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불패’ 막차 탄 건설사들…재건축 신화 언제까지?
8.2대책 한파? ‘강남 재건축’은 한여름 열기
▲교육, 교통, 문화시설 등 서울 강남이 갖고 있는 위치적 이점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성은 매우 좋다.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에 목매는 이유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보니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치열하다.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8.2부동산 대책이 시행 중임에도 건설사들은 여전히 강남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강력한 정부대책에도 이곳이 무풍지대가 된 이유는 뭘까.
9월과 10월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 예고된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두고 건설사들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3구 재건축 예상 공사비 규모는 4조8064억원에 달한다. 입찰에 나선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올해 수주 농사의 성공여부가 ‘강남’에 달린 셈이다.
2조6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사비가 걸려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합이 요구한 입찰보증금(1500억원)과 공사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대형건설사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투입해야할 자금이 엄청남에도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 시공으로 인한 브랜드가치 상승, 향후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 확보 등 이점이 상당해 두 회사가 혈전을 치르고 있다.
GS건설은 KB국민은행과 협약을 체결해 금융비용을 확보하며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했고, 현대건설은 업계 1위 시가총액(4조5099억원, 8월말 기준)과 낮은 부채비율(130.5%, 상반기 기준), 회사채 신용등급 AA- 등 탄탄한 재무능력을 앞세웠다.
양사는 해외설계사와 유명 조명업체 등을 동원, ‘고품격 주거단지’로 선보이겠다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밖에도 GS건설과 롯데건설은 공사비 5752억원 규모의 방배13구역과 4696억원 규모의 잠실 미성 크로바에서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으며, 2098억원 규모의 신반포15차에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신반포13차(공사비 889억원)는 롯데건설과 효성건설이, 신반포14차(719억원)는 롯데건설과 동부건설이 각각 승부를 겨루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7500억원 규모의 방배5구역의 단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이 지역 재건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강남권 아파트 공사를 따낼 경우, 수주고(수주공사 합계 금액)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다가, 향후 다른 정비사업지 입찰에서 내세울만한 실적이 되기 때문이다.
“늦기 전에 먹거리 챙기자”
더구나 현재 서울 지역에서 건설사가 아파트를 건설, 분양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재건축 밖에 남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서울에서 공급된 1만547가구 중 재건축·개발을 통한 일반 분양은 78.9%(8321가구)를 차지했다. 올 연말까지 1만2608가구가 예고돼 있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에서의 분양은 ‘불패’로 통했다. 경제·교육·교통·문화시설이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 실제 올 상반기 서울 지역에서 분양한 건설사들의 아파트는 모두 완판됐다.
8.2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이런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8월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7.74 대 1이다. 8월 11~13일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을 진행한 SK건설의 ‘공덕 SK리더스뷰’ 경쟁률은 35 대 1에 달했다.
특히 재건축은 위치로 봤을 때, 서울 내에서도 교통·상권 등 주변이 이미 개발된 곳에 있기에 인기가 많다.
거기다 ‘강남’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더욱 크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부촌(富村)으로 꼽히며 생활 인프라는 물론, ‘강남8학군’으로 불리는 교육환경도 갖춰져 있어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작년 기준 이 지역의 아파트 평당(3.3㎡) 평균 분양가는 3684만원으로 전국(1052만원)보다 3배 이상, 서울전체(2131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
현재 재건축이 예정돼 있는 강남3구의 아파트들은 1970년대에 지어진 5~6층의 오래된 아파트다. 30층이 넘는 초고층 최신식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되면 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공사만 끝난다면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강남3구 재건축을 건설사가 포기하기 힘든 이유다.
여기에다가 강남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건설사들의 마음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을 더 이상 투기대상으로 여기지 않게 하겠다’는 기조 아래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 입주권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강력한 규제안을 도입했다. 내년에는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초과이익환수제(정상적인 주택 가격의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걷는 것)가 부활한다.
이런 분위기다보니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9~10월 주택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건설사 신규분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건설사 수익에 악재가 된다.
이처럼 앞날이 불투명해진만큼,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뛰어난 강남권 재건축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 ‘미래 먹거리’를 미리 마련해 놓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부동산 시장 규제가 예고돼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강남 수주전(戰)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며 “안정적 수익처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치열한 사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