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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이마트 노브랜드 vs 롯데 온리프라이스…대한민국은 ‘PB 전쟁’ 중

치열한 자체브랜드 경쟁…유통질서 이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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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0호 김유림 기자⁄ 2017.11.06 10:31:38

▲이마트 과천점 노브랜드 매장. 사진 = 이마트

(CNB저널 = 김유림 기자)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가성비’ 좋은 대형마트의 PB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신세계, 롯데 등 유통대기업들은 우유, 라면, 초코칩 등 식품부터 휴지, 기저귀 같은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PB제품을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가 실태를 들여다봤다. 

PB(Private Brand)제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각 매장의 특성과 고객의 성향을 고려해 만든 자체브랜드다. 대형 소매업체가 제조기업에게 제품생산을 직접 위탁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빼고, 상품의 품질은 유지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종류도 적고 싼 가격만 강조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스마트컨슈머(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스마트컨슈머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품평과 경험 후기를 살펴보고 정보를 얻어, 싸고 쓸만한 ‘가성비’ 좋은 제품에 지갑을 연다. 특히 대형마트의 PB상품을 구입할 때는 뒷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는 제조업체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실례로 홈플러스의 PB브랜드 우유는 연세우유가 제조하고 있으며, 이마트는 매일유업, 롯데마트는 건국우유가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컨슈머는 브랜드 인지도와 상관없이 제조기업을 일일이 대조해 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성비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대형마트 업계는 자기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PB상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노브랜드(No Brand)’는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그 외 포장, 이름, 디자인까지 최소화해 초저가를 실현하고 있는 브랜드다. 

노브랜드는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꼭 필요한 기능만 남겨 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상품을 선보였고,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5년 4월 뚜껑 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총 9개의 상품을 처음 출시했으며, 그 해 2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노브랜드 초콜릿과 감자칩은 소비자들의 SNS홍보에 힘입어 출시 초기 품절 현상을 빚기도 했다. ‘어렵게 구했다’며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초콜릿의 가격은 1180원이지만 기존 유명 브랜드 상품과 비교해 용량이 크고, 팜유 대신 카카오버터로 생산해 맛도 뒤처지지 않는다. 감자칩은 프링글스 감자칩의 절반도 안 되는 890원에 판매한다. 

이처럼 노브랜드가 저렴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노력이 가장 크다.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자신의 SNS를 통해 소개하고, 직접 품평회에 참석할 만큼 출시과정을 까다롭게 관리한다. 

PB상품의 저력 속에 이마트는 올해 16조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역성장의 늪에 빠져든 상황에서 연간 목표실적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팀장은 “노브랜드는 가격과 품질이라는 상품의 기본 가치에만 충실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것이 오프라인의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이마트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남창희 롯데마트 MD본부장(왼쪽 두번째)이 10월 26일 서울 영등포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열린 ‘온리프라이스 브랜드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롯데마트는 최적의 균일가로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PB브랜드 ‘온리프라이스(Only Price)’를 선보이고 있다. 온리프라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흰색 바탕의 포장지에 붉은 색으로 큼지막하게 가격을 표시한다. 

그동안 유통업체는 1+1, 덤, 특가 행사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해왔다. 동일 상품의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정상가격을 불신하고 원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를 최소 9개월 동안 가격 변동 없이 판매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론칭한 것이다. 

일반적인 대형마트가 상품의 최저 가격에 주안점을 두는 것과 달리, ‘온리프라이스’는 상품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상시로 최적의 가격에 제안한다. 파트너사와 9개월간 예상 판매량을 산정해 기간 중 총 물량을 사전 계약한다. 고객의 지지를 받는 상품은 지속 운영하고 그렇지 못한 상품은 롯데마트가 책임지고 단종 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실제로 온리프라이스와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카테고리 내 1등 상품을 비교한 결과, 온리프라이스 상품의 평균 단위당 가격은 기존 제품 대비 50% 이상 저렴했으며, 이를 통해 가계 지출 비용을 절감시키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균일가 정책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온리프라이스 ‘국내산 21곡 크리스피롤 미니’의 경우 올해 2월 출시 후 SNS를 뜨겁게 달구며 당초 사전 계획 물량인 9만 봉을 한 달 만에 완판했고, 지난 9월까지 총 60만 봉 이상 팔렸다. 

롯데마트 측은 2018년 하반기까지 ‘온리프라이스’ 품목을 405개로 확대하고, 가격 역시 기존 상품 대비 평균 35% 가량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남창희 롯데마트 MD본부장은 “온리프라이스는 오랫동안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들의 가격 신뢰가 무너지는 단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이라며 “롯데마트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논란 아킬레스건 

하지만 PB상품들이 유통대기업의 배만 불려준다는 우려도 있다.  

국책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이익이 하청 제조 기업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PB 매출비중이 1% 올라갈 때 전체 매출액은 평균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PB상품을 납품하면 그만큼 자사 브랜드 상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자기 잠식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는 PB상품 납품으로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지 않았다.

보고서는 유통대기업의 유통마진율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제조업체 영업이익률보다 높다는 데 주목했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울러 제조업체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보복행위를 우려해 이를 감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공정위 직권조사 강화 및 불공정행위가 발견되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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