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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인사이트] 텔레그램-라인-카톡이 암호화폐와 만나면?…‘3세대 블록체인’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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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3호 정의식⁄ 2018.02.02 15:30:06

텔레그램이 암호화폐 사업 추진을 선언했다. (사진 = 텔레그램)

 

갑작스러운 가격 폭등에 놀란 각국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을 위시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텔레그램, 라인, 카카오 등 쟁쟁한 메시징 앱의 창업자들은 암호화폐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메시징 앱이 방대한 사용자층으로 구성된 독자적 생태계를 갖춰 블록체인 활용이 용이한 플랫폼이라고 판단, 두 기술의 접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징 앱과 블록체인 기술의 만남은 과연 암호화폐의 대중화를 불러올 수 있을까?

 

라인‧카카오톡‧텔레그램‧페이스북… 너나없이 암호화폐 사업 추진

 

지난 1월 31일 네이버가 자사의 메시징 앱 ‘라인’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암호화폐(가상화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일본에 본사를 둔 라인이 현지 자회사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했고, 이 법인을 통해 일본 금융청에 가상화폐 교환업자 등록을 신청해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라인 파이낸셜은 심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교환과 거래소 운영, 대출, 보험 등의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등록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하는 라인의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와 암호화폐 서비스의 연동 여부나 한국내 서비스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가 투기로 인식되고 법무부를 위시한 정부 각 부처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발표하는 시점에 공개된 국내 포털 1위 업체의 암호화폐 사업 개시 선언은 업계에 파장을 불러왔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라인을 통해 암호화폐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 = 라인)

 

하지만 메시징 앱과 암호화폐의 만남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국내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지분 약 23%를 가진 사실상 지배주주이고, 개인정보보호에 특화된 메시징 앱으로 잘 알려진 ‘텔레그램’도 ‘TON’(Telegram Open Network)이라는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과 ‘그램’(Gram)이라는 암호화폐를 개발 중이다.

 

심지어 글로벌 메시징 앱 1‧2위인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유한 페이스북도 암호화폐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쯤 되면 대형 메시징 앱 개발사 대부분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인 셈이다. 

 

쟁쟁한 메시징 앱 개발사들이 암호화폐와 그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에 꽂힌 이유는 뭘까?

 

‘3세대 블록체인’ 암호화폐 판도 바꾼다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플랫폼 ‘TON’을 설명하는 수식어 ‘3세대 블록체인 기술’이 그 해답이다. 텔레그램에 따르면 1세대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이며, 2세대는 이더리움과 리플 등이다. 각각의 기술이 가진 여러 단점들을 해소한 것이 3세대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많은 단점을 보유하고 있고 이 문제점들은 반대파들에 의해 암호화폐의 취약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애용돼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느린 속도’다. 자칭 ‘나카모토 사토시’로 알려진 익명의 개발자가 설계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매 10분마다 모든 거래 내역을 집계하고 이를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모든 컴퓨터들이 나눠 갖도록 설계됐는데 그로 인해 한 번 거래 검증을 할 때마다 최소 10분 이상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한번 거래를 할 때마다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비싸지는 문제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할수록 거래 수수료나 송금 수수료도 비싸지고, 빠르게 송금하려면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 문제는 그렇게 해도 송금 과정이 24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다.

 

게다가 총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고 대형 채굴자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보유한 물량이 많은 탓에 수시로 가격 급등과 급락이 반복돼 실생활에서 거래나 송금용으로 활용하기가 사실상 무리였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뷰테린. (사진 = 유튜브)

 

이에 1세대 블록체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것이 이더리움(Etherium), 리플(Ripple) 등 2세대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더리움은 2014년 당시 20세에 불과했던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릭 뷰테린이 개발한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이더리움은 총량을 비트코인의 5배 가량인 1억개 이상으로 늘리고, 거래 체결 속도를 1분 내외로 줄였다. 2018년 1월 현재 거래 체결 속도는 평균 20초 내외다. 

