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정호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지연됐던 NH투자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허가 심사에 나서면서,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단기금융업에 숨통이 트일 경우, 한국 자본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초대형IB 사업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유력하다. 단기금융업은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이윤을 남기는 것을 이른다.
정부는 작년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기준을 맞춘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을 초대형IB로 지정했다. 이중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1곳만 내줬다.
NH투자증권은 이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의혹과 자본적정성 문제, 인터넷은행 K뱅크의 지분(10%) 보유 등의 이유로 인가가 지연됐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박현주 회장이 지분 48.63%를 소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다른 계열사 사이의 거래가 논란이 됐었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자격의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어서 보류됐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29.52%)인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과 삼성물산(19.34%)이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08%)다.
KB증권은 옛 현대증권(KB금융지주가 인수한 회사)의 불법 자전거래와 대주주 신용 공여 등으로 금감원 제재를 받은 사안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5월 23일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했다.
금융감독원도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허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5월 1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초대형IB 육성에 찬성하며,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자본시장총괄팀 관계자는 CNB에 “NH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을 잘 할 수 있는지 심사를 마쳐서 금융위에 처음으로 보고했다”며 “문제가 됐던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이전 금융지주 회장의 채용 비리 관련 논란 등이 모두 해결됐다”고 말했다. 금감원 차원에서는 NH투자증권에 대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도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인가를 받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다른 초대형IB들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포기한 건 아니다”며 “NH투자증권이 승인을 받고 이어 KB증권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가 복합금융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IB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증자 등을 하는 증권사 업무다. 전통적 영역인 브로커리지(위탁관리)와 금융상품 판매 등을 발전시킨 것. 골드만삭스 등 선진국 대형 증권사들은 이런 IB 업무에 집중한다.
미래에셋·KB·삼성증권…줄줄이 ‘솜사탕’
이중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IB의 ‘노른자위 사업’으로 꼽힌다. 이는 자기자본 200% 내에서 만기 1년 내의 어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윤을 남기는 시스템이다. 가령 10억원짜리 어음을 연리 3%로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후, 이를 다시 연리 5%로 기업 등에 빌려주면 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사는 이 과정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3월 말 기준 자기자본(4조7811억원)의 2배인 10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수익 다각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3000억원이다. 8조6000억원 수준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증권사는 끌어모은 자금과 기존 자기자본을 통해 주식과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와 이자 수익 외에, 직접 디자인한 사업에 나설 수 있다.
이는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 실적이 크게 나아졌다. 연결 기준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2065억원)과 순이익(1512억원)이 각각 22%, 16% 늘었다. 자산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영업이익(214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6847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6278억원)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실적 향상이 복합금융을 통한 수익 다각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
SK증권 김선주 연구원은 CNB에 “어음을 발행하면 증권사가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진다”며 “앞으로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공급될 것이다. 정부가 신경 쓰고 있는 벤처기업 투자에도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 생태계 조성, 자금 조달이 어려운 프로젝트에 투자 등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리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사들이 이자수익을 올리기 위해 파이낸싱 금리를 높일 경우, 시장금리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단기금융업 허가 이후 최초로 발행된 한국투자증권 어음의 금리는 2.3%로 금융권 기대 금리(1% 후반)를 상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