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겨털을 머리에 이식하면 흉측해지는 이유
(CNB저널 = 홍성재 의학박사) 지구촌 사람의 생김새는 모두 다르다. 어떤 인자를 부모로부터 받았느냐에 따라 모습, 성격, 능력, 관심사 등이 다르다. 이것이 유전의 힘이다. 이를 속담에 적용하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로 설명할 수 있다. 요즘은 유전자 조작도 가능한 세상이지만 ‘뿌린 대로 걷는 것’은 여전히 진리임에 분명하다.
인체에는 털이 많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전신에 존재한다. 인체의 털은 용도에 따라 크기와 수명이 다르다. 눈썹은 눈을 보호한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속눈썹은 먼지나 이물질로부터 눈을 지킨다. 수염은 턱을 감싸고, 겨드랑이 털은 피부를 보호하면서 악취를 줄인다. 모발은 체온조절을 하며 두피를 보호한다. 수명도 눈썹은 5개월, 머리카락은 5년 정도다.
신체 부위에 따라 털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종류가 다른 셈이다. 그렇기에 탈모인에게 팔다리의 털이나 음모의 털을 이식하면 재미를 볼 수 없다. 이는 ‘공여부 우성’(Donor Dominance) 때문이다. 주어진 털의 성질은 다른 곳에 옮겨 심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미국의 피부과 전문의 바스키는 1950년에 한 탈모인을 치료하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그는 털 이식에 성공한 동물실험을 참고했다. 바스키는 자신이 치료하는 대머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 결과 두상에는 모발이 거의 없었지만 팔과 다리에는 털이 무성했다. 음모도 풍성했다. 바스키는 탈모인에게 팔다리의 털과 음모를 이식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겨드랑이 털, 음모, 팔다리 털은 작고 꼬불꼬불하다. 이런 털을 두상에 심으면 오히려 보기가 흉해진다. 머리카락을 눈썹에 이식하면 수십 센티미터로 자라게 된다. 각각의 용도에 맞지 않기에 이식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부분의 털 길이와 형태가 다른 비밀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Wnt와 BMP의 단백질 그룹 기능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017년 경북대 의대와 미국 UC어바인의 공동연구진은 쥐 실험으로 각 부위의 털 길이가 다른 이유를 확인했다. 각 부위 털이 성장하는 데 단백질인 Wnt 신호전달체계와 BMP 신호전달체계 관여를 밝힌 것이다.
몸 부위마다 털의 성질이 다른 이유
사람의 탈모 치료에서는 단백질 성장인자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 한 제약사는 Wnt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로 탈모 치료약을 개발하고 있다. 모낭 줄기세포와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세포의 분화 및 증식 촉진 방법 상용화를 연구 중이다. 모발 성장인자는 모낭의 모유두세포와 줄기세포 및 모모세포를 성장, 증식 및 세포 분화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이다. 대부분의 성장인자는 피부를 비롯한 모발의 성장에 유용하다.
대표적인 모발성장 촉진인자는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1), HGF(Hepatocyte growth factor), 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BFGF(basic Fibroblast Growth Factor) 등이다. 또 윈트(Wnt), 노긴(Noggin), Shh(Sonic hedgehog)도 들 수 있다.
IGF-1은 새로운 혈관 생성을 도와 모모세포 재생력 향상, 케라티노사이트 증식 촉진 및 모낭 성장 조절로 성장기 유지에 기여한다. 인슐린이 부족한 모발이 퇴행한다. 이에 비해 IGF-1을 투여한 머리카락은 잘 자란다.
VEGF는 모낭의 모세혈관 크기 및 분포도를 증가시켜 모발의 굵기 및 분포도를 늘리고 모발성장을 촉진시킨다. 혈소판에서 주로 생성되며 모낭세포 증식, 모낭세포 영양공급을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모낭이 건강해진다.
BFGF는 모낭의 분화, 콜라겐 생성, 신혈관 생성, 섬유아세포의 활동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 콜라겐, 엘라스틴 및 ECM의 합성을 증가시켜 모발 및 피부 세포의 성장 촉진, 모유두세포 활성화 및 신혈관 생성을 촉진시킨다. PDGF(Platelet derived Growth factor)는 주로 혈소판에서 분비되나 대식세포, 섬유아세포, 내피세포 등에서도 생성된다. 섬유아세포의 증식과 히알루론산, 콜라겐의 생성에 관여한다.
다만 성장인자의 효과는 모낭이 존재할 때만 나타난다. 죽은 모근은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탈모 환자의 상당수는 모근이 죽은 게 아니라 쉬는 기간인 휴지기 상태가 많다. 쉬는 세포를 자극해 활동하게 한 뒤 성장인자를 주입하면 모근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
탈모 치료에 있어 성장인자가 전부는 아니다. 5알파-환원효소 차단제 및 항산화제, 미녹시딜, 트레티노인 등이 어울려져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홍성재 의학박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