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 골프만사] “그게 되니?”에 선무당 골퍼 왈 “하면 돼요”
(CNB저널 =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그게 되니?” 살아가면서 무시로 듣는 말이다. “김 작가, 내 스윙 좀 분석해봐. 어디가 잘못됐지?” 내가 골프 칼럼도 쓰고 골프 구력도 오래됐다면서 좀 아는 체를 해대니까, 골프 스윙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서도 잘 아는 줄, 잘 가르칠 줄 알고 묻는다.
“빈 스윙 할 때는 왼발 오른발 다 붙이고 있는데, 실제 스윙에 들어가면 오른발이 먼저 떨어지네요. 오른 발 뒤꿈치를 죽어라고 끝까지 붙이고 서서 공을 뒤에서 패면 탄도 방향 거리도 다 좋아지죠.”
이런 대답을 하는 나는 겨우 보기플레이나 한다. 보기플레이어는 묻지 않아도 참견이 심하고 싱글핸디캐퍼는 물어야 가르쳐주고, 프로는 돈을 내야 가르쳐준다던데. 그런 면에 있어서 나는 사람 잡는 선무당이다. 말하자면, 자격증이 있는 무당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하므로 시답잖은 조언은 안한다는 뜻이지만, 레슨 자격증이 없는 선무당은 어떤 식으로 썰을 풀고 굿을 하든지, 접수는 질문자의 자유의지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알아요. 다 알죠. 하지만 그게 되냐고요. 되는 법을 알려 달라고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을 보고 싶은가보다. “되는 법 알려줬잖아요. 오른 발을 꾸욱 누르라고요. 하면 돼요.”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적에 교실 칠판 위쪽 벽 가운데에는 태극기가, 좌측에는 교훈을, 우측에는 급훈을 궁서체로 써넣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교훈이나 급훈은 공부하는 학생이 금과옥조로 삼고 지켜야 할 만한 단어나 구절들이었다. 뭐였더라, 성실, 노력, 정직, 착하게 살자 등등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금과옥조로 삼고 좇는 구절이 있다. “하면 된다”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게 되니?”라고 물으면, 나는 “하면 된다”고 곧잘 대답한다. 고3 때쯤이었나, 내가 다음 시험에서 따내고 싶은 목표 등수를 말했더니, 곁에 있던 친구가 “너 할 때 남은 노니?”라고 빈정거렸다.
男 ‘하면 된다’와 女 ‘되면 한다’의 운명적 만남?
나는 친구의 그런 모멸적인 빈정거림에 화를 내거나 분발할 줄을 모른다. 목표 달성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남이 할 때 놀기만 하던 나를 반성하며 공부 잘하는 그녀의 말이 맞거니 했다. 찍소리 못하고 쭈그러져서 조용히 공부했다. 하다보면 목표는 달성치 못하더라도 무언가 얻는 바는 있을 테니까.
▲10월 22일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8번 홀의 경기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언제나 염원하고 노력하니까 이뤄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덜했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그들보다 머리가 조금 좋았는지도, 그리고 나를 지도해준 선생의 지도력이 탁월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승에게 사사 받고 묵묵히 뚜벅뚜벅 땀 흘리며 나아가니 문이 열렸다.
개그 시리즈 중에 미친놈 시리즈가 있다. 나이 60에 빚 얻어서 사업 시작하는 미친놈, 나이 60에 이민 가겠다고 영어 배우는 미친놈, 나이 60에 비거리 늘리겠다고 드라이버 바꾸는 미친놈 등등. 나이 60의 경로 노인네이면 사업도 공부도 운동도 연애에도 무모하게 도전하지 말라는 뜻일까. 나는 이 중에서 몇 개인가를 하고 있다. 미친놈 시리즈가 있는지도 모르던 시기부터 꾸역꾸역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경로당이라면 굳이 남녀를 분리해야 할 이유가 없을 텐데, 경로당도 남녀학생반이 분리돼 있단다. 자신감이 넘치고 긍지가 높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진짜 학생이었던 시절 급훈의 향수에 젖어서였는지 경로 남학생반 교실 문 앞에 커다랗게 급훈을 써 붙여놓았다. ‘하면 된다’라고. 그랬더니 며칠 후 경로 여학생반 교실 문 앞에도 비장한 다짐을 하는 급훈이 내어 걸렸다. ‘되면 한다’라고.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영두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부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