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경제다] 도서관·희망 짓고, 장애인 일자리 만들고
▲한화건설은 2015년 12월 23일 서울시 에덴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꿈에그린 도서관’ 50호점을 개관했다. 사진 = 한화건설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장애인 위해 도서관 짓는 한화건설
건설사 주특기 발휘…다양한 나눔활동 눈길
한화건설의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활발한 것은 ‘도서관 짓기’다. 수십 개에 이르는 표면적인 개수도 눈에 띄지만, 지속적으로 책과 가구 등을 채워 넣는 점이 더 돋보인다. ‘함께 멀리’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만들고 가꾸기를 반복하고 있다.
6년 전인 2011년 3월 25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린내’에 도서관이 들어섰다. 이름은 ‘꿈에그린 도서관’. 한화의 아파트 브랜드인 ‘꿈에그린’에서 가져온 명칭이다.
한화건설 봉사단 100여명이 개관 일주일 전부터 시설물을 설치하고 도서 1500여권을 기증해 마련했다. 빈 채로 방치돼 있던 공간이 독서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한화건설과 서울시 장애인 복지시설협회가 함께 추진한 첫 번째 성과였다.
장애인 시설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나눔 사업이 어느덧 70호점 개관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월 25일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명진들꽃사랑마을에 68호점을 만들었고, 올해 안에 두 곳을 더 마련할 계획이다.
공간 조성이 전부가 아니다. 채워 넣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꿈에그린 도서관’에 기증한 책이 4만여권 넘는다. 지속적인 도서 공급이 이뤄지게 하고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기증하는 캠페인을 활발히 펼쳐온 덕분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설물도 챙긴다. 도서관에서 사용할 책상, 의자 등을 지원해 독서와 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 있다.
‘유휴공간’을 ‘독서공간’으로
올해 안 70호점 개관 목표
건축가 꿈 키우는 희망교실
건축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어린이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어렵게만 느낄 수 있는 건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프로그램인 ‘건축 꿈나무 여행’과 ‘건축학교’이다.
▲건축 꿈나무 여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신라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다. 사진 = 한화건설
‘건축 꿈나무 여행’은 유기성이 장점이다. 한화건설 직원과 건축학부 대학생, 서울시 꿈나무 마을 어린이가 파트너십을 먼저 구축한 뒤, 건축 유적지와 친환경 건축물 탐방에 함께 나서거나 한화건설의 실제 건축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200여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건축학교’는 실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월 1회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를 대상으로 건설사 직원들의 직무를 소개하고, 모형 건축을 함께 만들며 진로를 추체험 시켜준다. 두 프로그램의 운영 목적은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건축과 관련된 꿈을 키워 주는 것”으로 동일하다.
1박2일로 떠나는 봉사캠프
매년 정기적으로 임직원과 가족이 함께 1박을 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 10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한사랑마을에서 1박2일 동안 열린 ‘임직원 가족 봉사캠프’에는 총 4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중증장애인에게 안마를 해주고, 함께 산책을 하는 등의 정서적 치료를 도왔다.
이날 함께 한 한 봉사자는 “고구마캐기 등의 농촌체험 활동과 봉사 관련 강연을 수강하는 나눔 교육 등을 통해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들끼리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에 이바지하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단체와 손잡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난 한해 임직원 2000여명과 100여 차례 이상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는 동안 서울시 장애인 복지시설협회, 어린이재단, 성동장애인 복지관, 강화 성안나의 집 등과 폭넓게 연계했다.
최광호 대표이사는 “‘꿈에그린 도서관’과 ‘건축 꿈나무 여행’, ‘건축학교’ 프로그램은 한화건설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라며 “건설사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좋은 일자리’ 만들기, SPC그룹
교육에서 일터까지…‘행복한 베이커리&카페’
SPC그룹의 사회공헌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공표한 ‘괜찮은 일자리’와 궤를 같이 한다. 안으로는 알바생과 가맹점 대표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밖으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에서 일터 제공으로 이어지는 ‘논스톱 고용 모델’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다.
▲SPC그룹이 푸르메재단과 함께 11월 23일 개최한 ‘제4회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장애인 바리스타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SPC그룹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990년대 초반부터 사용한 용어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11년 발표한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관점에서 본 장애인 고용의 질에 대한 탐색적 연구>(손지아, 박순미)에서는 “자유롭고, 공평하며, 안전하고, 인간적 품위가 존중되는 조건 속에서 남녀 모두 종사하는 생산적인 일을 지칭…(중략)…고용량 달성이라는 양적 목표 중심에서 벗어난 고용의 질도 고려되도록 하는 데서 출발한다”로 해석하고 있다.
