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주경 기자) 롯데가 기존 패션부문 계열 회사의 강화에 나서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롯데는 분산된 패션사업 부문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타 유통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패션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의 시도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롯데는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분산된 사업부서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기존 패션계열사인 NCF(엔씨에프)가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NCF를 중심으로 하는 패션사업 일원화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GF) 사업부문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와 인력 등은 늦어도 이번 달 안에 분리해 다음달까지 NCF로 이동할 계획이다.
또한, 롯데쇼핑은 NCF에 유상증자로 524억원을 출자한다. 273억원은 GF부문 브랜드 및 인력 인수에, 251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NCF는 오는 27일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다.
현재 롯데쇼핑 패션사업 부문은 ‘겐조’, ‘훌라’ 등 수입 브랜드와 롯데백화점 남성복 자체브랜드(PB)인 ‘헤르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NCF는 ‘나이스클랍’, ‘티렌’ 등 여성복 중심의 브랜드다.
롯데쇼핑이 사업부문 이관과 출자를 동시에 진행한 것은 패션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취지다.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높여 패션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 그동안 롯데는 패션사업에 있어서 구색은 갖췄으나 브랜드 경쟁력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유명 수입브랜드 유통을 늘리고 자체 브랜드 역량을 강화해 패션사업의 전문성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CNB에 “패션사업 일원화를 계기로 시너지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과감한 패션 브랜드 인수합병(M&A)을 통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유니클로·SPA와 같은 제2의 신규 브랜드를 내놓는 등 다각도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패션 분야에 이토록 적극적인 것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패션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실례로 현대백화점 패션계열사인 한섬은 지난해 3월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운 결과 지난해 1조 2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아르마니와 돌체앤가바나, 디젤 등 유명 해외 브랜드에 대한 국내 판권 확대와 더불어 지고트,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등 자사 패션 브랜드를 꾸준히 성장시킨 결과 지난해 1조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롯데쇼핑은 늦어도 6월 이전까지 NCF 조직개편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며 빠른 속도로 사업분리 절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패션사업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NCF 인력배치 문제다.
롯데백화점 GF 사업부에는 약 6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이들 대부분이 NCF로 이동하게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연봉이나 근무조건, 복지 등을 이유로 NCF 이동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인력이동이나 배치는 수평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100% 직원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력재배치 ‘난제’
그는 “직원들의 우려와 달리 수평이동이다 보니 기본급여 등의 연봉은 비슷한 수준 내지는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복지나 근무환경은 롯데백화점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롯데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로금 지급설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패션기업인 한섬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할 당시, SK네트웍스에 소속된 직원들이 한섬으로 가기를 꺼리자 SK네트웍스가 한섬 배치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위로금조로 1인당 3천만원 가량을 지급한 전례가 있다. 이런 점에서 롯데 측의 부인에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위로금 지급설이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롯데가 ‘패션사업의 통합’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성공 가능성을 놓고 업계 반응은 분분하다.
롯데가 지금 당장 시장 판도를 뒤집거나 경쟁사에 위협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패션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유통 전반에서 롯데가 다져온 네트워크가 사업 동력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다른 유통사에 비해 자금력도 풍부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패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패션사업 시장이 전체 유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유통대기업들의 총 매출 규모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가 패션사업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더라도 시장 자체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
실제로 유통업계에서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주요 패션기업이 거둬들인 매출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1조7490억원, LF가 1조6002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롯데의 경우 지난해 패션사업 매출은 2000억원, NCF 매출은 889억원에 그친다. 따라서 롯데가 1~2천억 가량 매출을 더 올리더라도 전체 유통업계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사업 관계자는 CNB에 “유통업계에서 패션사업은 일정비율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일 뿐 주력 사업모델이 아니다”며 “직접적인 매출 규모는 적지만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백화점 내 입점공실을 최소화하려는 측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