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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의 인천공항 T1 재입찰 탈락에 또 "공정성 논란"

"일부 대기업 위주의 특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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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1호 윤지원⁄ 2018.06.05 17:51:20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2개 구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면세점이 탈락하고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 양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최종 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는 이번 입찰에서 롯데가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내고도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정성 논란이 일어났다. 공정성 논란은 과거 여러 번의 면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 정부가 여러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에도 잡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롯데, 입찰 빌미 제공한 만큼 입찰가 높게 써 내

 

공정성 논란은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이면서도 사업능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입찰 가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음에도 탈락했다는 데서 제기됐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번 인천공항 T1 2개 구역 가격 입찰에 DF1 구역 2805억 원, DF5 구역 688억 원을 적어냈다. 롯데 다음으로 높은 금액을 낸 업체는 신세계로 각각 2762억-608억 원이었고, 신라는 2202억-496억 원이었다.

 

특히 신라는 DF5 구역에서 두타면세점의 530억 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가장 적은 입찰가를 제시했는데도 롯데를 제치고 우선순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롯데면세점이 최고 입찰가를 적어낸 것은 이번 사업자 선정 입찰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 기업인 데다, 페널티 조항이 포함된 것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이번에 입찰 대상이 된 구역이 그간 롯데면세점이 사업을 영위해 오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사드 보복에 따른 매출 감소와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 2월 주류 및 담배 매장만을 놔두고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공항공사가 임대료 최소 보장액을 낮추자 롯데는 입찰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롯데의 재입찰 참여를 두고 업계에서는 "도의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입찰에서 사업권을 중도 포기한 전력이 있는 업체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침이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뿐 아니라 국내 모든 출국장 면세점에 이 방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김포공항에서 조기 철수한 전력이 있는 신세계도 같은 페널티 대상이어서 롯데와 마찬가지로 높은 입찰가를 베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월 사드 보복 여파에 따른 매출 하락과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며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대부분을 반납했고, 이로 인해 이번에 새로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이 이루어졌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1등 면세 업체가, 사업 능력 평가 최하위?

공사 "공정-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랐다"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건 입찰가가 아닌 사업능력 평가 항목이었다. 입찰가의 경우 절대평가가 가능하지만 사업능력 평가는 정성적 평가여서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데도 공항공사는 관례대로 심사 기준과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것이 불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도 공사가 애초에 롯데를 배제하기 위해 입찰가 결과와 상관없이 사업능력 평가 최하점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특히 이번 심사위원 12명 중 7명이 공항공사 측 인사이고 외부인사는 5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져 이러한 의혹이 더 커졌다.

 

롯데는 이번 입찰 결과와 관련해 공항공사에 사업능력 항목의 세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감사원 감사청구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에서는 롯데가 결과에 순응하고 물러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 시장 1~2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의 점유율 격차가 약 12.3%인데, 이번 사업자 선정 대상 구역이 국내 면세 시장 매출의 6~7%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낙찰 결과에 따라 그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서 탈락한 이력이 이후 다른 사업장 입찰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공사 측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사는 4일 해명자료를 배포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진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사는 롯데가 제안서 평가에서 타 업체 대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PT(프리젠테이션) 또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내·외부 평가위원들 대부분이 일치되게 호텔롯데의 사업제안서와 PT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린 것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평가위원 구성 및 운영과 관련, 공사 평가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됐고,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 등 부당한 행위 또한 전혀 없었으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가 진행됐다"면서 "기술제안서 평가 완료 후 하루 뒤에 입찰 참가자 입회 하에 가격입찰서를 개찰하는 등 기술 점수와 가격 점수를 동시에 확인할 수 없도록 사전 조치함에 따라, 특정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기술 점수를 고의로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사가 사업 능력 평가의 세부 기준과 항목별 점수 등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한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면세점제도개선 TF 위원장인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오른쪽)와 정재호 조세재정연구원이 5월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확정된 면세점 제도개선 권고안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라지지 않는 공정성 논란, 해법은?

 

면세 사업자 선정에서 밀실 심사 논란과 공정성 논란은 항상 부록처럼 따라붙어 왔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 공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는 2007년에도 2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당시 최고가를 써낸 롯데면세점보다 530억 원 낮게 써낸 신라면세점을 향수·화장품 사업자로 선정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이에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 T2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특혜 논란 불식과 독과점 완화를 위해 관세청이 처음으로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심사에 관여하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부 대기업 위주의 특혜 시비는 사라지지 않았고, 업체별 나눠먹기식 심사나 보여주기식 심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처럼 면세 사업자 선정 및 특허권과 관련해 특혜 논란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대부분 사업자 심사 기준이나 점수가 공개되지 않고 밀실 심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허라는 제도에 의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사전 차단되고 있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5년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극명하게 불거졌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관세청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지시에 따라 기초 자료를 왜곡해 필요 이상으로 면세점 수를 늘렸고, 롯데를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고 한화와 두산에 사업권을 주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조작했다. 지난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씨의 작품 중 하나라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관세청은 시내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2016년부터 특허 기준과 점수를 공개했고, 지난해 말에는 면세점 특허 심사를 맡을 심사위원 97명을 전원 민간위원으로 선정하고,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 이중 19명의 심사위원이 유관 정부기관 관계자를 배제한 채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여러 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기재부는 지난해 감사원의 면세점 감사 발표 뒤 면세점 특허 심사 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면세점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이 TF는 지난달 특허 부여 권한을 정부가 아닌 민간이 가지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권고안 역시 미봉책일 뿐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참에 아예 특허제도를 없애고, 심사제나 등록제로 자유 시장 경쟁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최소한 입찰 과정에서 다수의 업체를 최종 심사까지 경쟁시켜야 면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불투명성 논란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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