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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구정아 작가의 ‘아정구’

아트선재센터서 첫 국내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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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1호 김금영⁄ 2017.08.31 16:46:38

▲구정아 작가.(사진=아트선재센터)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 구로구는 들어봤어도 아정구(ajeongkoo)는 처음 듣는다. 이 아정구를 소개한 이가 구정아 작가다.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되짚으면 구역 이름과 비슷하게 나온다는 걸 깨닫고 지은 전시명이란다.


아트선재센터가 10월 22일까지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아정구’를 선보인다. 작가는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최근 전시로는 리버풀 비엔날레와 테이트 리버풀의 ‘에버튼 파크 휠즈 파크 프로젝트(Everton Park Wheels Park Project)’, 라라이아 재단의 ‘우사(Oussser)’, 쿤스트할레 미술관의 ‘구정아 A: 16:07’, 디아재단 및 디아비콘 미술관과 댄 플래빈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연 ‘컨스텔레이션 콩그레스(Constellation Congress)’ 등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룹전이나 비엔날레 외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이 가운데 국내 첫 개인전으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3D 애니메이션 신작 '미스테리우스(MYSTERIOUSSS)'가 설치된 2층 전시장 전경.(사진=김금영 기자)

작가가 전시명을 아정구라 지은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먼저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작가는 1998년부터 ‘우스(Ousss)’라는 단어를 작업에 등장시켰다. 하나의 단어이자, 접미사이면서 인물이자 장소이기도 한 변형체인 우스는 작가가 구축한 낙원 또한 설명해주는 단어란다. 이 우스를 바탕으로 한 두 신작이 2층 전시장에 등장했다. 3D 애니메이션 신작 ‘미스테리우스(MYSTERIOUSS)’와 ‘큐리우사(CURIOUSSSA)’다.


각 화면에는 인간 같기도, 외계인 같기도 한 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미스테리우스’에는 말 그대로 수수께끼를 품은 불가사의한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 끊임없이 떨어지는 인물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거침없이 떨어지는 인물의 모습은 달리 보면 날고 있는 것 같기도 한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두 손가락으로 ‘브이’자 모양을 만드는 등 수수께끼 같은 모습이다.


▲작가의 드로잉이 전시된 3층 전시장은 공간 전체가 형광 분홍색으로 연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큐리우사’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미스테리우스와 달리 얼굴에 큰 점이 여러 개 찍혔다. 화면을 응시하는 이 인물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두웠던 공간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면서 이 빛을 화면 가득 확장시켜 나간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 두 인물이 있는 공간이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 즉, ‘아정구’에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장소는 내게 중요한 요소다. 개인집,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이 내게 주어졌었다”며 “이 가운데 직접 구역 이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거꾸로 하니 적당한 구역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작업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구정아,'미스테리우스(MYSTERIOUSSS)'. 3D 애니메이션, 3분. 2017.(사진=아트선재센터)

하지만 아정구는 작가가 지은 구역 이름일 뿐, 실질적으로 장소적 구애를 받지는 않는다. 이건 작가의 작업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다. 작가는 철저한 신비주의를 펼쳐 왔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작업실이 어디에 있는지 등 작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여러 장소에 거주한다. 어느 학교를 나왔고, 작업실이 어디인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을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에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작업에 대한 더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한 질문에도 ‘열린 해석’을 내놓았다. ‘전시 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없다”며 “작품은 전적으로 보는 이의 주관적 해석에 달렸다”고 답했다. 전시 큐레이터는 작가의 전시에 대해 ‘위험한 우주를 접하게 하는 인지적 모험으로의 초대’라고 설명했는데, 작가는 “위험한 우주라는 부분에 대해서 모른다. 하지만 각자 작품을 보고 느끼는 부분은 자유다. 따라서 글에 수정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확한 이해를 원하는 이에겐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구정아, '큐리우사(CURIOUSSSA)'. 3D 애니메이션, 2분 31초. 2017.(사진=아트선재센터)

하지만 달리 보면 이는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있다. 작가는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사 작업에 대해 “아주 고지식을 갖춘 인간의 형상을 화면에 등장시켜 한 번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했다. 나머지는 느끼는 관람객 몫이다.


그래서 느낀 바를 언급해 보자면 작품명이 괜히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사’는 아닌 것 같다. 작가는 본래 오브제를 사용한 작업을 주로 선보여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신작을 처음으로 내놓아 사람들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구정아,'미스테리우스(MYSTERIOUSSS)'. 3D 애니메이션, 3분. 2017.(사진=아트선재센터)

이에 대해 작가는 “드로잉, 오브제 등 혼자 하는 작업을 하다가 다른 방향으로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다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작업을 하면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이 과정에서 영상이 생각났고, 3D 애니메이션 신작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즉,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사는 작가가 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낳은 결과물이다. 또 이건 작가만의 호기심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확장성을 지녔다.


또 평소 작가는 전시 초대를 받았을 때 미리 주제를 생각해 가는 게 아니라 전시가 열리는 지역에 가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과정이 전시의 시작이라 한다. 가능한 만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건축양식, 생활양식 등을 파악하고, 만질 수 있는 물질들을 만져보고, 이런 경험이 작업으로 이어진다는 것. 주위에 관심이 많아야,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이뤄질 수 있는 작업 스타일이다. 그래서 미스테리우스와 큐리우사에 등장하는 신비스러운 캐릭터 자체가 작가와 똑 닮았다는 느낌이다.


▲구정아,'미스테리우스(MYSTERIOUSSS)'. 3D 애니메이션, 3분. 2017.(사진=아트선재센터)

2층이 작가의 신작에 집중했다면 3층은 드로잉 작업으로 꾸려졌다.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일기를 작가는 드로잉 작업으로 남겼다. 야광 핑크빛으로 가득한 공간은 오래 쳐다보면 눈이 아프기도 하다. 현실의 공간에서 갑자기 낯선 미지의 공간으로 넘어간 느낌이랄까. 그래서 벽의 작은 드로잉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드로잉에는 인물의 구체적인 행동과 몸짓이 드러나기도 하고, 고립된 섬과 바위, 휑한 군도의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낯선 공간에서 드로잉을 보면서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구축해볼 수 있다.


▲형광 분홍색 빛으로 연출된 전시장에는 예순 점의 드로잉이 설치됐다.(사진=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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