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8-599호 정의식⁄ 2018.07.26 13:23:46
시중은행 ‘빅4’가 역대최대의 실적 잔치를 벌이는 가운데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그룹 전체 규모로는 KB금융지주가 확고한 1위지만, 은행만 놓고 보면 2분기에 신한은행이 우위를 보여 누구도 확실한 1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연임 중인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지난해 첫 임기를 시작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리더십 경쟁도 볼거리다.
시중은행 실적 잔치… KB금융, 1위 수성
KB금융, 신한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 등 4대 시중은행이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리며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두 2강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대결에서 KB금융이 우위를 차지했고,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의 경쟁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우리은행이 승기를 잡았다.
24일 신한금융지주의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9380억 원으로 1분기의 8575억 원보다 9.4%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20억 원과 비교하면 5.2% 늘어난 수치다. 4개 증권사가 최근 3개월간 내놓은 예측치 평균인 8678억 원보다 702억 원 많아 호실적으로 평가됐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순이익 1조 79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 8891억 원과 비교하면 4.9% 줄어들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실적에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환입액(2800억 원)이 반영된 때문으로, 이를 제외한 경상이익 규모만 따지면 같은 기간보다 11.3%(1822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22일 KB금융그룹이 2분기 순이익 9468억 원, 상반기 순이익 1조 915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힌 바 있어 리딩뱅크의 자리는 5분기 연속으로 KB금융 차지가 됐다. 1분기의 9682억 원보다는 당기순이익이 2.2%(214억 원) 줄었지만, 전년 상반기의 1조 8602억 원보다는 2.9%(548억 원) 늘어났다.
신한금융은 예대마진 차익에 기반한 이자 이익은 물론 비이자 이익과 증권·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까지 두루 성장해 이익 규모를 늘렸지만 KB금융의 상승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KB금융은 1분기에 KB국민은행 명동 사옥 매각(약 800억 원) 덕을 봤고, 2분기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채권 매각(240억 원), 거액 대손충당금 환입(330억 원) 등 일회성 요인이 있었지만 반대로 KB증권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평가손(-200억 원), 공익재단 출연(-320억 원) 등 부정적인 변수도 있어서 크게 보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신한금융을 제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1분기까지 약 10여 년 넘게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던 신한금융은 지난해 2분기에 KB금융이 당기순이익 9901억 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선두에서 밀려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3·4위 경쟁에서는 격변이 일어났다. 1분기까지만 해도 하나금융이 순이익 6712억 원, 우리은행이 순이익 5897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하나금융이 상당한 격차로 앞섰지만, 2분기에 우리은행이 7162억 원의 깜짝 순이익을 기록하는 사이 하나금융이 6353억 원에 그치며 순위가 반전됐다.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순이익(1조 3059억 원)이 같은 기간 하나금융 순이익(1조 3038억 원)을 21억 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지른 것.
우리은행이 깜짝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대손충당금 순전입액이 -151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62억 원이나 개선된 덕분이다. 충당금 전입액이 마이너스인 것은 충당금 환입액이 새로 쌓은 충당금보다 많아 이익에는 플러스가 됐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와 STX엔진이 구조조정과 매각 등 과정을 거쳐 정상화되면서 과거 쌓았던 충당금 중 3000억 원가량이 2분기에 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분기에 하나은행도 충당금 전입액이 지난해 1분기보다 93.3%(3428억 원) 감소하며 실적이 개선된 바 있다.
“글로벌이 해답”… 신한은행, 2분기 약진
4대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실적도 KB금융이 1위지만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2분기에 신한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1조 3533억 원으로 1위, 신한은행이 1조 2718억 원으로 2위다. 3위는 우리은행으로 1조 2369억 원이며, KEB하나은행이 1조 1933억 원으로 4위다.
하지만 2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신한은행이 순이익 6713억 원으로 6631억 원을 기록한 KB국민은행보다 82억 원 많다. 이같은 신한은행의 약진은 해외에서의 성과가 주효했던 때문으로 분석됐다.
신한은행은 2분기에 해외에서 순이익 876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3% 늘어난 수치다. 이전부터 공들여왔던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법인이 흑자를 냈다.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원인 이자 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 늘었으며, 비이자 이익도 10% 늘어 신한은행의 수익 구조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평을 받는다.
신한은행은 2분기의 약진을 기반으로 연말까지 KB국민은행 추월에 전력한다는 계획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 20일 인천에서 열린 ‘2018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연말까지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며 영업력은 1등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예고했다.
수성하는 입장인 KB국민은행도 하반기에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하반기 영업개시일을 맞아 “KB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타율성과 현실안주라고 생각한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자율적 사람으로 가득 찰 때 진정 강한 KB가 될 수 있다”며 “하반기는 디지털KB를 제대로 구현하고 지속해나가야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윤종규‧조용병… 두 수장 운명, 하반기에 갈릴까?
두 금융그룹을 지휘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리딩뱅크 수성과 탈환의 핵심 변수가 글로벌에 있다고 판단, 적극적인 해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KB금융그룹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윤종규 회장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투자설명회(IR) 및 대통령 경제 사절단으로 인도를 다녀오면서 직접 접한 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장 분위기를 경영진들과 공유했다. 그는 “향후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화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행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5월부터 22일간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 11개 도시를 방문하며 58개의 해외 투자자 및 글로벌 기업들과 만나는 일정을 강행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3월에 중동, 6월에 홍콩, 호주를 방문해 현지 투자자와 기업들을 만났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 중인 GIB(그룹&글로벌 투자뱅킹) 부문과 글로벌 부문의 실적이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은 올 상반기에만 16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3.8%(314억 원) 늘어난 수치다.
관건은 올 하반기까지 진행될 리딩뱅크 경쟁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 싸움의 향방에 따라 두 수장의 미래도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KB금융이 과감한 M&A 전략의 성공으로 리딩뱅크 자리에 오르면서 윤종규 회장의 리더십이 더 공고해진 반면, 조용병 회장 등 신한금융 경영진의 지도력은 타격을 받았다”며 “올해 안에 리딩뱅크를 탈환하지 못한다면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조 회장의 연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