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동빈 신임 수협은행장, ‘두 마리 토끼’ 잡을까
‘정체성 리모델링’ ‘공적자금 조기상환’…고난의 대장정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사진 = 수협은행
(CNB저널 = 이성호 기자) 10월 25일 신임 수협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동빈 행장. 지난 4월 이원태 행장의 임기 만료로 반년 간 공석이었던 행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들어야 했다. 수협은행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었다. 더구나 이 행장은 ‘공적자금 조기상환’이라는 숙제까지 떠맡았다. 그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및 감사원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180개 금융상품 중 어업인 우대상품은 단 6개에 불과했다. 대출상품 역시 어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3개뿐이다.
특히 기업인·일반인 대상의 대출상품은 평균 0.53∼1.86%의 우대할인율을 적용하지만, 어업인에게는 이보다 낮은 평균 0.37% 포인트의 우대금리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월 기준 수협은행 전체 대출잔액(정책자금 제외)은 17조4000억원인데, 이중 어업인 대상 대출잔액은 2288억원으로 1.34%에 그쳤다.
이런 결과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수협은행은 어업인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금융지원, 어업인의 자율적인 경제활동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와 어긋나는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의 질타를 들어야 했던 이동빈 행장은 곧바로 금융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CNB에 “은행 수산금융부에서 각 상품들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마무리가 되는 데로 은행장에게 업무 보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업인 금융지원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금융상품들이 다시 ‘리모델링’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것 뿐 아니라,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수익을 늘려야 하는 점도 이 행장에게 주어진 ‘특별사명’이다.
▲2016년 12월 1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에서 열린 ‘新수협출범식’ 모습.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사진 = 수협은행
정부는 그동안 수협중앙회(이하 수협) 신용사업부문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 12월 수협의 100% 자회사로 분리 독립한 수협은행은 약 1조15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핵심 수익센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법인세 세제지원 ‘절실’
수협은 수협은행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법인세를 제하고 난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아서 이를 예금보험공사와의 약정에 따라 전액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127억원을 갚았고 오는 2028년까지 상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빨리 앞당기는 것이 이 행장의 숙제다.
연간 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구조다보니, 이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최우선 과제는 공적자금 조기상환”이라며 “재임기간중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마련하고 직원 공감대 형성 및 수협에서 꾀하는 배당금 손금인정을 추진해 연평균 약 3000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시현토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배당금 손금인정이란 국회에 제출돼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정인화 의원 대표발의)’을 염두에 둔 것.
정인화 의원(국민의당)실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이른 바 ‘수협 공적자금 상환 촉진법’이다. 수협은행이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수협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비용으로 인정한다는 것. 즉 수협에 지급하는 배당금에 대해 손금산입(損金算入)을 적용, 법인세 부담을 낮춰준다는 특별 세제지원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1862억원의 세제지원 효과가 발생된다. 갚아야 할 금액이 1조1500억원이나 법인세 감면으로 9700억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수협 측에서는 공적자금 전액상환 시기가 5년 빠르게 단축되고 연 600억~800억원 상당의 금액을 영세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한 지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수협 관계자는 CNB에 “올해 9월까지 수협은행의 세전 이익은 1900억원”이라며 “이 같은 추세에 법인세 감경 효과까지 더해지면 공적자금 상환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법 개정 논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추후의 일이고 일단 수익을 올려놓고 봐야 하는 수협은행 입장에서는 현재 전체여신 중 30%가 안 되는 소매금융 여신 비중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이 행장은 펀드·방카슈랑스·카드·외환·신탁 등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고 영업중심 경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협은행이 ‘어업인을 위한 은행’이라는 근간에 소홀치 않으면서, ‘공적자금 조기상환’이라는 목표에 근접하게 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