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트 ①] 정용진의 스타필드, 내년에도 선전할까?
▲11월 30일 높이 12미터의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전경. (사진 = 연합뉴스)
1호 하남점과 2호점 코엑스몰점, 3호 고양점에 이르기까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새로운 유통제국 ‘스타필드’가 파죽지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유통기업들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격전지인 ‘복합쇼핑몰’ 분야에서 스타필드가 두드러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막으려는 정부의 각종 규제가 줄줄이 대기 중인 내년에도 스타필드는 선전할 수 있을까?
해외 성공 사례를 국내에 도입하다
사계절 물놀이가 가능한 워터파크와 온갖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테인먼트 테마파크,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왕국과 최신 VR 시뮬레이터까지 갖춘 게임센터, 여기에 영화관과 서점은 물론 전국에서 엄선된 온갖 맛집이 가득한 곳.
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 기존의 쇼핑몰과 달리 쇼핑보다 문화와 레저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방문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개념 쇼핑 플랫폼 복합쇼핑몰은 올 한 해 유통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세였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가 신세계의 야심작 스타필드다.
▲미국의 복합쇼핑몰 ‘몰 오브 아메리카’. (사진 = 몰 오브 아메리카)
복합쇼핑몰은 해외에선 오래 전부터 주류로 자리 잡은 쇼핑몰 비즈니스 모델이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 ‘허튼 플라자’, 일본의 ‘라라포트 요코하마’, 도쿄 ‘미드타운’, 홍콩 ‘하버시티’ 등 테마파크와 쇼핑이 결합된 형태라 현지 소비자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방문코스이자 관광상품으로 인식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의 다양한 쇼핑몰을 둘러본 끝에 백화점과 마트를 넘어선 쇼핑몰이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엔터테인먼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24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에 자리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09년 (주)경방이 영등포에 오픈한 타임스퀘어나 현대백화점의 판교 알파돔, 롯데의 김포몰 등도 복합쇼핑몰의 한 형태지만 해외의 그것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교외에 자리잡았지만 국내는 도심 혹은 부도심에 위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존의 대형쇼핑몰과 차별점이 많지 않았다.
리조트나 테마파크로 꾸민 해외 복합쇼핑몰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부족했다. 영화관과 서점, 게임센터 정도가 고작이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여의도 IFC몰, 아브뉴프랑 판교·광교 등 건설사나 부동산개발사들이 조성한 복합쇼핑몰 역시 이런 면에서 대동소이했다.
반면 스타필드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규모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대거 도입했고 덕분에 ‘사러가는 곳’이 아닌 ‘놀러가는 곳’이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진기록 양산한 스타필드 하남
지난해 9월 신세계가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울 강남과 경기 일원에서 수많은 방문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지난 9월 9일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 개장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약 2500만 명이 스타필드 하남을 찾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거주인구 전체가 한 번씩 방문한 셈이다.
주차시간을 기준으로 알아본 고객 평균 체류시간은 5시간 30분에 달했는데 이는 기존 쇼핑몰들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쇼핑 외에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메가박스 등 체류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많았던 덕분이다.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 사업을 시작하며 밝혔던 “고객의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스타필드 1호 하남점. (사진 = 신세계그룹)
스타필드 하남은 여러 면에서 다양한 화제를 낳은 쇼핑몰로도 유명하다. 압도적인 규모로 최대, 최장 등 다양한 기록을 양산했다. ▲연면적 45만 9517㎡(지하 4층~지상 4층)로 단일 건물 최대 쇼핑몰인 점, ▲면적 24만 3824㎡로 동시에 5600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주차장을 갖춘 점, ▲최대 규모 다이나믹 파사드(Façade, 건축물의 정면)를 보유한 점, ▲가장 길고 넓은 비정형 천창(天窓)을 갖춘 점 등이다.
거대한 규모와 차별성을 무기로 스타필드 하남은 순조롭게 오픈 첫 해부터 탁월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8월 17일 열린 스타필드 고양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하남점이 오픈 당시 목표로 세웠던 8200억 원을 뛰어넘는 85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양점, 서북권역 경쟁서 ‘판정승’
스타필드 고양에서 신세계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줬다. 연면적 36만 4000㎡, 주차공간 4500대 등 각각의 규모가 하남점보다 작은 데도 놀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은 30%로 하남점(20%)보다 오히려 늘렸다. 그 결과 고양점은 하남점보다 한층 더 스타필드의 비전에 어울리는 공간이 됐다.
고양점 역시 하남점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고양점 오픈 100일째인 12월 1일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100일 동안 방문한 고객이 총 600만 명이었다고 밝혔다. 주중에는 일 평균 5만여 명, 주말에는 10만여 명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역시 오픈 초기 목표치였던 1년 매출 6500억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타필드 3호 고양점. (사진 = 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롯데몰 은평점 및 이케아 고양점과의 서울 서북권역 유통패권 쟁탈전에서도 승기를 잡은 건 스타필드 고양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양 삼송지구에 들어선 스타필드 고양점은 지난해 12월 은평 뉴타운 구파발역 인근에 들어선 롯데몰 은평점과 지난 10월 고양 원흥지구에 문을 연 이케아 2호 고양점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라 자칫 고전이 예상됐었다.
아직 승패를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점이 오픈한 이후 롯데몰 은평점의 방문객이 급감했고 이케아 고양점에 입점한 롯데몰 아울렛 역시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케아 고양점과 시너지 효과로 인근의 교통체증이 여전히 심한 상태”라며 “정확한 집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방문객 규모 면에서 스타필드 고양점이 선전 중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정부규제 극복 ‘관건’
이렇듯 스타필드는 올해 복합쇼핑몰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도주자의 위치를 굳건히 한 것으로 보인다. 마곡, 청라, 안성, 창원, 구월, 수원 등의 지점 추가 계획도 세워 인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이다.
업계도 복합쇼핑몰의 질주가 2018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리테일매거진이 10월 한 달 간 유통 및 제조업계 종사자 257명을 대상으로 ‘2018년 소매경기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내년에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업태는 복합쇼핑몰(24.7%), 편의점(17.9%),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11.7%) 순이었다.
물론 시장 상황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온라인쇼핑’이다. 애초에 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인데 내년에도 온라인쇼핑의 성장세는 굳건할 전망이다. 아마존 등 해외의 강력한 유통채널이 국내에 상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이사는 “고객들이 집에서 영화보고, 쇼핑하며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쇼핑몰이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공간을 제공할 기회조차 사라진다”며 “고객들이 스타필드에서 편안하게 즐긴 뒤 재방문 의사를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정부의 규제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인근의 소상공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먼 거리 소매유통점과 음식점에까지 매출 감소를 가져온다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결과 등이 발표되자 정부와 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한 영업제한 규제 등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복합쇼핑몰이 월 2회 공휴일 강제휴무 등 대형마트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은 “정부의 방침에 당연히 따른다”면서도 “이케아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마트와 달리 관광상품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고, 중소상인들이 대거 테넌트(임차인)로 입점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대형마트와 유사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자칫 의도와 달리 중소상인들이 직격타를 맞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식 es.jung@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