속에 어떤 고민과 꿈이 깃들어 있는지 이 시대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펼쳐내 보여준다. 스노우캣, 강소선, 솔채, 요이한, 이윤정, 알레산드라 제뉴알도, 지희킴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공간이 특히 집중하는 건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대표적으로 웹툰 ‘스노우캣’으로 유명한 권윤주 디자이너가 그린 스노우캣은 마냥 귀엽다. 그런데 그림 속 스노우캣은 항상 어떤 일을 하는 걸 귀찮아하고, 남들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등 시니컬한 면모가 있다. 오늘날 청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강소선은 ‘탐구생활’이라는 주제 안에서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탐구한다. 강 작가의 작품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얼굴을 감춘 게 특징인데, 이를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소통의 문제를 겪으며 관계를 갖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청춘의 고민을 보여준다.


▲도상봉, '비진도의 여름'. 캔버스에 유채, 24 x 33cm. 1972.

이어지는 콜드브루는 달콤씁쓸한 커피의 맛에서 씁쓸함에 더 집중하는 느낌이다. ‘차갑다’ ‘개인주의적이다’ 등의 말로 대변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주목하는 공간이다. 박상희, 다니엘 데 로스 무로스, 사이먼 워드, 박진희, 이태강의 작품이 전시된다.


영국 작가 사이먼 워드의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돼 눈길을 끈다. 그는 ‘기계 속 유령’ 시리즈를 출품했다. 부서지거나 폐기된 킨들 스크린을 예술 작품으로 재활용했다. 안 큐레이터는 “디지털이 일상화된 오늘날, 기계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방대한 정보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계(킨들)가 손상되거나 관련 데이터 회사가 더 이상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으면, 그 수많은 데이터들은 한순간 무의미해진다”며 “이렇듯 우리가 무한할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 것들이 많다. 청춘 또한 그렇다. 청춘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작가의 작업에서 이런 점 또한 느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환상(Phantasy) #4'. 캔버스에 혼합 미디어, 162.2 x 130.3cm. 2017.

변웅필, 기슬기, 이이립, 이수연, 홍성준의 작품은 굵직굵직한 감정선을 다루는 다크로스팅 공간에 전시됐다.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만나봄과 동시에, 그 어려운 순간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살아가는지 또한 살핀다. 이수연의 화면은 특히 강렬하다. 멀리서 봤을 땐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가까이 다가서면 꽃이 보인다. 특히 ‘환상(Phantasy)’ 연작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비너스를 기괴한 모습으로 그렸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부정하고 있는 또 다른 내면의 모습조차 받아들이자며, 독특한 위로를 건넨다.


네스카페 크레마와 남현범, 김건주, 신동진, 서커스보이밴드, 이공, 현수, 타그트라움 등 아티스트들의 협업은 크레마 공간에 펼쳐진다. 안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 취지와 커피 전문 브랜드 네스카페의 성격이 잘 맞아 협업을 진행해 크레마 공간을 선보이게 됐다”며 “작품 전시와 더불어 시음 행사도 7월 30일까지 진행했다. 매주 주말 미술관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다. 캘리그라피로 자신만의 커피코스트를 만들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운영됐다. 카페 전시와 더불어 커피향까지 느낄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요이한, '핏 인 더 샌드(Feet in the Sand)'. 디지털 프린트, 83 x 60cm. 2016.

크레마 존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카페처럼 쉴 수 있는 공간과 음악감상실, 그리고 카페소사이어티 존이 기다린다. 음악 감상실에는 인디밴드의 음악을 바탕으로 작업된 일러스트 영상 작업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앞에는 다양한 의자들이 놓여 있어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카페소사이어티 존은 서울시 대 대표 갤러리형 카페 35곳의 정보를 소개한다. 안 큐레이터는 “누군가와 차를 마시며 감정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자, 예술가들을 포용하는 공간들을 소개한다”며 “단순히 이 전시를 보고 나가고 끝이 아니라, 미술관 밖을 나가서도 예술을 편하게 향유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를 소개하면서 일상과 예술 사이의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미술관은 전시장이 위치한 부암동 일대의 카페와도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 큐레이터는 “부암동 카페들을 일일이 찾아가, 전시에 대해 알렸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에게 미술관 전시 관람의 혜택을 주는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접근 용이한 카페를 통해 일상에서도 문화 예술을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이먼 워드, 'E30406241KBV32127AA'. E-페이퍼 디스플레이 스크린, 14x10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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