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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김형 신임 대우건설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

노조 반대를 대화로 돌파…2년 후 재매각 성공하려면 기업가치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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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2호 정의식⁄ 2018.06.12 09:39:16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대우건설 본사. 사진 = 연합뉴스

10개월 간 공석이던 대우건설의 새로운 사장으로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취임했다. 지난 2000년 ㈜대우에서 분리된 이후 빠른 속도로 건설업계 ‘빅5’의 일원이 됐으나, 금호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계속 주인이 바뀌며 안정을 찾지 못한 대우건설이 신임 사령탑에 가장 기대하는 분야는 바로 ‘재매각’ 성공이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해외시장 실적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상승이다. 신임 김형 사장은 과연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임직원 및 투자자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주요 건설사 거친 해외사업 전문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김형 전 포스코건설 사장의 취임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5월 11일 오후 2시 대우건설은 본사 금호아트홀에서 신임 사장 취임식을 열고 김형 대표이사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발했음을 공표했다. 

 

이날 김 신임 사장은 취임사에서 “대내외 건설 환경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회사의 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건설 본연의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무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회사로 임직원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며 “재무 안전성 개선, 유연하고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장으로서, 선배로서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며 먼저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 사진 = 대우건설

1956년 서울 태생으로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해외건설 분야에 각별한 경쟁력을 보유한 건설전문가다.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 2008년 스리랑카 항만 공사 현장소장(상무)을 거쳐 2011년 삼성물산에 이직해 시빌(Civil) 사업부장 전무와 부사장을 맡았다. 2015년에는 포스코건설 글로벌인프라 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현대건설 재직 시에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던 스리랑카 콜롬보 확장 공사 현장에 소장으로 부임해 공사를 무사히 마무리했고, 삼성물산에서는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건설에서는 글로벌 해외 사업 영업과 토목 부문의 최고 책임을 역임하는 등 국내 대형 건설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이번에 대우건설의 2번째 외부 출신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전임 사장 불명예 퇴진 후 매각 불발 ‘시련’ 

 

첫 번째 외부 출신 대표이사였던 전임 박창민 사장의 경우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출신으로 2016년 8월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해 이듬해인 2017년 상반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 478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는 취임 당시부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문재인 정부 들어 의혹이 점차 확산되자 2017년 8월 14일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사임 의사를 밝히며 퇴진했다. 사장 취임 후 불과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대우건설 사장 자리는 송문선 수석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 CFO)이 대표이사 겸 사장 직무대행을 맡으며 약 10개월 간 공석으로 남았다.

 

송 부사장은 산업은행 출신 재무 전문가로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에 집중, 2017년 1월 31일 호반건설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에 이르렀지만 9일 후인 2월 8일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2017년 4분기에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는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로 이어졌다.

 

노조 반대를 ‘정면돌파’로 풀다

 

산업은행이 ‘2년 후 재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후임 사장 선정 절차가 시작됐다. 지난 5월 중순께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총 38명의 사장 지원자 중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 이석 전 삼성물산 부사장, 양희선 전 두산건설 사장,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 등으로 현 전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외부 인사였다. 
 
4명의 후보를 심사한 사추위가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사실상 신임 사장으로 최종 내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노조가 태클을 걸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5월 21일 설명서를 내고 “신임 김형 후보자는 2004년 현대건설 재직 당시 공직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고, 2011년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재직 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유발했던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사업 관리를 총괄한 책임자로 이로 인해 퇴직 처리된 인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을 항의 방문해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장외 투쟁까지 예고했다.

 

앞서 2016년 박창민 전임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낙하산 논란 등으로 노조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불명예 퇴진하는 상황을 겪었던 산업은행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6월 11일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김형 신임 사장 취임식. 사진 = 대우건설

일단 사추위는 “현대건설 재직 시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는 당시 검찰 조사는 받았으나 무혐의가 인정돼 기소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고, 김 후보자가 삼성물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는 것도 당시 이 프로젝트가 삼성물산에서 별도 조직으로 운영돼 후보자는 전결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노조 측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민감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김 내정자는 노조와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고 마침내 6월 5일 노조 측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내정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것은 물론 사장 취임 후 회사 경영 방침에 대한 지론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이후 노조가 당초에 계획했던 사장 선임 반대 결의대회와 임시주주총회 무산 등 집단행동을 철회하면서 김 후보자는 사장 취임의 최종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외부 출신자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직접 대화를 나눈 태도에 노조 측이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이 나온다. 

 

수익성 개선, 재무건전성 강화로 기업가치 제고

 

사장 취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돌파력과 소통 의지를 보여준 덕분일까?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임 사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오랫동안 여러 대규모 해외사업을 이끈 토목 전문가라서 국내 주택사업만 경험했던 전임 박창민 사장과 다를 것”,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유수 건설사를 거쳐 능력은 확실히 검증된 분” 등의 의견이 감지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올해 초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무산되자 “2년 후 재매각 추진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어 김 사장의 가장 큰 과제 역시 재매각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재매각 성공의 관건은 기업가치 상승이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과 재무건전성 강화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현재 회사 재무 상태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실적과 불안정한 유동성 등으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며 “입찰·수행 전 단계에 걸친 리스크 관리 강화와 원가 절감을 위한 구매, 수행 프로세스 개선 등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추가 수익성 개선 요소는 없는지 직접 재점검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전사 차원에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필요할 때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수익성 악화 요인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김형 대우건설 신임 사장(왼쪽). 사진 = 연합뉴스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김 사장은 “기존 도급 위주의 건설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개발하겠다”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추진한 ‘스타레이크’ 신도시 사업 같은 기획 제안형 투자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선별적으로 확장하겠다”고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수주 잔고 감소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현재 고민은 바로 수주 잔고 감소”라며 “2016년 4분기 34.9조 원에 달하던 수주 잔고가 올 1분기에는 30.7조 원에 불과한데 전 분기의 30.4조 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수주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사장은 해외 사업 전문가로서 앞서 모로코 사피 발전소 사례 같은 해외 부실을 최대한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등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히 2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 예상이 많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누적 수주잔고 감소에 따른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며 주가가 조정됐지만 2017년 확보한 수주가 무난히 진행 중이고, 수주 잔고에 잡히지 않는 베트남 하노이 THT 사업 및 주택‧건축 누적 수주 잔고 약 22조 원을 감안하면 역성장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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