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화(financialization)’란 금융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을 구석구석 지배하게 돼 버린 현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저자는 “금융업의 사고방식이 깊숙이 자리 잡아 미국에서 가장 크고 잘나가는 기업조차도 은행처럼 행동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병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기업을 공략해 단기적 주가 상승만 추구하도록 압박하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 막대한 정보력과 자금을 이용해 석유나 금속, 식량 등의 상품시장을 조작함으로써 폭리를 취하는 대형 투자은행, 금융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본래의 사업보다 돈놀이에 열중하는 기업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무시무시한 금융 패권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팽창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 또한 이들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환경을 조성해 줬다”며 기형적 법과 제도를 강화해 왔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워싱턴과 월가 사이의 유착 관계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화의 숱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들을 제시한다.
라나 포루하 지음, 이유영 옮김 / 1만 8000원 / 부키 펴냄 / 5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