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소시엄 아파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적과의 동침’ 성공할까
▲컨소시엄 아파트가 대세로 떠올랐다. 비용절감과 위험분산 등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안전성을 높힐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7일 한화건설, 신동아건설, 모아종합건설이 함께 짓는 세종 리더스포레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손강훈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서로 힘을 합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붐이다. 비용절감 등 ‘가성비’가 높고, 협동 시너지가 발휘된다는 장점 때문. 다만 일부 건설사만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컨소시엄 아파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CNB가 살펴봤다.
세종리더스포레(한화건설·신동아·모아종합건설), 하남포웰시티(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태영건설), 고덕그라시움(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고덕아르테온(현대건설·대림건설)….
이들의 공통점은 2개 이상의 건설사들이 하나의 사업지에서 주택을 건설하는 컨소시엄 아파트라는 것. 이런 단지들은 뉴타운 신도시, 재개발·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이 작년 분양한 컨소시엄 아파트는 전국 3만318가구에 달했다. 특히 하반기(8~12월)에만 2만4999가구가 공급됐다.
이들이 힘을 모으는 이유는 비용절감, 리스크(위험)분산, 마케팅 등에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컨소시엄은 대부분 신도시, 재개발 등 공사를 따내야하는 사업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공동으로 일을 진행하면 입찰을 위한 단가 경쟁을 피하게 되고 이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만약 흥행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건설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분산된다.
수주전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따냈을 경우 이익을 독식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라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높기에 부동산 시장 환경이 점차 악화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모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주택 수요자들에게도 컨소시엄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관련 대형사의 브랜드 가치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자발생 가능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아파트의 경우 사업지분에 따라 동을 나눠 공사가 진행된다. 설계와 자제 등이 똑같은 상황에서 순수 건설사의 시공능력이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사에 신경을 쓰게 되고 자연히 하자는 줄게 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컨소시엄을 놓고 일부에서 하자 보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건설사별로 담당하는 동이 각각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회사별로 기술력이 적나라하게 비교될 수 있어서 공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양극화 ‘가속’
반면 컨소시엄을 건설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건설사의 협동이 주로 이뤄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온다.
이들은 입찰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가격경쟁을 벌이지 않기 때문에 공사비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경쟁자가 없어 비용과 기간을 줄여 수주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건설사 컨소시엄을 기피한다. 수주전에서 경쟁이 사라져 공사비와 공사기간 등에서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서초 신동아아파트,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등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은 입찰자격에 ‘공동참여 불가’ 조건을 내걸었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이 각각 사업을 따냈지만 과열경쟁 논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컨소시엄 아파트의 이름도 문제다. 단지명이 복잡해지거나 달라져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함께 짓는 서울 응암2구역 재개발의 경우 각사를 대표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나열한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로 이름이 정해졌다. 이런 방식이 e편한세상, 롯데캐슬처럼 각각 단지명을 짓는 것보다 아파트 이미지 형성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고덕 아르테온(서울 고덕주공 3단지 재건축)’처럼 새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는데 기존에 건설사가 쌓아놓은 브랜드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문제가 생긴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중소형건설사가 더욱 외면 받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입찰은 자본과 시공능력, 브랜드이미지를 갖춘 대형사들이 유리한데, 이들이 협력하게 되면 중소형사는 이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공사 선정의 경우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롯데건설 등 대형사들이 대부분 공사를 따냈고, 컨소시엄의 사례 역시 이들의 협력이었다.
물론 세종 리더스포레나 하남 포웰시티처럼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뉴타운, 신도시 관련 공사로 입찰과정에서 중소형사를 배려하라는 정부의 입김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시장의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 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의 안정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컨소시엄 바람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돼 중소형사가 이들과 경쟁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