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이끌 수장으로 선출된 권용원 신임 금융투자협회장(키움증권 대표)이 ‘협회 분리’라는 난제를 만났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이 하나같이 ‘협회를 쪼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 권 회장은 1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지금 체제를 허물 수 있을까?
1월 25일 치러진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부상한 가장 큰 이슈는 비대해진 협회의 기능을 분산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후보였던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은 협회를 증권, 자산운용, 선물, 부동산신탁 등 으로 분할해 각각의 대표자를 세워 공동대표 형태로 협회를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규모가 커진 자산운용사들을 아예 협회에서 떼어내 별도의 협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또 초대형사, 중대형사, 중소형사를 구분한 맞춤형 전략 추진을 강조했다.
이들이 협회 분할을 주장한 이유는 회원사의 숫자와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업계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정회원사는 무려 241개사에 이른다. 이중 미래에셋·삼성·KB 등 자산운용사가 169개로 가장 많다. 이어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삼성·SK·NH투자·한국투자·메리츠종금·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 56개, 부동산신탁사 11개, 선물사 5개 순이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의결권의 40%는 1개 회원사당 1표, 60%는 회원사별 협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가중치가 적용된다. 규정이 이렇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의 숫자가 증권사에 비해 3배나 많지만 의결권은 증권사가 더 크다. 증권사들의 자산 규모(협회비 분담률)가 자산운용사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점이 분리 요구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자산운용업 시장이 커지면서 규제 완화 등이 주요 화두로 부상한 점도 분리 요구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자산운용업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405조원에서 작년 11월 기준 919조원으로 10년 만에 2.3배나 커졌다. 이처럼 덩치가 커지면서 업계는 생태계 정비, 펀드 판매 규제 완화 등을 바라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CNB에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들에 비해 협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약하기 때문에 분리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세제 혜택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등을 바라고 있는데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CNB에 “2009년 자본시장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증권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분리돼 있었다”며 “증권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통합된 후 자산운용사 숫자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다보니 독립된 협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 협회분할 부정적 “왜”
하지만 협회 분할이 순조로울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권 회장이 이 문제에 소극적이기 때문. 권 회장은 선거 당시 여러 후보들 중 유일하게 ‘현행 체제 유지’를 내세웠다.
그는 1월 25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진행된 임시총회 후 “금융투자협회를 증권, 자산운용, 선물, 부동산신탁으로 분리하는 것은 회원사의 의견을 듣고 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확인과 실천방안을 마련한 후에 해야 한다. 지금은 중론을 모아야 할 단계”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신 권 회장은 특정업권에 쏠리지 않는 균형 있는 발전방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대형증권사들의 그늘에 가려진 자산운용사, 선물사, 부동산신탁사들을 더 챙기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산운용사 수익성 강화도 권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자산운용업계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헤지펀드 운용사의 진입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면서 신규사들이 다수 생겨났다. 그에 따른 과다 경쟁으로 작년 3분기 기준 자산운용사 전체 순이익은 1703억원으로 전분기대비 –8.0% 감소했다. 전체 200여 운용사 중 80여 곳은 적자다.
이와 관련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CNB에 “최근 자산운용업계는 고객 기반이 변화하면서 대형 금융기관들이 많이 유입돼 사모펀드나 투자일임 규모가 커지는 반면 공모펀드는 성장하지 못했다”며 “사모펀드 쪽으로 대체투자 시장이 크게 확대돼 전체 시장의 파이는 커졌지만 운용보수율이 낮아지는 불균형 발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 대형화 추세는 자산운용사가 주요 고객인 대형 금융기관에 편향된 의사 결정을 내릴 인센티브를 제공할 우려도 있다”며 “대형 금융기관의 참여가 저조한 공모펀드 상품에 대해 소규모 자산 고객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