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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가구 읽는 ‘매터 앤 매스’전과 ‘물질의 건축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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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8호 김금영⁄ 2017.08.10 18:00:22

7월 말 진행된 서울옥션블루의 ‘제18회 블루나우: 목리’전이 낙찰률 82%, 낙찰 총액 약 2억 원을 기록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온라인 경매 출품 목록은 목가구와 목공예품 중심으로 이뤄졌다. 옛 선조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예품은 ‘일상 속 예술’의 대표적인 예다. 이 가운데 가구도 자리를 차지한다. 경매에서 ‘소반’ ‘반닫이’ ‘이층장’ 등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목가구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 시대에서는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 장르가 구축됐다. 국내에서도 가구를 예술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퍼니처 아티스트들의 만남
‘매터 앤 매스_아트 퍼니처’전


▲최병훈, '애프터이미지 오브 비기닝(Afterimage of Beginning) 017-482'. 현무암, 220 x 80 x 75cm, 160 x 80 x 75cm. 2017.(사진=가나아트)

‘매터 앤 매스_아트 퍼니처(Matter and Mass_Art Furniture)’전에 퍼니처 아티스트들이 모였다. 가나아트가 국내 아트 퍼니처 분야의 선구자인 최병훈 작가와 활발히 활동하는 아트퍼니처 디자이너 13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병훈은 한국 현대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고,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독일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김진우, '벤치 위드 스크린(Bench with Screen) 1'. 호두나무, 흰 참나무, MDF, 아크릴 패널, 가운데 240 x 38 x 40cm, 왼쪽 스크린 240 x 166cm, 오른쪽 스크린 140 x 170cm. 2008.(사진=가나아트)

특히 이번 전시는 2009년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 전공으로 최병훈 교수가 배출한 제자들과 함께 마련한 자리다. 가나아트 측은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용어이자 개념인 아트 퍼니처를 소개하는 전시”라며 “참여하는 13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 모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들이거나 산업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이다. 이번 전시는 현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아트 퍼니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정연심 홍익대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는 전시 서문을 통해 “최병훈은 근 30년 동안 기능성, 장식성에 머물러 있던 한국 가구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었다”며 “가구라는 기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과 공예성에 한국적 미학성을 부여해 새로운 아트 퍼니처 영역을 개척해 왔다. 그의 아트 퍼니처는 변화가 없는 일상성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콘텍스트, 즉 새로운 상황을 구축하고 만들어주는 작업의 존재 방식을 제안한다”고 소개했다.


▲김군선, '자연의 조화 - 장식장1050'. 멀바우, 애쉬, 125 x 35 x 105cm. 2010.(사진=가나아트)

특히 최병훈의 작업은 예술과 일상 사이를 아우르는 특징이 있다고. 정 교수는 이어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관람자들을 새롭게 유도하고 매개하는 예술이며, 새로운 관계성과 행위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또한 이것은 화이트 큐브 안에서, 오브제로 감상만 할 수 있던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조성해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며 “최병훈의 아트 퍼니처는 예술작품, 즉 예술 오브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특정 공간에서 사용 가능한 사물이기도 한 양가성을 지녔다. 예술적 조건과 사물의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최병훈은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채취한 현무암을 깎아 마치 글씨나 그림을 단숨에 그려내듯이 한 획의 오브제를 완성시킨다. 자연석에 구조를 도입해 재료의 물성이 살아있는, 기능성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현대, '프로스트 체어(Frost Chair)'. 성에, 적동관, 70 x 70 x 180cm. 2016.(사진=가나아트)

가나아트 측은 “작가는 2톤이 넘는 무거운 돌을 부드럽게 조각하기 위해 물 또는 토치(blowtorch)를 사용한다. 수작업을 통해 우아한 균형감을 유지하도록 활 모양으로 돌을 조각하고, 거친 부분을 다듬어 나간다. 이를 통해 현무암에 내재된 검은색 질감 자체에서 광택이 발현되게 한다”며 “형태의 단순화와 자연적 재료로부터 인위적인 미보다는 자연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억겁 동안 풍화를 겪은 자연석을 바라보는 듯한 거대한 평온함과 고요함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애프터이미지(Afterimage)’ 시리즈 6점을 선보인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형상에 현대적 기능을 부여한 작품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세월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최병훈의 작품을 중심으로 김진우, 강형구, 임광순, 김군선, 홍민정, 정명택, 김건수, 이미혜, 서명원, 이현정, 박은민, 정재나, 강현대의 아트 퍼니처 작품 20여 점이 전시장을 채운다. 전시는 가나아트센터에서 8월 15일까지.


