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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역할 강화했다는 삼성전자, 라이벌 애플과 비교해보니

글로벌-다양성 등 과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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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6호 윤지원⁄ 2018.07.13 18:01:04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노이다 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점차 경영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이사회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를 출범시키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과 본연의 견제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이에 CNB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가장 큰 라이벌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애플의 이사회 구성과 비교해보았다.

 

삼성전자의 2018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사외이사는 6명이다. 삼성전자의 정관 제24조는 3인 이상 14인 이하의 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어야 한다는 상법 제542조 8의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

 

현재의 이사회는 지난 3월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새롭게 구성됐고, 기존에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다른 이사가 맡도록 함으로써 집행 기능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CEO 3인. 왼쪽부터 김기남 DS 부문장, 김현석 CE 부문장, 고동진 IM 부문장. (사진 = 연합뉴스)

젊어진 사내이사 5인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의 사내이사 5인은 3명의 CEO와 이재용 부회장, 그리고 새롭게 의장으로 뽑힌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사장 등이다. 3명의 CEO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장인 김기남 사장, CE(Consumer Electronics)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 IM(IT & Mobile Communications) 부문장인 고동진 사장 등이다. 이상훈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신임 이사진으로 선임될 당시 모두 만 50대의 나이였다.

 

세 명의 CEO는 지난해 10월,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 및 부문장들이던 권오현 회장과 윤부근·신종균 부회장, CFO였던 이상훈 사장 등이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따른 후속 인사로 선임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권 회장 등의 사퇴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분기에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거둔 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으로 인해 구속 수감되어 공석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당시 밝힌 설명을 요약하면, 자신이 대표이사로 거둔 실적은 과거의 결단과 투자의 결실이지만, 급변하는 IT 산업의 속성 때문에 자신은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없고, 후배 경영진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국정농단에 연루된 책임과 관련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그보다는 삼성전자의 CEO 및 임원에 대한 인사 적체가 오래 누적된 상황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시점이 무리 없는 세대교체를 위한 적기라고 판단했을 거라는 분석이 대체로 우세했다.

 

새로 선임된 CEO들은 모두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로,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파격적이기보다 부문별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안정적인 세대교체로 평가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두번째 줄 오른쪽)이 9일 오후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앞줄 오른쪽)를 안내해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위기 딛고 이사회 선진화 추진

 

CEO 세대 교체에 이어 이사회 선진화 작업이 이어졌다. 새 이사회 구성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선 미래전략실이 대표이사 인사권까지 휘두를 정도로 막강한 컨트롤 타워로 기능한 반면, 이사회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대표이사가 아닌 사람을 의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변화의 의지가 드러났다.

 

이러한 이사회 기능 및 권한 강화는 글로벌 기업에 요구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주주 의견으로도 적극적으로 제기된 바 있고, 이재용 부회장이 '뉴 삼성'을 구상하며 내세운 경영 방침이기도 하다.

 

이상훈 의장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략1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등 그룹의 재무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자금 흐름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상무였던 시절부터 최측근에서 보좌한 실세로 알려졌다.

 

이상훈 이장이 CFO로 재직한 기간이 2012년~2017년으로 편법승계 논란이나 뇌물공여 등 지난 몇년 간 삼성전자를 둘러싼 여러 부정적인 이슈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과 만난 다음날에도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노조 와해 공작 의혹과 관련해 이상훈 의장 집무실과 경영지원실 등 3~4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담스러운 쟁점들 때문에 이상훈 의장은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선임 안건이 올라왔을 때 많은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주식을 9% 이상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과 1만여 주를 보유한 JP모건자산운용코리아 등 많은 주주들이 당시 이상훈 의장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이상훈 의장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이유로 “이 의장이 과거 사내이사 및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선관주의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JP모간도 “과거 의사결정 활동이 주주 이익에 긍정적이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상훈 사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은 찬성률 61.6%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날 다른 안건 10건이 모두 99.0~99.5%의 찬성률을 보인 것과는 크게 달랐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된 삼성전자 사외이사. 왼쪽부터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사진 = 연합뉴스)

이사회 구성원 다양성 강화

 

삼성전자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6명이다.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가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것에 맞춰 사외이사도 1명 늘린 결과다. 주총은 임기가 끝나고 물러나는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후임으로 새로운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기존 사외이사 3명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이다. 법률, 재정 분야의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앉는 국내 대기업 상당수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병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등이다. 김종훈 회장은 미국 벨 연구소 최연소 사장 출신이며, 미국에서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스를 설립해 1조 1000억 원에 매각한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어서 이사회에 전문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김선욱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여성 최초로 법제처장을 지냈으며 2010년부터 4년 동안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병국 교수는 국내 반도체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전자공학회장 등을 지냈다.