 

비트코인이 단순히 거래 기록만 저장한 장부라면 이더리움은 여기에 스마트계약, 이메일, 메시징, 전자투표 등 다양한 정보를 추가로 기록할 수 있게 해 활용성까지 늘렸다. 

 

특히 이더리움은 손쉽게 이더리움 기반의 별도 코인 ‘토큰’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는데 이로 인해 신규 암호화폐가 크게 늘어 암호화폐의 저변이 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이비 암호화폐가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9월 이더리움 기반 ICO(Inicial Coin Offering, 신규 암호화폐 발행)가 이어지면서 일시적 병목현상으로 거래 체결 속도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술적 완성도도 의심받게 됐다.

 

반체제 메시징 앱 ‘텔레그램’의 경쟁력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류의 블록체인이 가진 또 하나의 문제점은 너무 많은 컴퓨팅 자원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단지 거대한 장부를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의 수많은 채굴장에서 엄청난 규모의 CPU와 GPU, ASIC이 전기로 가동돼야 한다. 

 

반면 텔레그램의 TON은 월 활성 사용자 1억 8000만여 명(2017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방대한 사용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기존의 네트워크 자원만으로도 거대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손쉽게 구동할 수 있다. 이미 ‘텔레그램의 운영’이라는 용도가 있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부가로 구동되는 개념이라 별도의 채굴장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텔레그램은 각국 정부의 정보제공 압력에 일체 협조하지 않고, 해킹에도 안전한 ‘암호화된 메시징 앱’으로 유명하다. 

 

텔레그램의 설립자 파벨 두로프. (사진 = 페이스북)

 

텔레그램의 설립자이자 CEO인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원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소셜 네트워크 ‘VK’의 창업자였으나 푸틴 러시아 정부의 사찰 요구를 거부한 끝에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이후 그는 카리브해의 세인트 키츠 앤 네비스(St. Kitts and Nevis)라는 섬나라 국적을 사고 두바이로 거처를 옮긴 후 2014년 텔레그램을 발표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암호화 메신저’를 표방한 텔레그램은 유럽과 중동 등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정치인, 시민운동가는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억압적인 정권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텔레그램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란의 경우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40%가 텔레그램을 통해 만들어질 정도다.

 

두로프는 TON과 그램을 통해 텔레그램의 독립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라 암호화 보안능력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간 거래소가 해킹돼 암호화폐가 도난당하는 일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수년간 각국 정부와 해커의 수많은 해킹 시도를 막아내면서 쌓아올린 텔레그램의 보안능력은 다른 암호화폐와 뚜렷이 구별되는 강점이다.

 

한 발 앞선 텔레그램… 뒤쫓는 경쟁사들

 

기존의 암호화폐와 달리 메시징 앱에서 가동되므로 거래나 송금을 위해 별도의 거래소 앱이나 지갑 앱, 송금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카카오톡의 편의성을 활용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만 봐도 메시징 앱과 암호화폐의 결합은 시너지를 낳기 충분하다. 

 

이렇듯 텔레그램이 그간 암호화폐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결한 ‘3세대 암호화폐’로 등장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텔레그램 측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ICO 계획을 공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텔레그램의 ICO 계획은 2월의 사전판매와 3월의 정식 ICO를 통해 각각 6억 달러(약 6400억 원), 합계 12억 달러(1조 3000억 원)를 조달한다는 것. 이미 텔레그램 사용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 ICO 흥행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발빠른 투자가들도 이미 합세했다. 클라이너 퍼킨스, 벤치마크, 세콰이어캐피털 등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벤처투자사들은 각 2000만 달러(약 213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다. (사진 = 페이스북)

 

텔레그램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달려나가는 반면 경쟁사들은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최근 “우리 서비스에서 가상화폐를 쓰는 최선의 방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활용방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국내의 대표 메시징 앱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에 가상화폐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도 라인의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국내 서비스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암호화폐 사업에 한 발을 담근 상태에서도 메시징 앱과의 연계를 검토하지 않는 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방침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텔레그램과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경쟁에 이미 뛰어든 것처럼 해외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투기성 암호화폐 거래는 규제해야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국내 기업들도 과감하게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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