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3대 악재 직면한 인터넷은행…돌파구는 ‘당근과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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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06 10:31:38

이성호 기자

은산분리 장벽, 영업행태, 특혜의혹…갈수록 점입가경

▲인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케이뱅크에 대해 ‘금융적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인터넷은행이 은산분리 장벽, 어긋난 영업행태, 특혜의혹 등 3대 악재에 직면해 앞날이 안개속이다. 신용카드업 인가, 제2인터넷은행 출범도 요원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K뱅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감사원 감사청구를 벼르고 있고, 국감 때는 ‘금융적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돌파구는 없는 걸까?

인터넷은행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의 인가 특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애초에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는 것으로 금융위가 자격이 안 되는 특정 업체에게 은행업 인가를 내줬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은행업 예비인가 심사 기준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에 출자한 금융사는 최근 분기말 BIS비율(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 충족하고, 그 BIS비율이 업종 평균치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 인가 당시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최근 분기말(2015년 6월말) BIS비율은 14%였다. 8% 이상이긴 했지만 국내은행의 평균인 14.08%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기준에 부합치 못했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기간을 최근 분기말이 아니라 최근 3년간으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의 최근 3년간의 BIS비율이 14.98%로 국내은행 3년 평균치(14.13%) 이상이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러한 금융위의 판단은 케이뱅크에 특혜를 주기 위한 억지해석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금융위는 “케이뱅크 인가 과정 전반은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 평가항목과 배점을 사전에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심사했다”며 반박했다.

특히 BIS 비율 요건과 관련해서는 법령해석심의위를 거쳤으며, 재무건전성 최소 비율 산정에 적용하는 기준과 업종 평균치 산정에 적용하는 기준이 서로 달라서 후자를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감사 청구 진행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쉬 가시지 않았고, 이번 금융위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케이뱅크 인가과정은 법을 지켜야 할 당국이 편법적 유권해석 등 은행법과 금융감독을 해태 및 편법 집행함으로써 오랫동안 유지돼 온 금융환경과 질서를 황폐화 시킨 대표적인 박근혜 금융적폐라고 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용진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융위가 케이뱅크를 인가하기 위해 금감원의 의견과 관행을 무시하고 무리한 결정을 내린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케이뱅크 인가과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의결을 통한 감사원 감사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 그는 “감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다면 이에 합당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개혁안을 마련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최근 금융위원장에게 제시한 1차 권고안에 시선이 모아졌다. 케이뱅크의 인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

▲자료 = 이학영 의원실

인가 요건에 대한 유권해석 과정이 투명치 않았으며 그간의 사례와 다르게 금융당국이 허용키로 한 것은 산업정책적 고려를 감독목적상 고려보다 우선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제처와 같은 외부기관의 객관적 의견을 추가적으로 확인했더라면 객관성·타당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케이뱅크 인가 절차상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인허가 과정 등을 전반적으로 다시 보겠다고 밝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 물 건너가나

인가 적절성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인터넷은행들의 숙원인 은산분리 규정 완화 목소리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인터넷은행은 케이뱅크 그리고 2호점으로 지난 7월 27일 문을 연 카카오뱅크 단 2개 은행 인가로만 끝낼 게 아니었다. 이후 3호·4호·5호 등 2차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모집해 추가로 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었다. 이 밑바탕에는 은산분리가 완화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기업의 사금고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케이뱅크는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주요주주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설립주체인 KT는 8%(의결권 행사 4%)의 지분만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의 지분은 10%(의결권 4%)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ICT기업인 KT·카카오가 주도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어, 당초 설립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제2차 인터넷은행 추가는 ‘은산분리’에 막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50%까지 허용토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비금융주력자가 의결권 있는 주식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명시한 특례법이 각각 계류돼 있지만 은산분리의 원칙이 고수돼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다 특혜 인가 의혹까지 불거져 법 개정은 뒷전이 되고 있다.

고신용자 위주 영업행태 논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영업행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4월 3일~9월 30일까지 케이뱅크의 중신용자(4~7등급) 대출신청고객 13만3577명 중 79%인 10만5417명이 대출을 거부당했다. 카카오뱅크도 9월12일~10월10일 기간에 중신용자 대출신청고객 6만6624명의 66%인 4만4252명의 대출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78.2%였는데 인터넷은행은 87.5%로 오히려 고신용자 비중이 일반은행 보다 높았다. 이는 저신용 서민층을 상대로 저렴한 중금리 대출을 하겠다던 당초의 설립취지와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전해철 의원은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영업행태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부분을 신중히 고려해 신용카드업 인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 장벽, 어긋난 영업행태, 특혜의혹 등 3대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한 중진 의원은 CNB에 “서민층을 위한 핀테크 은행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금융당국이 성과에 급급해 서두르다 결국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며 “은산분리는 글로벌 금융환경에 맞게 완화하되, 당초 취지와 어긋난 영업행태가 없는지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