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감원·은행·대부업체…민낯 드러낸 ‘금융적폐’
낙하산·채용비리 왜 끝나지 않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금융권의 모럴해저드 백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은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 등 대한 국정감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 결과를 보면 은행, 대부업체 등 전 금융권에서 걸쳐 비리가 만연했다. 우선 은행권에서는 부정(不正)한 인사 관행이 심각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08년~2016년까지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2017년에도 11명의 퇴직자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산업은행(이하 산은)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문제가 근절되지 않자 산은은 지난해 10월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을 재취업시키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나 공염불이 됐다는 것.
또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퇴직자 재취업 및 대출계약 현황’ 자료에 의하면 산은과 대출계약이 이뤄진 20개 업체에 산은 고위퇴직자 20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대출계약은 산은 고위 임직원이 퇴직하기 전에 이뤄졌고, 최대 11년 전부터 최소 1년 미만 전에 승인된 대출도 있었다.
IBK기업은행도 낙하산 집합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은행 및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정치권, 금융관료, 행정부 출신 인사는 총 41명에 달하고 있다.
대선캠프 3명·청와대 3명·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 7명 등 정치권 출신이 17명이고, 기획재정부(재경부 포함) 8명·금융위 3명·금감원 2명 등 금융관료 출신이 14명, 행안부 2명·여성부 2명·외교부 2명 등 행정부 출신이 10명이다.
아울러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은 “기업은행 임원에서 퇴직해 이 은행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취업한 사람들 중 최소 5명이 과거 기업은행 재직시절 비위 행위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위행위자가 자회사에 재취업하려고 하거나 추후에라도 밝혀지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제재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에서는 ‘금수저’ 특혜 채용비리가 터져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입수한 ‘2016년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 추천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했는데 이중 16명이 청탁 등을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됐다는 주장이다.
공개된 명단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임원의 자녀, 국정원 직원 자녀, 우리은행 VIP 고객 자녀, 모 대학 부총장, 모 병원 이사장, 기업 간부 등이 적혀 있고 추천인으로 해당 우리은행 간부 이름까지 적시됐다.
심 의원실에 따르면 우리은행 측은 인사팀에서 이 문건을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모 자녀의 경우 ‘여신 740억에 신규 여신 500억 추진’으로 나와 있어 이는 명백한 대가성 채용”이라며 “우리은행이 이 정도라면 다른 시중은행은 그럼 이런 일이 없을까,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자체조사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제기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독립된 태스크포스팀(TFT)에서 철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TFT는 외부 전문가 3명, 내부 직원 7명으로 구성, 공정·객관성을 확보키 위해 우리은행 인사부·검사실 등 관련 조직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금감원하고만 진행상황이 교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서는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전 은행권 채용 과정을 검토키 위해 자체감찰을 지시했고 이후 비리가 발견되면 검찰에도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 스스로도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연류 돼 있고, 이미 다른 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진퇴양난이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직원 채용시 선발인원·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 16명의 당락이 부당하게 뒤바꾼 것으로 드러나 현재 검찰은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의 인사·채용 비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정부는 이를 ‘적폐’로 규정했다.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전체 공공·유관기간 1568곳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 채용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제식구 이자 챙겨주기
대부업계에서는 ‘제식구 챙기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14개 업체가 대주주나 등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임직원으로부터 조달받은 자금에 대해 고금리를 책정해 이자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율은 최저 연 4.6%에서 최고 11%까지로 지급되는 이자 총액은 한해에만 약 528억원에 달했다.
은행들 역시 제몸 챙기기에 바쁜 모양새다. 주주배당은 늘리면서 사회공헌 예산은 줄이고 있는 것.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예산집행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17개 은행사의 사회공헌 지출 총합은 2013년 5767억원, 2014년 5082억 2015년 4610억 2016년 3949억으로 하향 곡선이다. 올해 들어 7월말 기준으로는 1643억을 집행했다.
그러나 현금배당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의 현금배당금은 2013년 1조2979억 2014년 2조5294억 2015년 2조8888억 2016년 2조4614억원으로 증가세다.
물론 사회공헌에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의 이익을 창출해주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 및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공헌지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회공헌은 차치하더라도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떨어트리지 않고 이른바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 부문에서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6월 기준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평균 4.79%(일반신용대출 기준)로 기준금리 1.5%에 가산금리는 3.29%(평균치)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와 달리 개별 은행에서 위험성과 은행비용 등을 통합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문제는 가산금리가 지난 2013년에 비해 평균적으로 0.33% 늘었다는 것. 광주은행·전북은행의 경우 가산금리 증가율은 1.88%로 높았고 신한·SC·KB국민·농협·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이 증가했다.
특히 2013년에는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은 은행이 7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모든 은행의 가산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높다. 즉, 각 은행별 영업비밀인 가산금리를 통해 대출금리를 올려 은행들이 ‘이자 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찬대 의원은 “과도하게 산정된 가산금리로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 재기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최근 은행권 전반적으로 비용절감 기조가 지속된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가산금리 수준을 비용측면으로는 설명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