SPC는 장애인 의료복지재단인 푸르메재단과 함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마련해 장애인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서울시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센터에 문을 연 1호점이 시작이다. 79.2㎡, 40석 규모인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유기농 원료, 유정란으로 만든 빵과 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카페를 위해 손잡은 기관이 많다. 각자의 역할도 다르다. 서울시는 행정지원,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채용과 카페 운영, 애덕의 집(지적장애인 사회복지법인) 소울베이커리는 제품 생산을 맡았다. SPC는 인테리어, 실비 및 자금 지원, 제빵교육 및 기술 전수,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 등을 전해준다.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기업이 협력해 자신들의 역량을 모으는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지자체·민간단체’ 힘 모아
고용사각지대에 ‘일터’ 만들어
안으로는 알바생에 학비 지원
이 카페는 취업여정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종사할 장애인들은 사전에 충분히 업무를 숙지하는 과정을 거친다. 1호점에 채용된 직원 4명의 경우, SPC그룹과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가 지난 2012년 4월 함께 설립한 장애인 직업교육시설인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교실’에서 제빵과 바리스타 관련 일을 배웠다. 현재 커피와 음료를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모습. 사진 = SPC그룹
장애인들의 소중한 일터인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현재 전국 일곱 곳에 마련됐다. 1호점에 이어 서울시 인재개발원 2호점, 온조대왕문화체육관 3호점, 서울시립은평병원 4호점, 서울도서관 5호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6호점, 서초구청 7호점이 운영 중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상생 장학금’ 지원으로 ‘가족’들을 응원하고 있다. 지급 대상은 아르바이트 학생과 가맹점 대표의 자녀들로, 올해 2월 누적 액수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2년 시작한 ‘SPC행복한장학금’을 통해 그룹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의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 중 매학기 100명을 선발해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해 왔다. 올해 하반기까지 총 1028명이 지원 받았으며, 규모는 17억3000만원에 달했다. 한 발 더 나가 그룹 공개채용에서 전체인원의 10%를 아르바이트생에서 뽑기도 한다.
파리바게뜨 가맹점 대표 자녀 지원은 이보다 앞선 2004년 시작했다. 고등학생에 한해 지급하던 것을 2012년부터는 대학생 자녀로까지 확대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CNB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상생 경영철학에 따라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가맹점 대표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매장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짓는 중장비 소리, 현대건설
전세계 넘나드는 ‘나눔 행렬’
현대건설은 ‘짓는’ 사회공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집, 학교 등을 세우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활동은 국내와 해외서 두루 이뤄지는데, ‘일손’의 ‘큰손’은 대부분 임직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미얀마 딸린타운십 상아티마을 초등학교 완공식을 열었다. 사진 = 현대건설
해외에서의 첫 삽은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떴다.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돼 중공업이 발달한 카라간다에 교육복지센터를 세운 것이 시작이다. 이후 지금까지 17개국에서 32개의 ‘건설 공헌’을 실시했다.
그동안 발길은 대륙을 자유로이 횡단했다. 동티모르,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와 모잠비크, 케나, 칠레, 콜롬비아 등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두루 오갔다. 손길은 저소득층 주거개선, 아동교육센터 건립 등 구석구석 미쳤다.
그 중 가장 활발한 하나는 초등학교 건립 및 개선이다. 세계 어린이들에게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2년 모잠비크 초등·중등학교 건립사업 후원, 2014년 우간다 초등학교 증축 및 위생개선사업을 비롯해 2016년에는 스리랑카에 학교를 새로 지어줬다.
올해는 미얀마에 터를 잡았다. 지난 6월 수도 양곤에서 1시간 떨어진 딸린타운십 상아티마을에 ‘첫 초등학교’를 만들어줬다.
1만 여명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이 마을에는 그동안 초등학교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은 임시 건물 등에서 아주 기초적인 학습만 하는 등 사실상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착공 1년 만에 완성된 이 초등학교는 3층 높이에 교실 6개를 갖췄다. 교무실과 도서관, 회의실까지 있어 ‘교육의 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학생을 800여명이나 수용할 만큼 규모가 있다.
반응도 뜨거웠다. 완공식 당일, 이 학교를 보러 전체 주민의 십분의 일 가량이 몰려들었다. 현지 정부 관리자, 교장과 교직원, 학생 등 800여명이 찾아와 지역의 역사적인 날을 함께 했다.
▲‘제5회 집수리 로드 대학생 봉사단’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 현대건설
이런 ‘통 큰’ 지원은 아니지만 ‘정성’으로 큰 감동을 선사한 예도 있다. 지난 6월 에너지 부족을 겪던 필리핀 코르도바 지역 주민들에게 ‘태양광 랜턴’을 선물한 것이 대표적.
세우고 고치는 ‘건설 나눔’ 활발
미얀마 마을에 ‘첫 초교’ 건립
국내에선 ‘재해 예방’으로 분주
눈에 띄는 건 선물의 성능이다. 한 번 충전으로 10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 공급이 순탄치 않은 곳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회사 신입사원 70여명이 직접 제작한 것이어서 ‘의미’와 ‘실용’을 모두 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재해를 대비하는 ‘짓기’가 한창이다. 이미 피해를 입은 뒤 하는 ‘보수’가 아닌 ‘방지’에 초점 맞춘 ‘집수리 로드’가 대표적이다.
이 활동은 ‘사회적 약자의 주거환경 및 복지증진’을 목표로 지난 2011년 첫 걸음을 뗐다. 미리 취약한 곳을 손보는 게 골자다.
‘집수리 로드’는 참가자들 간 유기성(有機性)이 강점이다. 작년엔 산간 지역 인근에 있는 현대건설 국내현장과 연계해 진행했는데, 현장 직원 50명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101명이 13개 팀으로 나눠 보름 간 긴밀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충남 보령을 시작으로 전남 순천, 경남 창원, 강원 삼척, 충북 제천에서 수해취약 지역 저소득층 195가구의 집수리 봉사활동(도배 및 장판 교체, 천장 보수, 생필품 선물 지원 등)과 자원봉사 활동(이불 및 옷 세탁, 영정사진 촬영, 벽화 그리기)을 펼쳤다. ‘집수리 로드’는 지금까지 23개 지역을 돌며 675가구를 튼튼하게 보정해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CNB에 “앞으로도 글로벌 건설리더의 명성에 맞게 도움이 필요한 국내외 여러 지역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명규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