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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 ‘간통 전과’ 지우려다 벌금 맞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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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1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8.04.02 09:56:40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간통죄는 2015년에 폐지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를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은 우리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있던 것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오래된 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단 한 번의 결정으로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몇 번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했던 날은 2008년 10월 30일입니다. 


그런데 간통죄와 더불어 위헌 논란을 가지고 있던 형법 조항이 있었습니다. 바로 ‘혼인빙자간음죄’입니다. 혼인빙자 간음죄는 2009년 11월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위헌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형법전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이후 저희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다음에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할 차례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는 했습니다. 간통죄와 혼인빙자 간음죄는 그만큼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조항입니다. 

 

간통죄 형사처벌, 위헌 결정 후 재심으로 구제
소급 적용은 직전 합헌결정 다음날부터


과거 간통죄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판사가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고, 형량을 정할 때는 법이 정한 형의 종류와 상한을 넘을 수 없습니다. 간통죄의 경우 벌금형에 대한 규정이 없고, 오직 징역형만이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판사가 아무리 벌금형을 선고하고 싶어도 선고할 수 없었습니다. 


해방 직후 형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간통죄에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통념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 조항이 만들어지고 60년이 지나서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문제로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


필자의 기억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수사기관도 간통죄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구속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형법 조항이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장은 간통죄에 대해서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싶어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의 판결 선고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행여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할 수 없는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2015년에 이르러서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 위헌 결정도 만장일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합헌이라는 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의 견해가 있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어떤 법률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원칙적으로 해당 사건과 이후에 문제가 되는 사건에 새로운 법률이 적용됩니다. 즉 과거의 사건에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형사처벌과 관계된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의 경우, ‘소급’해서 그 형벌 조항 자체는 위헌이 되고, 예전에 그 형벌로 처벌받았던 사람들은 재심절차에 의해 구제됩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간통죄와 관련한 “형법 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2015년 2월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TV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 연힙뉴스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왔을 때 1953년부터 모든 간통 사건이 재심 대상이 아닌지 문의해 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간통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고받은 간통죄가 재심을 통해 구제되면 전과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간통죄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가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을 한 것이 2008년 10월 30일이기 때문에, 그 결정의 다음날인 2008년 10월 31일로 소급하여 간통죄 조항의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봅니다. 즉, 1953년 이후의 모든 간통죄 전과가 구제되는 것이 아닙니다.

 

간통·상해로 집유 → 재심서 벌금형


최근에 간통죄의 재심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2009년 1월에 간통죄 및 상해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은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하자 자신의 2009년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2009년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은 이 간통죄와 상해죄 두 가지 죄에 대한 판결입니다. 단순히 간통죄만 문제 된 사건이었다면 재심 사건의 법원은 간통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 가지 범죄가 같이 선고된 사안을 법률용어로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재심법원은 간통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상해죄에 대한 형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재심 법원은 간통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상해죄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벌금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재심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상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재심 사건에서 경합범에 대해 새로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과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벌금형은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형벌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법률 용어로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이 피고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간통죄에 대한 재심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상해죄에 대한 벌금도 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법 이론상 타당한 판결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에게 좀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심 청구자 입장에서는 이미 집행된 형벌을 다시 선고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재심 청구 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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