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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상품권법’ 18년만에 부활하나…득실 따져보니

1999년 폐지해놓고…‘컴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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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4호 이성호 기자⁄ 2017.12.04 09:53:04

▲지난 11월 22일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와 이학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품권법’ 제정안을 국회에 입법 발의 했다. 사진 = 경실련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상품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상품권 발행 자격 및 신고 ▲상품권의 유효기간(최초판매일로부터 5년) ▲상품권의 발행한도 제한 ▲상품권 발행액의 50% 공탁 및 채무지급보증 체결 의무 ▲상품권 발행 실적 보고 ▲상품권정책협의회 설치 ▲미상환상품권수익(낙전수익)의 공익적 사업 활용 등이 주요골자다.

국회에는 이학영 의원안을 포함해 총 3개의 ‘상품권 제정법’이 계류돼 있다. 이미 지난 6월과 7월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홍익표 의원 대표발의)’·‘상품권 발행 및 유통질서 확립과 상품권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채이배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올라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채이배·홍익표 의원안 또한 상품권의 합리적 유통질서 확립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주 내용은 이학영 의원안과 비슷하다. 

정무위는 오는 12월 4일 이와 같은 상품권 제정안에 대해 공청회도 열 예정으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회에서 상품권법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상품권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정무위 등에 따르면 상품권의 발행과 상환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상품권법은 지난 1961년 제정된 바 있다. 

이후 1994년 상품권 발행의 전면 허용 후 시장은 1997년 기준 200개 회사에서 약 1조6000억원 규모가  발행될 정도로 활성화됐고, 결국 1999년 2월에 상품권법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즉,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10개의 법률에서 일부 조항씩 간접적으로 규제받고 있으나 모법이 없어진 상황으로 별도의 등록·허가 절차 없이 누구나 인지세만 납부(모바일 및 정부·공공기관 발행한 상품권 제외)하면 상품권 발행이 가능해진 것.

따라서 롯데상품권(롯데쇼핑), 신세계상품권(신세계), 현대백화점상품권(현대백화점), 홈플러스상품권(홈플러스), SK상품권(SK에너지), GS칼텍스상품권(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상품권(현대오일뱅크), CJ상품권(CJ CGV) 등 기업이 직접 발행하는 상품권부터 제휴형 간접 발행은 물론 정부·공공기관의 온누리(전통시장)·지자체 상품권 등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품권의 발행 규모나 유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데, 다만 한국조폐공사의 상품권 발행액이 연간 약 8조원임을 감안하면 총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또한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 인지세 수입, 기획재정부 전자수입인지, 한국조폐공사 전통 상품권 발행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지류 상품권·모바일 상품권·전자형 상품권 등 추정 가능한 상품권 발행액이 1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상품권은 화폐와 유사한 반면 통화량이 집계되지 않는 이른바 유령화폐이자 제2의 현금으로 경실련·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상품권 발행액이 화폐발행액의 60%~111%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상품권이 넘쳐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현금에 비해 고액권 발급이 가능하면서 수표와 달리 사용자 추적도 쉽지 않아 익명성이 보장돼 비자금 조성이나 리베이트 등 악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상품권 리베이트’ 사건 줄이어

경실련, 국회 입법조사처, 심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 엘시티 이영복 회장에게 은행 대출 알선 대가(상품권 250만원)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대우조선해양에 유리한 칼럼 써준 대가(상품권 4940만원) ▲익산 공무원, 골재채취업자 아내 명의 농업법인 설립 대가 금품 수수(상품권 등) ▲기무사 FX로비 문건, 민간 심의위원에게 금품 제공(상품권 50만원) ▲박인규 대구은행장,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후 깡으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실련은 이런 ‘뇌물 활용’ 뿐 아니라 돈세탁·탈세 등에 활용될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법인이 상품권을 별도의 제한 없이 신용카드로 구매해 탈세 및 불법로비 등 범죄에 사용해도 경비처리가 가능하고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품권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16년 10~12월 법인카드로 결제한 백화점 상품권 금액이 전년 대비 20.5% 늘어났다는 점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상품권에 대한 구속력 있는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지속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2015년까지 상품권 관련 소비자 피해는 5639여건이 접수됐으나 실제 피해구제 건수는 285건으로 상담건수 대비 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품권법을 다시 제정해 불법유통 등을 막고 선의의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권태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CNB에 “상품권 관련 범죄들은 결국 발행은 되고 있지만 어떻게 유통되고 사용돼 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지 전혀 파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권의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상태로 과정이 명료해지고 투명화 되면 관련 문제들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상품권 관련 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조정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 산하에 상품권정책협의회를 설치하고 상품권 발행 실적 보고 등도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품권 발행자가 매 분기마다 발행·판매실적, 소멸시효 완성된 상품권 총액, 미상환총액 및 미상환총액 등을 시·도지사 등에게 제출토록하면 이를 토대로 소비자 보호나 미풍질서 확립을 위해 추후 발행을 제한할 수도 있고 기업들도 무조건 발행만하는 것이 아니라 회수를 위한 노력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상품권법 제정과 관련해 금융위는 법 취지에 공감을 하면서도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규제강화에 따라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 추가적인 행정력 소요에 따른 실효성이 있는 관리감독 체계 구축의 필요성, 효과적인 소비자 권익구제 방식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

“경기 위축 우려” 신중론도

또 상품권의 발행 신고제를 도입할 시 민간이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상품권에 국가가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도 있고, 공탁 또는 지급보증의무 이행여부 등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한 인력·예산 확보 등의 관리감독체계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 상임위에 전달했다.

특히 발행된 상품권 일부가 회수되지 않고 사장되면서 발생하는 상품권 소멸시료 경과이익을 뜻하는 낙전수입이 2017년 1558억원, 2018년 2074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상품권 발행인에게 미상환상품권수익 출연을 의무화할 경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들의 경우 미상환상품권수익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곤란한 점 등을 감안해 출연대상 상품권 발행인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상품권 구입시 인적사항 및 판매내역 등에 대한 기록을 의무화하면 선물용 구입 등의 비중이 높은 상품권의 특성상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활동 및 농·수산물 유통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구체적인 적용대상과 규제방식에 대한 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실 관계자는 CNB에 “상품권 관련 법안 3개 모두 제정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공청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고 향후 본격적인 법안 심의 절차를 통해 하나 하나 조정해 나가면서 상품권법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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