▲이현정, '색의 변주곡(Variation of Color) V3'. 단품나무, 아크릴, 노방, 160 x 47 x 168cm. 2016.(사진=가나아트)


‘건축=가구=예술’을 읽는
‘물질의 건축술’전


▲'물질의 건축술'전이 열리는 플랫폼엘. 2층 전시장에는 루노(Luno)로 명명된 안락의자가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6월 파리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이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노일훈의 ‘라미 벤치’ 소장 소식을 전했다. 이로 인해 노일훈은 퐁피두센터 컬렉션에 입성한 가장 젊은 한국의 크리에이터란 영예를 얻었다. ‘물질의 건축술’전은 노일훈의 지난 10년 디자인 작업을 체계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노먼 포스터의 런던 건축사무소에서 건축가로 활동했던 노일훈은 2011년 런던의 아람갤러리에서의 개인전으로 데뷔했다. 이후 2013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로 주목받았고, 2016년 4월 파리의 따장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전통 철학과 첨단의 기술을 결합시킨 독창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3층 전시장에는 천장에 파라볼라 샹들리에(Parabola Chandelier), 바닥에 파라볼라 파라디소(Parobola Paradis)가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국내에서의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가구 형태의 오브제에 녹여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에 저항해 확산됐던 공예운동 정신 회복에 초점을 둔다. 그가 만든 가구들은 탄소섬유, 광섬유, LED, 유리섬유 강화 레진, 알루미늄 등 첨단 소재들로 이뤄졌다. 그런데 만드는 방식은 전통적이다. 한국의 지승공예, 짚풀공예, 전통 건축 대목, 방짜 유기장 등의 전통 기법을 학습해 취득한 기술을 작업에 응용한다. 미래 지향적인 건축은 바로 자연의 고유한 생명력에 있다고 믿기 때문.


2층 전시장에는 루노(Luno)로 명명된 안락의자가 있다. 그런데 이 의자를 보면 탄소 섬유가 마치 나뭇가지가 여기저기로 뻗어나가듯 이리저리 꼬여 있는 걸 발견한다. 자연의 생명력과 더불어 신체의 완만한 곡선과도 비슷하다. 조명 스크린 노두스(Nodus) 또한 탄소섬유 소재의 끈을 잡아당기고 꼬아 만든 곡면 그리드 사이에 광섬유를 가로질러 엮은 작업이다.


▲4층 전시장에서는 알루미늄과 레진 소재의 테이블, 그리고 레진 소재의 플로어 스탠드 등을 볼 수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3층 전시장에 설치된 ‘파라볼라 샹들리에(Parabola Chandelier)’ ‘파라볼라 파라디소(Parobola Paradis)’는 자연을 만나는 느낌이다. 천장에 매달린 작품은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모양을 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샹들리에의 늘어진 광섬유 가닥들이 작은 비즈들을 꿰어 완성한 것이라는 걸 발견한다. 지상에 설치된 아치형 조명들은 포물선 형태의 샹들리에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일종의 인공적 자연풍경 안으로 끌어들인다.


4층엔 알루미늄과 레진 소재의 테이블, 그리고 레진 소재의 플로어 스탠드가 전시됐다. 작업 초기에 라이크라 천을 잡아당기며 천막 구조물 형태를 연구했던 작가는, 이 실험 과정을 플로어 스탠드와 테이블에 도입했다. 이후 알루미늄 소재의 테이블과 원형 탁자를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진화를 경험했다. 전시장 한쪽에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도 자리한다. 육중한 금속 구조 틀 속 탄소섬유 줄기에 매달린 금속 추들이 눈길을 끈다. 중력 실험을 거쳐 이상적인 곡선을 획득한 작품이다.


▲노일훈, '라미 벤치 서울(Rami Bench Seoul)'. 탄소 섬유, (W)37 x (L)200 x (H)45cm. 2017.(사진=김정한)

이 공간에서는 작업에 대한 작가의 생각 또한 영상으로 정리돼 있다. 작가는 “자연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요소들을 갖췄다. 그 결정체를 담아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 이 모든 작업을 손수 손으로 작업하는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강조한다. 전시는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9월 17일까지.


▲노일훈, '테이블 R EX08'. 알루미늄, (W)90 x (L)180 x (H)74cm. 2016.(사진=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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