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중소기업 연대보증 폐지 ‘양날의 검’
취지는 좋지만…개정안 부작용 우려
▲정부는 우선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을 전면적으로 없애고, 민간금융권으로의 확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시 ‘연대보증 폐지’ 논의가 금융가에서 뜨겁다. 정부는 우선 정책금융기관부터 연대보증제도를 없애고, 이를 민간금융권으로 확산할 계획이며, 국회에서는 시중은행에 대한 연대보증 폐지 법안도 다뤄지고 있다. 이에 ‘정부의 금융 통제’라는 반대 목소리와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이라는 기치 아래, 대출 시 발생하는 연대보증의 폐지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이 공약은 지난달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재도전·재창업 지원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을 전면적으로 없애고, 보증부대출 등을 대상으로 민간금융권으로의 확산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8월부터 창업 7년 내 기업에 대해서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연대보증을 면제하고 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창업 후 7년 초과기업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제를 철폐할 방침이다.
연대보증은 금융기관과 보증인 간 특약에 의해 성립되는 인적 담보제도이나 문제는 대표이사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설정하는 경우다. 이로 인해 기업이 파산할 경우, 보증을 선 경영자들이 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폐업기업 대표자가 떠안게 된 부담금은 연대보증제 등으로 인해 평균 3억5600만원이다. 이 막대한 금액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해진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등에 따르면 사업 실패 기업인 중 80%가 평균 8억8000만원의 부채, 세금 체납, 신용불량 등의 문제로 재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연대보증을 삭제해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다.
특히 민간금융권으로의 확대를 위해 연대보증이 면제된 보증부대출의 신용부분에 대해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권도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않도록 협약체결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이 제공한 80% 부분보증서 대출인 경우, 은행의 신용대출로 지원되는 잔여 20% 대출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을 폐지하겠다는 얘기다.
동전의 양면…제도 개선 신중해야
이처럼 정책금융기관 보증부대출의 신용부분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없애도록 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어 큰 무리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강제화할 경우 사정은 다르다.
국회에는 시중은행권에 협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연대보증 자체를 폐지토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김병관 의원, 정동영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각각 올라와 있는데, 지난 6일 정무위원회는 이 개정안들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한 상태다.
정무위 등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개인대출 연대보증이 없어졌다. 사업자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연대보증이 원칙적으로 폐지됐지만 법인사업자 대출은 대표이사·최대주주·과점주주 이사 등 실제경영자 중 1인을 연대보증인으로 입보할 수 있도록 해 아직까지 행해지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게 연대보증을 아예 배제토록 한 것.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무위 검토보고에 따르면 현재 물적 담보로 제공할 재산이 빈약한 창업·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자의 인적 담보를 이용한 대출이 주요 자금융통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대보증이 금지되면 금융기관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물적 담보 등 다른 신용보강을 요구하거나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해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기회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것.
또 개인기업의 경우 대표자가 주 채무자로서 사업자대출에 대해 상환부담을 지는 반면, 법인기업의 대표자는 부담을 지지 않게 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유용하고 파산과 창업을 반복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도 염려된다.
실제경영자인 법인 대표자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은 경영과 무관한 제3자가 아닌 일종의 자기책임의 성격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긍정적 측면과 함께 이러한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인 은행 입장은 어떨까?
은행권 한 관계자는 CNB에 “보증부대출의 신용부분에 연대보증을 세우지 않도록 하는 정부정책에 공감하며 은행에서도 크게 리스크가 없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법인사업자에게 무조건 적용하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사기업인 은행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금자의 예금을 가지고 대출을 운영하는데 있어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엄격한 대출심사를 할 수밖에 없고 우량기업에게만 유리해 결국 전반적인 대출 경색을 불러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은행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정무위에 전달한 가운데, 향후 법안 논의를 통해 강제화 여부가 어떻게 매듭을 짓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성호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