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정치 현실과 시대의 모순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1980년대에 인간다운 삶을 위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시대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보다 대중적인 출판미술로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화가가 지난 15년여의 시간 동안 이 시대 예술가들의 그림과 삶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온 발자취를 책에 모아 담았다.
이 책에서는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그렸다가 벌금형에 처한 이하 작가, 광화문 거리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퍼포먼스로 표현하다가 경범죄로 벌금형에 처한 홍승희 작가, 음란물에 대한 이중적인 고무줄 잣대에 작품 수십 점을 소각당한 최경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이유로 광주비엔날레에서 ‘세월오월’ 작품 전시를 거부당한 홍성담 작가, 여성 차별과 불평등, 노동과 빈부 차이, 자연과 생명 파괴 문제들을 정면에서 다루는 정엽 작가 등의 여러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가정신과 시대정신을 들여다본다.
작가들의 집이나 개인전, 단체전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했던 사진과 작가들의 400여 점에 이르는 그림과 사진이 함께 실린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그 어떤 억압도 예술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는 강인한 의자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예술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어두운 세력의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안겨준다”고 짚는다. 그리고 “정치를 풍자하고, 대중과 소통하며, 어찌 보면 지극히 사실적으로 우리 시대의 모습을 대변하는 예술 작품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담고 있고, 얼마나 그 아픔을 함께 이겨내자고 외치고 있는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 지음 / 2만 원 / 나비의활주로 펴냄 / 4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