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는 ‘현대건축의 5원칙’을 확립해 주택 건축에 적용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유기적 건축’이란 철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밖에 안도 다다오, 쿠마 켄고 등 해외 유수 건축가들은 자신만의 건축 언어를 통해 건축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국 건축가의 언어는?
공간서가가 ‘건축가 프레임’ 시리즈를 펴냈다. 1990년대 초 곽재환, 김병윤, 민현식, 승효상, 우경국, 조성룡 등으로 구성된 4.3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작업을 발표하고 서로 비판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건축가 프레임’ 시리즈를 통해 현재의 건축 언어를 살펴본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를 대상으로, 눈에 띄는 키워드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로는 조병수, 김승회, 김호민이 나선다. 이들의 건축은 땅집, 주택의 유형, 세포로 설명된다. 먼저 ‘땅속의 집, 땅으로의 집 - 조병수’(조병수 지음 / 1만 5000원 / 128쪽)는 조병수의 땅집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문학적 이야기를 담았다. 남해 사우스케이프 호텔, 트윈트리 타워 등으로 알려진 조병수의 건축은 담백한 실용미가 특징이다. 또한 직설적이지만, 세련된 감수성도 담았다.
책은 그의 건축 가운데 땅집 프로젝트에 주목한다. 땅집은 땅에 묻혀 있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땅집, 꺾인 지붕집, 땅속 명상집으로 이어지는 땅집 시리즈는 지형의 높낮이를 이용해 마당과 내부공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땅집 4개 프로젝트와 현재 진행 중인 지평집에 관한 설명과 도면, 사진까지 다양한 자료도 실었다.
‘주택, 삶의 형식을 찾아서 - 김승회’(김승회 지음 / 1만 5000원 / 136쪽)는 김승회의 주택 프로젝트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시대 도시 주택의 모델을 탐구하고 싶다는 바람은 대학원 시절 줄자를 들고 가회동의 한옥들을 재고 다니던 때부터 시작됐다”는 김승회는 20여 년 동안 주택 45개를 설계했다. 그는 규모와 형태, 구성 등이 다른 다양한 주택들을 설계하면서 주택에 관한 유형과 전형에 대해 탐구해 왔다.
책은 김승회의 그동안의 프로젝트들을 형태적으로 채와 간, 단일매스-박스 유형으로 분류하고, 유형을 넘어서 신도시의 주택과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김승회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요인을 ‘가족-관계’, ‘프로그램-밀도’, ‘테크놀로지’, ‘기억’이 달라서라고 말하며, 주택을 공부하는 후세대의 학자들을 위한 본보기를 제공한다.
‘세포적 건축 - 김호민’(김호민 지음 / 1만 5000원 / 152쪽)은 젊은 건축가 김호민의 20년 동안의 교육과 실무 경험을 하나의 레시피로 정리했다. 허니비라운지, DDP Kiosk 등을 통해 반복적인 패턴이라는 시스템에 관한 실험을 보여준 김호민은 이런 프로젝트를 모아 하나의 세포로 정의한다.
김호민은 “내가 궁극적으로 건축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유기체적 질서를 통한 건축과 인간의 관계회복”이라며 자신의 건축을 설명한다. 즉 사람과 공간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서 봐야 한다는 것. 이런 건축적 철학은 AA스쿨에서 시로 나홀레 교수와의 만남과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가 이끌었던 FOA의 실무경험을 거치며 습득했다. 책은 유학 시절의 프로젝트가 실무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또 초기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 등 김호민이 만든 다양한 다이어그램을 통해 보여준다.
한편 공간서가는 월간 ‘SPACE(공간)’의 편집부가 발행하는 건축예술 분야 단행본 브랜드다. 1966년 창간 이후 한국 건축문화예술의 담론을 생성해 온 ‘SPACE’의 역할을 확장한 것으로, 동시대의 건축과 예술을 더 깊은 호흡과 시선으로 대중과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