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들 ‘이자 장사’ 논란…문제는 제멋대로 ‘가산금리’
비난 여론에 금융위 메스 ‘만지작’
▲시중은행들이 ‘이자 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설치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은행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 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의 경우, KB국민은행은 13일 현재 연 3.73∼4.93%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보다 0.44% 포인트 오른 수치.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 0.313%p, 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은 각각 0.32%p씩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를 인상했다. 이들 은행들의 신용대출금리도 같은 기간 0.13~0.38%씩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한국은행의 ‘2017년 9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53%, 대출금리는 연 3.46%로, 예금-대출 간 금리 차이가 2% 포인트에 가깝다.
현재는 이보다 더 차이가 벌어졌다. 예대금리차(예금-대출간 금리차이)는 잔액 기준으로 2.28%p인데 이는 지난 2015년 2월(2.30%p) 이후 최대치다
즉 예금금리는 초저금리로 좀체 오르지 않으나 대출금리는 올려 은행들이 ‘이자 놀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문제는 가산금리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해 결정되는데, 가산금리는 금리자유화에 따라 각 은행별로 예상 손실비용이나 자금조달원가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6월 기준 은행들의 일반신용 대출금리는 평균 4.79%다. 기준금리 1.5%에 가산금리 3.29%를 더한 것이다. 전북은행·광주은행의 경우, 2013년 대비 가산금리 증가율이 1.88%에 달하는 등 전체적(은행 평균)으로 0.33%나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이 총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으로, 이처럼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으로 인한 이익이 커지다보니 은행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이다.
올해 3분기까지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84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1% 늘었다. 신한은행은 1조6959억원(12.2%↑), KEB하나은행 1조5132억원(20%↑), 우리은행 1조3785억원(24.6%↑)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출금리 규제’ 촉각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선이 누적되자 국회에는 이를 제동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홍문표 의원(자유한국당)이 제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변경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산출근거를 제출토록 함이 골자다.
이 같은 ‘금융위 승인절차 의무화’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에 의하면 찬성 측 입장에서는 은행과 소비자 간 금리결정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금리결정체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부과되는 가산금리의 축소·폐지를 유도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향상될 수 있다는 논리다.
비슷한 예로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일정규모 이하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이 지난 2004년에 개정, 당시 분양원가 공개의 근거로 공개를 통해 건설사의 이익을 투명하게 노출해 분양가를 하향 안정화 시킬 수 있고, 소비자의 알 권리가 제고된다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경쟁을 축소시키고 담합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가·승인·신고제 등의 가격규제는 사업자 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금리 책정 과정에서 은행 간의 공동행위를 촉발, 이자율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또한 감독당국이 금리 결정에 개입할 시 경영의 핵심요소인 은행의 자율성이 저해됨에 따라, 은행별 금리 비교공시 등 시장 자율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응당 대출금리 규제에 반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대출 가이드금리 최고 상한이자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우대금리 등 감면이 발생되고 있다”며 “금리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낮춰지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야하는 부문이 있는데, 통제를 하게 되면 오히려 자율적 인하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은행권에서는 자체적으로 ‘대출금리 산정·운용에 관한 모범규준’이 운영되고 있어 지나친 가산금리 산정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모범규준에는 금리 가산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가산금리 부과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
한편, 금융소비자단체에서는 가산금리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CNB에 “개인·자영업자·소상공인의 경우 신용등급 악화로 인해 대출금리가 기존 4.5%에서 9%로 치솟은 민원 등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엄청난 타격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대출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놔야 하며 무엇보다 가산금리 책정에 있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가산금리가 무리하게 올랐을 경우 이익금 환수 및 제재금을 물리고,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공표해 시장에서 타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가산금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향후 국회에서 승인제(금융위 승인절차 의무화)를 담은 법안 논의가 진척되면서 다양한 개선 방안이 도출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