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손강훈 기자) 건설 현장에서의 산재 사망사고가 작년보다 늘어나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재해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니 건설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CNB가 주요건설사들의 안전관리 대책을 들여다봤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2018년 상반기 건설업체별 사망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말까지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19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6명과 비교하면 18.8%(3명) 증가했다.
안전사고도 19건으로 작년(12건)보다 25%(7건) 늘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포스코건설이 안전사고 5건, 사망자 8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건설·대우건설은 각각 사고 2건, 사망자 2명을 기록했으며 롯데건설에서는 사고 1건,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1건의 사고와 1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SK건설은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사고·사망자 ‘제로(0)’를 달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10대 건설사 전체 안전사고와 사망자 수를 끌어올렸다.
올 1월 인천 송도 주상복합 더샵 센트럴시티 공사현장에서 1명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3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현장에서 4명 사망했고, 같은 달 인천 송도 포스코 센토피아와 부산 산성터널 현장에서 1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충남 서산 에서도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작년 상반기 단 1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던 회사가 5개월 만에 8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안전사고를 낸 것이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전년 대비 사망자수가 각각 2명, 1명 늘어났고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지난해와 같은 수를 유지했다. 반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은 사망자 수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무사고’는 꿈같은 일?
건설사 산재사고 사망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인 오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출발부터 삐끗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연말까지 국토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노동조합,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중앙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 공사비 1000억원 이상이면서 50% 이상 공정이 진행된 대형 건설현장에 대한 불시 점검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안전관리가 미흡하거나 위법행위가 적발된 현장은 무관용에 원칙에 따라 벌점부과 등 시정명령과 공사중지,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대형사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정 건설사의 사고 때문에 숫자가 늘어나 보이는 효과라고 말하면서도 혹시나 더 큰 규제가 생길까 자체 안전관리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이다.
올해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SK건설은 지난해 안전보건 방침을 새롭게 제정하면서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과 ‘안전보건 원칙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해왔다.
특히 CEO직속 ‘SHE실(안전·보건·환경실)’에서 전사 안전보건 방향성 제시, 전략수립, 실행관리 등을 주관하며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 사업별 SHE팀을 별도로 운영해 안전을 관리한다. 올 2월부터는 모바일 건설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본사와 현장 간 모니터링 업무 수행을 용이하게 했다.
전년보다 사고가 감소한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은 ‘안전교육’을 중시한다.
대림산업은 매년 안전 관리자와 작업반장 등으로 대상으로 자사 교육원에서 별도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 현장 직원에게는 사이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협력업체 관리감독자들도 사이버 안전강의를 수강하게 했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급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응급조치 요령도 전파 중이다.
삼성물산은 ‘건설연수원’에서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건설 현장처럼 꾸며놓은 실습관에서 추락과 낙상사고 등을 직접 경험해보거나 안전모·안전화 같은 장비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다. 가상체험기구(VR)을 통해 실제로 작업하는 장소를 SD로 체험, 위험요인을 미리 인지하게 하는 등 첨단 기기도 활용한다.
정보통신(IT)기술을 통해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곳도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업계 최초로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대우 스마트건설(DCS)’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일부 현장에서 적용 중인 이 기술은 건설현장의 모든 노동자와 장비, 공정을 통합 관리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빠른 초동대처를 하도록 돕는다.
이밖에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교육, 본사 안전점검, 첨단기술 활용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형사 관계자는 CNB에 “정부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무사고’는 건설사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