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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9부능선 넘은 현대차 신사옥, 12년 숙원 풀스토리

뚝섬에서 꽃핀 랜드마크 꿈, 한전 땅에서 영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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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5-586호 도기천 기자⁄ 2018.04.30 10:20:20

현대자동차그룹의 통합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조감도. 사진제공 = 서울시

(CNB저널 = 도기천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추진하고 있는 초고층 사옥 건설 계획이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어서면서 오랜 숙원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현대차는 2006년 성수동 뚝섬 인근에 거대 통합사옥을 짓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래 12년간 이를 둘러싼 온갖 곡절을 겪어왔다. 그간의 과정을 글로 쓴다면 책 한권으로 모자랄 판이다. CNB가 지난 사연을 들여다봤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열린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현대차 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GBC) 신축사업 계획안’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는 일조 시뮬레이션 검증, 조명 에너지 절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걸어 심의를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작년 2월 말 첫 환경평가심의 이후 지하수·일조 장애 문제로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다가 6차례 만에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앞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를 모두 마쳤기에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만 통과하면 GBC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된다. 

 

뚝섬에서 좌초→한전 땅에 사활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여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의 신사옥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최고층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더 높다. 신사옥은 105층 타워 1개동과 35층짜리 숙박·업무시설 1개동, 6∼9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용 건물 3개동 등 총 5개 건물로 구성된다. 


현대차가 이곳에 신사옥을 짓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 2006년 서울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2조원을 들여 110층 높이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고 그룹 소속 모든 계열사를 입주시킨다는 메머드급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 양재동 본사가 공간이 협소한데다, 건물만 우뚝 솟은 오피스 빌딩 형태라 자동차 기업의 철학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데 따른 조치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 회장은 세계 완성차 5위 업체 위상에 걸맞은 신사옥을 갖는 게 숙원이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무려 7년간 뚝섬 개발에 집착해왔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빌딩 건립이 지연됐으며, 서울시가 2013년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뚝섬 플랜이 백지화되자 한전 본사 부지를 노렸다. 한전 부지는 서울 강남 삼성역과 코엑스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강남 최대 상권과 인접해 있고 면적이 축구장 크기의 11배에 달할 정도로 넓다. 한전이 2014년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매물로 내놨다.


계동의 현대차 영업본부, 압구정동의 기아차 영업본부 등과 현대모비스 등을 한데 합치려는 현대차로서는 이만한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강남의 교통요지인데다 특급호텔들과 코엑스가 인접한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당시 부지 입찰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삼성이었다. 


삼성은 과거 삼성물산 등을 통해 삼성동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한국감정원 부지와 건물 3만553㎡를 사들인 점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지하철 역명이 ‘삼성역’이란 점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당시 변준연 한국전력공사 부사장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전 인근에 지하철 삼성역이 위치한 탓에 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급해진 현대차는 한전 부지 감정가가보다 높은 10조 5500억 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자 일부 주주와 시민단체는 현대차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반발했다. 정 회장이 한 소액주주로부터 고발당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동안 주식을 매각했다.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건물만 우뚝 솟은 오피스 빌딩 형태라 자동차 기업의 철학을 담지 못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에서는 세금 논란도 있었다. 기업이 낸 당기순이익 가운데 투자와 배당, 임금 등에 쓰지 않고 남겨둔 돈에 대해 정부가 최대 10%의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를 신사옥 건립비용에 적용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업무용 건물 범위에 본사, 판매장, 영업장 등이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신사옥 투자 금액의 대부분이 세금을 피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고 배임 주장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6월 지방선거 변수되나


하지만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봄이 되자 뜬금없이 강남구청이 개발계획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당시 서울시는 3종일반주거지역인 한전 부지 용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용적률을 800%까지 상향시켜주는 대신 현대차가 땅값의 40%에 해당하는 토지나 시설을 기부채납토록 했고, 현대차는 이를 수용한 상태였다. 


이에 관할 자치구인 강남구가 “현대차의 기부채납은 강남구에만 사용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일부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시는 현대차가 기부채납하는 토지·시설 등을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에 포함시켜 강남권역에 고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며 주민들을 달랬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코엑스부터 종합운동장 일대에 만들어지는 국제업무·MICE·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건립 계획으로, 시가 2023년까지 추진하는 장기 핵심 사업이다. 


이처럼 여러 곡절을 겪은 끝에 현대차 신사옥은 조만간 첫 삽을 뜨게 됐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책임진다. 총 공사금액은 2조5604억원으로 정해졌으며 현대건설이 70%(1조7923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30%(7681억원)를 진행한다. 당초 올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일부 밀리게 됐다.


하지만 장벽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강남권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모두 자기지역에 유리한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기부채납 부지’를 둘러싼 시와 자치구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라는 마지막 관문도 남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CNB에 “큰 고비는 넘겼고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에 기부채납 용도를 놓고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시와 자치구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만큼 잘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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