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금리인상 후폭풍…‘핫’ 했던 동탄 가보니
동탄2신도시 “지금이 투자 기회” vs “침체 본격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30일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기준 금리인상에 주거복지로드맵 발표까지… 국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변수들이 커지고 있다. 주택구매 자금 마련은 힘들어지고 수도권 아파트 물량은 늘어나면서 경기도 지역은 집값하락과 미분양 사태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CNB가 최근 마이너스피(분양가보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동탄2신도시를 직접 다녀왔다.
동탄 지역은 한때 화성동탄산업단지 수요, 서울 인접 등 이점으로 투자 열기가 넘쳤던 곳이다. 지난 2004년 개발이 시작, 총 273만3549평 규모로 조성돼 분당, 일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신도시를 이뤘다.
하지만 12월 5일 CNB가 방문한 동탄2신도시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식어버린 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동탄SRT 역 주변과 차가 다니는 거리에는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을 내세운 전단지가 붙어있었고, 상가임대를 광고하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썰렁했다.
동탄2신도시 부동산 시장은 최근 신규입주 아파트에 대한 마이너스피 물량이 나오고 미분양 사례가 느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동탄2신도시 중 동탄SRT역을 중심으로 한 북동탄은 개발 이슈로 인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반도건설의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모습. 사진 = 손강훈 기자
이 지역은 투기과열 지구 지정, 재개발 정비 사업 입주권 거래정지, 분양권 양도세율 50%, LTV·DTI 한도 40%, 중도금 대출 1세대 1건 등이 도입된 8.2부동산 대책을 직격탄으로 맞으면서 분양가보다 최대 1000만원 저렴한 매매 물건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체에서는 이달과 내년 1월 입주하는 동탄2신도시 금강 4차,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A23블럭, 동탄2신도시 대림산업 e편한세상 등에 대한 마이너스 분양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중흥토건의 ‘동탄2신도시 중흥S-클래스더테라스 B5~7블록’, 대우건설의 ‘동탄레이크자연앤푸르지오’, 현대산업개발의 ‘동탄2 아이파크 A99~100블록’ 등이 미분양된 상태. 지난달 22~23일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방산업개발의 ‘대방디엠시티더센텀’은 457가구 모집에 279명이 접수해 178가구가 미달됐다.
실제 동탄 주택구매를 고려했다는 직장인 고모씨(34세 남성)는 CNB에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를 사려했지만 동탄1신도시(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석우동, 능동 일대)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말고는 교통, 시설 등 부분에서 장점이 없다”며 “정부 정책으로 집값 상승도 기대되지 않아 구매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남동탄에 대한 우려가 크다. 동탄2신도시는 중간에 위치한 리베라 CC(골프장)를 경계로 위쪽은 북동탄, 아래쪽은 남동탄으로 구분한다. 북동탄의 경우 동탄 SRT역이 가깝고 2020년 복합환승센터 완공, 2021년 롯데백화점 준공 등이 예정돼있어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도보와 차도 곳곳에는 분양·상가임대와 관련된 광고 전단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손강훈 기자
반면 남동탄은 동탄역에서 떨어져 있어 인기가 없다. 미분양된 중흥S-클래스더테라스 B5~7블록, 동탄레이크자연앤푸르지오, 동탄2 아이파크 A99~100블록 모두 이곳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동탄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지금 동탄2신도시에 투자해야할 때라며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판교나 광교도 초반에는 미분양이 많았다며 인프라가 구축된 5년 후에는 충분히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CNB에 “가격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기회”라며 “교통, 상업시설 등이 구축될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투자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동탄을 비롯한 경기도 지역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나쁘다. 기준금리 인상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주택구매 수요를 떨어뜨리는 정책 도입과 시장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 커진 대형건설사들
11월 30일 한국은행은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이후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시중 5대은행이 줄줄이 예·적금 이자를 올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역시 상승이 예상된다. 주택자금 마련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대출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집을 사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동탄SRT역 주변 거리와 부동산은 상가임대와 관련된 홍보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 = 손강훈 기자
기준금리 인상 하루 전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의 경우 수도권 지역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이 정책의 핵심은 5년 동안 연간 20만호씩 총 100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 이중 수도권에만 62만호가 공급된다. 이는 대규모 물량 공급으로 인한 아파트 가격하락을 불러일으키고, 이 지역 주택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 건설사들은 걱정이 크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금호건설, 호반건설, 태영건설, 우미건설 등은 이달에만 경기도에 1만2191가구를 분양하는데 이 지역 주택 구매자들이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흥행은커녕, 미분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와 관련 건설사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지역 분양에 있어) 교통·상업시설 등 입지를 내세워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전략을 어떻게 짤지 고심 중인 분위기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