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협회는 박람회 열고, 점주연석회의는 법개정 촉구대회
가맹본부 대 가맹점주…긴장과 상생의 영원한 이중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공생공멸 관계이다. 한쪽이 죽으면 장기적으로는 다른 한쪽도 죽게 돼 있다. 그래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임시변통 식으로는 공생이 불가능하다. 가맹본부는 출점, 로열티 등을 통한 이윤의 극대화를, 가맹점주는 영업 활동을 통한 생존권 보장을 넘어 대박을 꿈꾸는 등 입장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둘의 관계에는 긴장 관계라는 굵은 복선이 깔린다. 그러나 이처럼 긴장에만 머무르면 공생이 불가능하다. 서로 더 큰 이익을 차지하려고 다투다보면 '브랜드를 공동 사용해 함께 성공을 기한다'는 프랜차이즈의 기반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관계는 영원한 애정과 증오의 이중주가 펼쳐지게 된다. 각각의 진영이 협회(가맹본부) 또는 협의회(가맹점주)를 만들어 대립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 가맹본부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통해 영향력 행사
가맹본부들을 회원사로 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회장 박기영, 이하 협회)는 각종 행사를 통해 가맹본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큰 행사가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40회에 이어 9월 14일에는 고양시에서 41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가 열린다. 협회 측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박람회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460개 부스 규모로 진행되며 12개 가맹본부(9월 5일 기준) 채용관도 갖춘다. 1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까지(오전 10시~오후 6시) 고양시 KINTEX 2전시관 7홀에서 열린다.
▲6월 부산에서 열린 40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사진 =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행사의 주된 대상은 예비 창업자들이다. 창업 희망자들은 외식, 서비스, 도소매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고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들과 상담할 수 있다. 또 프랜차이즈 창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주방용품, 디자인, 금융, 부동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는 유명 가맹본부들이 참여한 채용관도 운영된다. 최근 일부 가맹본부의 잘못으로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협회가 참가 업체들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는 순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9월 5일 현재 꼬지사께, 놀부, 더진국, 맘스터치, 못된고양이, 바비박스, 스시노백쉐프, 야들리에치킨, 얌샘김밥, 청담동말자싸롱, 크린토피아,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들이 채용관 참여를 확정지었다.
협회는 “참가 업체들과 참관객들 모두에게 풍성하고 알찬 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품 증정 이벤트와 창업 전문가들의 특별 강연 및 세미나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시·정보뿐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거리, 유익함이 가득한 박람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는 브랜드별 협의회 만들어 영향력 행사
가맹점주 각자는 자금과 결집력 등에서 가맹본부와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없다. 노동자가 사용자와 교섭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 듯,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와 교섭하기 위해 브랜드별로 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만든다. 개별 협의회들이 연합해 단체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단체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사무국장 김태훈, 이하 연석회의)다.
협의회와 연석회의는 프랜차이즈 관계를 규정하는 ‘가맹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가맹본부에 대한 가맹점주의 대등한 교섭 지위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영업 조건을 알린다.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 포스터.(사진 = 김해영 의원실)
연석회의와 각 협의회들은 9월 6일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참가 협의회는 모두 25개(르노삼성, 한국지엠, 미스터피자, 파리바게뜨, 피자에땅, 바르다김선생, 피자헛, 뚜레쥬르, 더풋샵, 농협홍삼한삼인,롯데리아, 본죽, 설빙, 할리스, 아리따움, 정관장, 초록마을, 세븐일레븐, 오피스디포, 봉구스밥버거, 뽕뜨락피자, 카페베네,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일부 대리점협의회 포함)로 참가자는 약 1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단체교섭권 강화 ▲부당한 필수물품 강제행위 금지규정의 신설 ▲보복 조치의금지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정·조사·처분권을 광역자치단체와 공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대 ▲광고·판촉비에 대해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 의무화 ▲오너 리스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도입 ▲통신사 할인금액을 가맹점주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의 금지 ▲가맹금 등 가맹사업 요건의 구체화로 가맹사업법 적용의 회피를 금지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제한 삭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9월 6일 기준 현재 20대 국회에는 37개의 가맹사업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2건이 통과된 상황이다.
이날 행사에는 가맹점주들뿐 아니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회장,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 각 당 국회의원 등 재계와 정부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은 참석 대신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박원순 시장은 미스터피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협의회 사이의 중재에 기여한 공로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로부터 지난 6월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브랜드별 협의회의 결성은 2012년부터 무르익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정관장가맹점협의회 결성이 시초였다. 이후 편의점주들의 자살 등이 여론의 조명을 받으며 협의회 결성에 불을 지폈고,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지난 3월 자살하면서 또 한 번 협의회 활동이 주목을 받았다.
◆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상생해야”
연석회의 이재광 공동의장은 “지금 프랜차이즈 산업계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계가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도움과 노력을 부탁드린다. 우리는 본사와 함께 잘 살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협회 박기영 회장도 “많은 가맹점 사업자 여러분들과 가맹본부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작금의 아픔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긴밀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광현 scoks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