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주경 기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홈퍼니싱’ 시장을 놓고 전통 가구업체인 한샘과 이케아가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홈퍼니싱 시장 공략에 나서 주목된다. 유통업계가 홈퍼니싱 시장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1인 가구 증가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 확산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집 꾸미기(홈퍼니싱) 열풍이 불고 있다. 홈퍼니싱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의미의 ‘퍼니싱(Furnishing)’이 합쳐진 단어다. 각종 가구(침대·쇼파·식탁)·주방가구·생활용품·생활소품을 총칭한다. 다른 말로 홈인테리어로 불리기도 한다.
통계청이 추산한 홈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2014년 10조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12조원으로 3년 사이 20% 이상 성장했다. 2023년에는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2017년 사이 홈퍼니싱 가구·용품 판매추이를 살펴보니 가구·DIY 99%, 침구·커튼 96%, 주방용품 48%, 조명·인테리어 29%로 가장 많이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가구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최근 소비트렌드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가구 수가 늘어남에 따라 홈 스타일링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샘은 국내 ‘홈퍼니싱’ 트렌드를 이끈 장본인으로 현재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1970년 주방가구 전문점에서 시작해 1997년부터 거실과 침실, 서재 등 가구 중심으로 사업분야를 점차 넓혀 가구를 중심으로 한 ‘종합 홈 인테리어’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 전국 300여개 대리점과 대형 직영매장인 플래그샵 9개, 키친&바스 전시장 27개, 리하우스 전시장 10개, 온라인 몰을 보유 중이다.
매출 성장도 매우 가파르다. 2013년 매출이 전년도 대비 29% 늘면서 성장세를 본격 시동을 걸었다. 그 해 업계 최초로 1조 클럽 반열에 오른데 이어, 2015년 1조 7100억원, 2016년 1조 9345억원, 2017년 2조 6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속·관계 기업을 제외한 별도 매출은 1조9739억원에 달하면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한샘이 공들이는 온라인 사업 매출은 2015년 1221억원에서 2016년 1640억원, 2017년 2005억원으로 2년 새 64.2% 증가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샘은 쇼파·침대와 같은 가구 단품 뿐 아니라 토탈 홈 리모델링을 통해 인테리어 용품의 수요를 확대하는 한편 중·저가 중심 홈퍼니싱 가구로 시장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데 이어 ‘한샘몰’ 모바일 앱 개편을 통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해 해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한샘 관계자는 CNB에 “가구·각종 인테리어 시공·각종 생활용품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원스톱 서비스로 승부수를 펼치겠다”면서 “홈퍼니싱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굳혀져 있어서 신규기업들이 진출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케아는 2014년 처음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현재 광명점에 이어 고양점 등 2곳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2017년 회계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 실적 기준으로 3650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샘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안드레 슈미트칼 이케아코리아 대표 대표는 2020년까지 총 6개 매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점은 경기 용인, 부산 기장, 서울 강동, 충남 계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케아 관계자는 CNB에 “홈퍼니싱 시장은 앞으로 전망이 더 밝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연내 온라인몰을 오픈해 승부수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통업계는 가구 수 증가 및 불황이 계속 이어지자 신먹거리사업으로 ‘홈퍼니싱’을 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하면서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했다. 인수 당시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 매출은 지난해 8884억원으로 늘어 현재 업계 2위다.
리바트는 고가형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홈퍼니싱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미국산 프리미엄 홈퍼니싱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와 손잡고 홈퍼니싱 분야의 차별화된 콘셉트 구현에 힘쓰고 있다.
유통공룡들 홈퍼니싱 ‘공략’
현재 현대리바트 매장은 130개이며, 프리미엄 브랜드는 전국 백화점 7개 매장을 비롯해 지난해 10월 오픈한 WSI 플래그십스토어 광주점·논현점등을 포함해 전국에 14개 매장이 있다. 매장에는 윌리엄스 소노마·포터리반·포터리반키즈·웨스트 엘름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3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마감 등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다”며 “윌리엄스 소노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가구 전문기업 까사미아를 약 18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홈퍼니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한 것은 홈퍼니싱 성장세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36년 가구 제조 노하우와 판매 채널이 다양하고 매출이 1200억원의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수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까사미아는 전국에 7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는 전국 백화점과 그동안 다져온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5년 내 160여개 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매장형태를 플래그십·로드숍·숍인숍 3가지로 나눠 상권특성을 반영한 출점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2023년까지 매출 45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2028년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신세계 등 유통업계 ‘홈퍼니싱’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AS·부품구축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퍼니싱 부문은 제품 가격은 낮은 대신 쉽게 구매가 이뤄지기에 전체 매출로 보면 가구업계가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앞으로 가구산업은 품질과 AS가 시장안착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여지며, 브랜드 기업과 비브랜드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