 

특히 김 회장은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인 동시에 외국계 기업 CEO이고, 김 교수는 여성 법학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과거에도 프란츠 하이링거, 이와사키 데쓰오 등 외국인 사외이사가 활동한 적이 있고, 김은미 전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이 여성 사외이사를 2년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여성을 동시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외이사의 동시 선임은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을 반영함으로써 견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노동 및 환경 관련 리스크,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리스크 등의 효과적인 관리에 이사회 구성이 중요한 실마리일 수 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문송면·원진 30주기 추모와 반올림 농성 1천일 맞이 삼성 포위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사회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6인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 위원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기존의 CSR 위원회를 거버넌스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주주환원 정책 사전 심의 ▲주주권익 개선을 위한 각종 활동 검토 ▲기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경영사항 등 주주가치 제고에 관련된 사항과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항 등에 권한을 가진다.

 

거버넌스 위원회 산하에는 회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CSR 리스크에 대한 사내 관리체계를 감독하고 이슈사항 해결방안을 협의하는 'CSR 리스크 관리협의회'를 설치했다. CSR 리스크 관리협의회는 사외이사 전원과 Global Public Affairs 팀 등 유관부서가 참여해 매 분기마다 개최되고 있다.

 

거버넌스 위원회는 위에도 언급한 부담스러운 사안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지배구조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것도 이 위원회의 몫이다.

 

애플의 창업자, CEO, 이사회 의장이었던 스티브 잡스. (사진 = Wikipedia)

완벽 독립된 애플 이사회, 잡스마저 쫓아내

 

애플의 시가총액 규모는 세계 최대다. 그러나 애플의 이사회는 8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 식으로 구별하면 사내이사는 1명, 사외이사가 7명이다. 애플 이사회에 집행임원은 CEO인 팀 쿡 외에는 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비율이 54.5%인 데 비해 애플은 87.5%나 된다. 사내이사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끼워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팀 쿡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사임할 때까지 애플의 2인자였는데도 그 역시 CEO가 되기 전엔 이사회 멤버가 아니었다. 이사회가 경영을 충실히 감시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정신에 따른 것이다.

 

2011년 8월 스티브 잡스는 CEO에서 물러나고 팀 쿡이 새로운 CEO 자리에 올랐다. 잡스는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했는데, 불과 두 달 뒤인 10월 5일 급격한 병세 악화로 사망했다.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 자리는 구글 계열의 바이오테크 기업 칼리코(Calico)의 CEO인 아서 레빈슨이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사회는 주주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한다. 현재 1 대 7의 압도적인 권한을 지닌 애플 이사회가 이 권한을 얼마나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는지는,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 본인조차 1986년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쫓겨난 적이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애플 이사회 구성원들. 왼쪽부터 전 보잉 사 CEO인 제임스 벨,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 그라민 아메리카 CEO 안드리아 정. (사진 = Wikipedia, 앨고어 공식홈페이지, 그라민 아메리카 공식홈페이지)

전문 경영인+다양성+환경·빈곤퇴치 활동가

 

팀 쿡 외의 이사들은 모두 전문 경영인들로 구성돼 있다. 애플의 경영 전반을 꼼꼼이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월트디즈니컴퍼니의 CEO인 로버트 아이거 회장이다. 로널드 슈가 이사는 미국 최대의 군함 제작사인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의 전 CEO이고, 여성 이사인 수잔 와그너는 세계적인 자산운용기업인 블랙록의 공동 창업자다. 보잉(Boeing) 사의 전 CFO 겸 공동사장이던 제임스 벨 이사는 애플 이사회 최초의 흑인이기도 하다.

 

전 미국 부통령인 앨 고어도 이사회 멤버다. 그는 현재 미국의 방송국 커런트 TV의 사장이자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회장이기도 하다. 주목할만한 것은 그가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라는 점이다.

 

끝으로, 안드리아 정 이사는 여성이자 아시아계 캐나다인이다.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설립한 서민 전용 소액금융 회사인 그라민 아메리카(Grameen America)의 CEO로, 그라민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액금융 회사로 만들었다. 그라민 CEO가 되기 전에는 미국 500대 기업에 속하는 뷰티 제품 업체인 에이본(Avon)의 CEO로 재직하며 한 미국 매체가 뽑은 '북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색인종 2명, 여성 2명이 포함된 애플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인종 및 국적 다양성은 흠잡을 데 없다. 좀 더 특별한 구성원은 앨 고어와 안드리아 정 이사다. 이들은 각각 환경보호와 빈곤 퇴치 활동의 글로벌 영역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펼치는 인물들이다. 가능한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경영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이 두 사람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성은 물론 환경과 빈곤 문제 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사회에 포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경영진은 이런 문제와 관련해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각종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역시 그만큼 높아지며, 이는 기업 이익을 위해서도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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