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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정희 동상’ 상암동 설치 논란… 기념관 부지 논란 재점화

20년 갈등 다시 수면 위…주민들 “왜 하필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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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1호 도기천 기자⁄ 2017.11.13 10:11:47

▲이봉수 마포구의원이 7일 박정희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도기천 기자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하 재단)이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려고 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건립인가 신청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지만, 재단은 우선 ‘동상 기증식’부터 강행할 계획이다. 이번 동상 파문을 계기로 시와 재단 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상이 이곳으로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재단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고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재단 측에 절차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택지개발팀 관계자)

“시가 동상 건립을 불허한다면 행정소송을 내겠다. 기념관에 기념동상을 세우는 게 뭐가 문제냐” (재단 관계자)

서울시 소유의 공공용지에 동상을 세우려면 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10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 공유재산인 공원·도로·녹지대 등 공공용지에 동상·기념비·조형물을 건립하고자 하는 경우, 시에 사업계획서(동상건립계획)와 사후관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는 이 계획서를 놓고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1명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제4조(건립대상 및 선정기준)에서는 동상 건립 대상을 ‘역사적 자료나 고증 등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가 정립된 인물’로 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난극복 및 국권수호에 공헌 ▲민족문화·학문·기술의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 ▲국가·사회발전에 헌신적 봉사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한 사항 등 3가지 틀을 제시하고 있다. 

▲상암산 중턱에서 바라본 박정희기념도서관. 사진 = 도기천 기자

현행 국정교과서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권력을 쟁취한 1961년 5월 16일 상황을 ‘5.16 군사정변’으로 규정하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해 기존의 행정, 입법, 사법부를 무력으로 해산시키고 집권했다는 의미다. 또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3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박 전 대통령 시절의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의미에서 박 전 대통령을 헌정질서를 파괴한 독재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일부 보수진영은 그가 집권기간에 한국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는 점을 들어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보고 있다.

일단 서울시 조례대로라면 재단 측이 세우려는 ‘박정희 동상’은 조례의 취지와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커 보인다. ‘객관적인 평가가 정립된 인물’로 보기 힘든데다, 신청절차가 무시됐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11월 13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이하 기념도서관)에서 동상 기증식을 강행할 계획이다. 4m 높이의 이 동상은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재단에 기증한 것으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든 조각가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애초 광화문에 동상을 세우려다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재단 관계자는 CNB에 “일단 기증식부터 갖고, 조만간 동상을 세울 계획이다. 만약 시가 허가하지 않는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반드시 예정대로 동상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시-재단 간 허술한 협약 ‘부메랑’

재단이 이처럼 동상 건립을 강행하려는 데는 지난 20년간 계속돼온 도서관 부지를 둘러싼 분쟁이 배경이 되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역사 화해’ 차원에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공약했다. 이후 정부는 1999년부터 3년간 국고보조금 208억원을 재단에 지원했다. 

▲2011년 11월 1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부근에 세워진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단체 등이 기념사업을 추진할 경우, 건립비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따라서 나머지 70%에 해당되는 500억원 가량을 재단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모금 실적은 당초 계획의 20.6%인 103억원에 그쳤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는 지원금 회수에 나섰고, 이에 재단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으로 맞섰다. 

4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은 재단 측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재단은 모금액 500억원을 채우는데 성공한다. 이로써 국고보조금 208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약700억원이 마련돼 첫 삽을 뜨게 된다. 이때가 2010년 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땅주인인 서울시와 마찰이 일었다. 시는 기념관을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자 건물용도를 도서관으로 바꿔줄 것으로 재단에 요구했다. 관내 공공도서관이 단 두 곳뿐이라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 

이후 재단과의 긴 협상 끝에 ‘박정희 기념·도서관’으로 용도와 명칭을 확정했다. ‘도서관을 달라’는 시민들과 ‘기념관을 짓겠다’는 재단 사이에서 나름 묘수를 찾은 것. 또 도서관 부지를 재단에 넘기면 ‘특혜 불하’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재단이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영구무상임대’ 형태로 내줬다.

주민들 “해달라는 도서관은 안하고…”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절충안은 결국 부메랑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와 일부 보수단체들은 시로의 기부채납을 반대하며 시로부터 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시는 2014년 도서관 부지를 재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재단 측은 “시가 부지매각 약속을 지켰다면 지금 같은 동상 논란은 아예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관과 기념관이 뒤섞이다보니 공공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도서관은 연면적 5290m²(1603평)에 3층 규모로 2011년 12월 준공됐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시관만 운영하고 있다. 시와 재단 간의 협약서에는 ‘건물의 일부분을 도서관 용도로 사용한다’는 전제만 들어있을 뿐 개관시기, 규모 등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수년째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허술한 협약 탓에 시는 할 말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상 건립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기념도서관 옆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정모(55) 씨는 “해달라는 도서관은 안하고 동상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시민들의 땅인 공유지를 이렇게 제멋대로 사용해도 되는거냐”고 반문했다. 

기념도서관 앞에서 동상 반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봉수 마포구의원은 “나라를 망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아버지(박정희) 동상을 서울 도심의 공공도서관에 세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울시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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