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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문재인 정부 시대…고개 숙인 건설사들

잇단 쇄신 강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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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2호 손강훈 기자⁄ 2018.01.29 11:39:36

▲건설사가 투명·윤리·정도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림산업의 협력회사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이사(앞 줄 좌측 다섯번째)와 협력업체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대림산업

(CNB저널 = 손강훈 기자) 새해 들어 대형건설사들이 경영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CEO가 신년사에서 이를 강조한 데 이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는 이유를 CNB가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경유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현재의 재벌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 흐름을 타고 기업들의 ‘투명·윤리경영’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가장 발빠르게 행동을 취한 곳은 대림이다.

대림그룹은 1월 14일 ‘일감몰아주기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진행하지 않고 남아있는 계열거래에 대해서는 단절하거나 외부 사례를 참조해 조건을 변경한다는 내용의 경영쇄신안이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던 거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꿔 외부업체 및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모든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점검·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공식화하기로 했다. 

이해욱 부회장 등 오너가가 100%로 지분을 갖고 있는 ‘에이플러스디’ 지분도 상반기 내 법적 검토를 거쳐 정리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컨설팅·자산관리 등 부동산 자문 및 중개업무를 전담하는 곳으로 이 부회장 55%, 그의 아들이 45% 지분을 보유 중이다.

순환출자 완전해소 방안도 밝혔다. 대림그룹은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오라관광-대림코퍼레이션’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가 존재한다. 이에 오라관광이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4.32%를 처분해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른 건설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신년사를 통해 의지를 드러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모든 경영활동이 법을 지키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도경영’을 강조했고,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컴플라이언스(일종의 내부통제) 활동을 상시적으로 강화하고 공정거래이슈 예방시스템을 제도화할 것을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과 사법당국의 수사, 기업스스로의 노력이 맞물리며 ‘경영쇄신’이 강조되고 있다. 1월 17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발생한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의 원인을 설계·시공·관리 총체적 부실이라고 밝히자,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사진 = 연합뉴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올해를 ‘사업과 연계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원년’으로 선언했고,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은 “과정이 옳아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과만이 회사의 얼굴이 된다”며 ‘윤리경영’을 내세웠다.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HDC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업계에서는 정기주주총회 시즌인 3월 전까지 각 기업 마다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정위 압박에 눈치 보기?

건설사들이 이처럼 경영쇄신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가 기업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재벌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전면에 배치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여년 간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을 지적해온 경제학자 출신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J노믹스’ 경제민주화 부문을 설계해 ‘文의 복심’으로 통한다. 

그가 취임한 지난해 6월 이후 불과 6개월 새 성주디앤디, 하림, 미스터피자, 비비큐, 부영, 대림산업, 효성 등 여러 기업이 공정위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 시한을 오는 3월말로 못박았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자정계획과 그 의지를 미리 밝혔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더구나 건설업계는 작년 말부터 경·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재건축 관련 금융살포 혐의로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했고, SK건설과 대림산업은 각각 공사 입찰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와 하청업체에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투명한 기업경영과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경쟁력 강화의 기초가 된다는 인식이 건설업계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사회분위기를 보면 건설사들의 이런 인식이 이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경유착, 갑질논란, 순환출자 등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적폐가 돼 버렸고, 이와 연관된 기업들은 커다란 이미지 하락과 더불어 불매운동 등의 타격을 받았다.

건설사의 경우 소비자를 대상으로 분양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투명성 여하에 따라 분양률은 물론 주택가격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림그룹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일감몰아주기 해소,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에 적극 부응하면서 투명하고 윤리적 기업경영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화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점은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건설사들의 ‘경영쇄신’ 강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과 사법당국의 수사, 기업 스스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문재인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운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들도 정부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일감몰아주기나 하도급 업체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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