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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빅3 성장시대 끝났나

‘3개의 쓰나미’ 뿌리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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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5호 도기천 기자⁄ 2017.12.11 10:34:51

▲(왼쪽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모습. 사진 = 각 사

(CNB저널 = 도기천 기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 빅3’가 앞으로 신규점포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유통업계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짓다가 중단된 쇼핑몰들도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처지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유통사업이 왜 이런 신세로 전락한 걸까. 

유통업계 1위기업인 롯데쇼핑은 당분간 백화점과 마트를 신규 출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은 올해 신규 출점을 하지 않은 데 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새 점포를 열지 않을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작년 말 119곳에서 현재 121곳으로 올해 매장이 두 곳 느는데 그쳤다. 현재 양평점, 포항 두호점 등의 개점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잘 나가던 시절 1년에 열곳 이상 문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양새다. 

신세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에 이어 향후 2~3년 간은 백화점 출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이후 올스톱 된 상태다.  

신세계가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더 사정이 좋지 않다. 점포 수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성장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마트의 국내 매장 수는 현재 145개로, 작년 말 147개에서 2개 줄었다. 장안점 폐점에 이어 울산 학성점이 지난달 29일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았다. 이마트가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를 연 이후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백화점 사업에 올인해 온 현대백화점그룹도 투자 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2020년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을 끝으로 최소 4~5년 내에는 새 백화점을 지을 계획이 없다.    
 

▲서울 중구 청파로 롯데마트서울역점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백화점 사업은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데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유통규제까지 겹치면서 성장세가 멈춰선 상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백화점들은 2009년 매출 20조원의 문턱을 넘어선 지 8년이 지나도록 30조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이후 5년 연속 매출이 29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백화점들 “폐점 걱정할 상황”

10년 전만 해도 8∼10%에 달했던 ‘빅3’ 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지금은 3∼5%대로 반토막 났다. 1조원 안팎의 막대한 자본을 들여 백화점을 짓더라도 언제 투자금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현재 상태의 영업이익으로는 신규투자에 엄두를 낼 수가 없다”며 “과거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출점하면 수년 내에 투자금이 회수됐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중산층 이상을 주고객으로 하던 시절은 끝났다. 일반쇼핑몰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할인행사에 주력하고 있지만, 고객이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지금은 성장(신규출점)이 아니라 폐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대해진 대형마트 ‘다이어트 중’

백화점만큼은 아니지만 대형마트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업체들 간의 경쟁적인 출점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유통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신규 출점은커녕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의 경우 경영효율 향상을 위한 구조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대구 시지점과 부평점의 폐점이 결정된 상태다. 코스트코 서울 양평점, 대구점, 대전점 등 3개점이 입점한 이마트 소유 부동산과 하남점 잔여부지, 평택 소사벌 부지, 시흥 은계지구 부지는 매각됐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각종 대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업의 신규출점 포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롯데 상암쇼핑몰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왼쪽 사진)과 건립을 촉구하는 주민들이 각각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포토뱅크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회와 정부는 유통업계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대기업이 영업허가 전까지 상생협약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이를 도시계획(건축허가) 단계에 적용하는 쪽으로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또 기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국한된 월2회 의무휴업을 롯데몰, 스타필드(신세계), 아울렛, 백화점 등 대형쇼핑몰(매장면적 3000㎡ 이상)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주민들 규제 반발 확산

이처럼 유통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한쪽에서는 규제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서울 상암동 롯데쇼핑몰 사업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며 입점을 촉구하고 있다. 이 쇼핑몰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서울시가 지역 소상공인 보호 등을 명분으로 5년간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상동영상문화단지 내 신세계백화점 건립도 비슷한 사례다. 일부 상인 단체와 지자체의 반대로 사업이 표류하자 일부 부천시민들이 성명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부산 이마트타운 연산점은 주민들이 연제구청의 규제에 반발해 수백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해결된 사례다. 규제에 막혀 2년간 개점을 못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목소리 덕분에 지난 6월 영업등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물건만 팔아서는 온라인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 형태로 진화하려하지만 워낙 규제가 심해 (신규출점을) 포기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쇼핑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재래 상인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유통업체들에게도 활로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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