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인공지능 음악에 질려버린 가까운 미래. 대안으로 인공자아 음악이 등장하고, ‘러브비츠’라는 정체불명의 뮤지션이 자살한다. 그녀(?)가 남긴 것은 모호한 유언과 ‘파충류의 과대망상’이라는 트랜스 음악. 러브비츠의 실체에 관한 논쟁이 벌어진다. 인간, 휴마바타(휴먼+아바타), 인공자아, 소비로봇.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과 루머가 결합하면서 논쟁은 신화가 된다. 이 기묘한 센세이션에 천착한 필자가 러브비츠의 정체를 찾아 나서면서 평전이 진행된다.
이 책은 음악과 소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음악소설’이다. 또한 비평과 하드SF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문학이기도 하다. 이는 인공지능에서 포스트휴먼 시대 초입까지의 미래 역사를 주도하는 인간-인공지능-뱀파이어의 순환계를 그려내기 위한 정교한 장치로, 이를 위해 작가 김상원(프로젝트슘)은 비평가, 작곡가, 소설가의 3역을 수행했다. ‘미래 음악에 관한 가상 비평’을 쓰고, ‘비평에 맞게 음악’을 작곡하면서, 동시에 ‘음악과 비평을 둘러싼 이야기’를 쓴 것. 미래 음악을 구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보컬을 TTS(Text To Speech : 문자-음성 자동변환)로 합성했고, 삽화는 인간 디자이너와 인공지능 화가 딥드림(deepdreamgenerator.com)의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
소설은 인공지능이 자아를 지니기 시작하는 미래의 음악 비평이다. 갖가지 미래 음악들이 속속 등장한다. ▲36초 만에 비틀즈의 음악을 수백 가지 장르로 리믹스 해내는 편곡 엔진 ‘MIX’ ▲히트곡의 패턴을 습득해서 자동 작곡된 ‘어뷰징 뮤직’들 ▲레게와 하드록의 완벽한 크로스오버를 위해 지구 문명을 되돌리려는 ‘라이블리’의 결벽증 모드 ▲12마디 블루스 잼세션을 영원히 연주하는 인공지능 ‘인피닛 블루스’ ▲동작을 음악으로 변환하는 공간 연주 인터페이스 ‘MIRI’ ▲소리 없이 뇌로 직접 전달되는 ‘무음음악(無音音樂)’ ▲인간 뮤지션들의 러다이트 운동으로 화형을 당하는 인공자아 작곡가 ‘디스코’ 등 멸종하는 사피언스와 떠오르는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미래의 음악에 관한 여러 관점을 다룬다.
김상원 지음 / 1만 4000원 / 소울파트 펴냄 / 3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