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하나금융·넷마블·한화건설·한국콜마…‘이색 책방’ 눈길
기업별 특색 살려…시민·직원 ‘쉼터’
▲넷마블이 운영하는 사내 도서관 ‘ㅋㅋ책방’. 사진 = 넷마블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지난해 봄 서울 강남 코엑스몰 중앙 광장은 거대 책장에 둘러싸였다. 신세계가 높이 13미터 서가에 도서 5만권을 넣은 ‘책의 장벽’이었다. ‘꿈(별)’을 ‘무료(마당)’로 펼친다 하여 ‘별마당 도서관’. 이 도서관의 등장은 ‘기업형 도서관’이 대중적 관심으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CNB는 요리, 영화. 자동차 등 특정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 도서관들을 소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부 사옥 밖에 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사옥 내에 자리 잡은 ‘내밀한 책방’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모퉁이에 새둥지를 튼 KEB하나은행 신사옥 2층에는 특별한 공간이 숨어있다. 한 눈에 담기 힘든 거대 미술 작품, 눅진하게 내려앉은 커피내음. 여기서 대미는 눈과 코의 자극을 지나 다다른 길에 놓인 책장이 장식한다. 일반 책장의 모습과는 달리 반듯이 누운 책들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전체 보유 서적은 약 100권으로 일반 도서관과 비교해 적지만 알차다. 소설, 인문, 경제, 육아 등 분야에서 베스트·스테디셀러를 엄선해 비치했다. 지난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출판인·독자들이 뽑은 2017 올해의 책 ‘82년생 김지영’, 한국인 최초 영국 맨부커 국제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 평단과 독자의 마음을 두루 사로잡은 책들이 포진해 있다. 검증된 작품들이 나란하게 있어 볼만하다.
카페·전시·책방이 어우러진 KEB하나은행 내 ‘다목적복합문화공간’은 개방형이다. 직원은 물론 시민들도 이용 가능하다. 커피를 마시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독서까지 가능하다.
게임사 넷마블의 사내 도서관은 이름부터 재미있다. ‘ㅋㅋ책방’이다. 오타가 아니다. 이 회사 마스코트 ‘ㅋㅋ’와 동명(同名)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자율적인 업데이트로 돌아간다. 임직원들의 기부를 받아 책을 증식시킨다. 그럼에도 구비 못했을 경우엔 신청받아 회사가 마련한다. 고전부터 신간까지 폭넓게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고층(高層)에 자리잡고 있어 문자와 풍경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
독서 본연의 행위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화장품·의약품 제조업체 한국콜마다. 윤동한 회장의 ‘독서경영’ 방침에 따라 각 사업장에 도서관 구축은 물론 독서 장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본보기’다. 윤 회장은 “경영은 진지해야 한다. 사람이 진지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읽기”라는 지론으로 주당 두세 권씩 책을 읽는다.
회사에서는 ‘KBS(Kolmar Book School)’ 제도를 도입해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전체 임직원의 독서감상문을 받아 ‘독서학점’을 우수하게 이수하면 휴가, 승진에 가점을 준다. 지난 2006년 이후 임직원이 제출한 독서 감상문은 3만3700건에 달한다.
근간은 역시 도서관이다. 한국콜마 서울사무소와 세종공장에는 약 4000여권씩의 책을 구비한 도서관이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사옥 11층에 책을 ‘채웠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도서 기증으로 출발한 ‘채움’ 도서관이다. 전문 서적 500여권을 비롯한 총 2000여권의 책을 품고 금세 도서관의 양식을 갖췄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채움’은 지식, 교양, 휴식을 채운다는 뜻으로 독서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움’은 매달 직원들의 추천도서 목록을 받아 장만하고 수시로 기증도 받아 채워나갈 예정이다.
책의 고정 수량을 정해놓고 운영하는 사내 도서관도 있다. 하나투어는 보유 도서를 2000권으로 한정했다. 매달 30여권을 새로 들이는데, 이때 들어온 만큼 나간다. 신선한 도서관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내 도서관은 직원을 위한 복지의 장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선명규 기자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