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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이어 SK텔레콤도 넷플릭스 제휴 검토?

한국 미디어 생태계 어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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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0호 윤지원⁄ 2018.08.03 09:38:02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방송, 미디어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사진 = LG유플러스 유튜브 화면 캡처)

국내 3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SK텔레콤은 조심스런 입장을 표현했지만 제휴 가능성을 일축하지는 않아 콘텐츠 경쟁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확대가 반드시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7월 3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콘텐츠 유통 전략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의 주요 관심사는 넷플릭스의 국내 서비스 확대였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 IPTV 플랫폼업체가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방송사 및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계에 위기 의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넷플릭스 국내 진출에 따른 영향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여러 업체들이 넷플릭스처럼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시장에 '메기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는 반면 기존 국산 플랫폼 업체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황소개구리 같은 역할을 넷플릭스가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약 600억 원 전액을 지원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사진 = 넷플릭스)

지난 2년간 한국 공략은 더뎠다

 

넷플릭스는 이미 2016년 5월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의 셋톱박스에 탑재되며 한국에 진출했다. 본토인 미국에서 가성비와 콘텐츠 다양성, 편의성 등을 앞세워 케이블 TV를 넘어선 후 190개 나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국도 포함됐다.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의 한국 상륙에 많은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2년 사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8000만 명 정도에서 1억 30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밝힌 올해 2분기 가입자 수는 514만 명이었다. 이는 자체 예상치인 620만 명에 크게 밑도는 수치고, 하루만에 -14%라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입자 증가율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가입자 증가가 글로벌 평균에 못 미쳤다. 한국 진출 첫 1년 동안 국내의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는 약 13만 명이었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케이블TV보다 넷플릭스 월 이용료가 더 저렴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는 케이블TV, IPTV 통신 결합상품, Tving이나 옥수수 등 다른 OTT 플랫폼 등의 이용료보다 싼 편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플랫폼의 국내 상륙을 견제한 국내 지상파 3사, IPTV 사업자인 이동통신 3사, CJ E&M 등이 콘텐츠 제휴를 거부해 넷플릭스는 신규 한국어 콘텐츠 수급에 곤란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들로부터 개봉 보이콧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논란으로 인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적이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유재석이 출연한 ‘범인은 바로 너’ 같은 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추가되면서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국내 가입자 수 증가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완만했다. 넷플릭스가 국가별 가입자 수치 관련 자료를 발표하지 않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월간 앱 사용량 통계 등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 유료 가입자 수가 30만 명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가입자도 첫 해와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콘텐츠 3개월 이용권 제공 프로모션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 = LG유플러스)

후발 주자 LGU+에겐 넷플릭스가 기회?

 

그런데 넷플릭스가 다시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우선 넷플릭스는 지난 5월, 한국 지사 마련을 염두에 두고 상주 인력을 꾸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이미 제작된 국내 콘텐츠 유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한국 담당 업무를 맡아 왔으나 한국 콘텐츠 수요의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국내 3위 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지난 5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용자에게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 제공 이벤트를 벌인 데 이어 넷플릭스 콘텐츠 도입 등 사업 제휴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방송 채널 사업자들 및 콘텐츠 제작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 강화 측면에서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 사업자들은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집전화, 이동통신 등 유-무선 통신과 결합한 상품을 앞세워 유료방송 가입자를 늘려 왔지만, 이제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이제부터는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라는 판단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유아 전용 콘텐츠 ‘아이들 나라’를 출시했는데,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가 100만을 넘겼다. 아이들 유튜브의 월 이용 횟수는 230만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통신 3사 중 IPTV 순증 가입자(신규 가입자에서 해지자를 뺀 수) 점유율 1위를 연속으로 기록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검토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잘 못하는 분야에 괜히 손대서 시간과 힘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과감하게 외부에서 도입해 우리 경쟁력을 키워나가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단순히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매년 수조 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로 책정하고, 수십 편의 걸작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한 유력 콘텐츠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유재석 출연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비롯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나 스타 드라마 작가인 김은희 작가의 좀비 드라마 ‘킹덤’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이들 콘텐츠를 보유한다면 업계 3위에서 더 위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재석이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범인은 바로 너'. (사진 = 넷플릭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시장에서 3위 업체와 먼저 손을 잡는 것은 그동안 넷플릭스가 주로 사용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1위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고, 2위는 1위 경쟁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한편, 3위는 위로 올라가기 위해 기꺼이 모험에 나서는 위치에 있다. 넷플릭스가 3위와 손을 잡음으로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구도가 형성되면 2위와 1위도 결국 제휴하는 수순을 밟는다는 구도다.

 

하지만 지상파 3사 등 다른 미디어 업체들은 LG유플러스의 이같은 행보에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 채널 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방송채널(PP)진흥협회는 넷플릭스의 유료방송 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수익 배분을 9:1로 요구하기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이런 조건을 수용하는 것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케이블TV는 PP에 수신료 매출액의 25%를 지급하거나 VOD 수익을 5:5로 배분해왔다.

 

한국방송협회도 LG유플러스에 대해 국내 PP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 통신 인프라를 헐값에 내주게 돼 국내 콘텐츠 유통 질서와 미디어 산업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 및 국회도 우려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반발이 거세자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는 부담을 느낀 듯 계약 진행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송구영 LG유플러스 홈․미디어부문장 전무는 7월 31일 IPTV 유아 콘텐츠 ‘아이들나라 2.0’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IPTV와 넷플릭스 제휴에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주변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많아 사업 리스크, 규제 환경 등 여러 가지를 재검토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한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KT, “넷플릭스 제휴? 망 사용료 논의부터”

 

한편, LG유플러스의 행보를 지켜보던 SK텔레콤은 넷플릭스와의 제휴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지는 않음으로써 향후 콘텐츠 경쟁에 대한 고민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27일 SK텔레콤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SK텔레콤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케이블TV 인수나 콘텐츠 전략 제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현재 미디어 콘텐츠 사업은 옥수수를 중심으로 방송사, 제작사, 연예 기획사와 협력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이 미디어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국내외 사업자와의 전략적 협력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 "고객의 콘텐츠 경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타 콘텐츠 사업자와 형평성 관점에서 적절한 망사용료 산정 및 수익 배분 이슈가 먼저 논의돼야 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넷플릭스의 다양한 콘텐츠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드라마는 에미상 후보작들 중 최대 지분을 차지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 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처)

시장에 미칠 좋은 영향 고려해야

 

넷플릭스의 거대 자본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과연 해악일까? 넷플릭스가 시장의 판을 키우고 경쟁을 부추겨 국내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유료 방송 시장이 넷플릭스 진출 5년 만에 잠식됐다는 사례로 인해 우려하는 의견들이 있으나, 영국은 BBC로 대표되는 지상파 방송 위주의 방송 시장이고, 우리는 이미 IPTV 중심으로 VOD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으므로 단기적인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해외 사례를 더 본다면,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적극적인 기회로 삼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버진미디어, 보다폰, 톡톡, 유니티미디어, 도이치텔레콤 등의 OTT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제휴했다. 이들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히 재원 등에서 열세인 후발 사업자들은 넷플릭스를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후발주자가 아닌 업체가 제휴를 맺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민영 방송사인 카날 플뤼(CANAL+)는 넷플릭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새로운 가입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콘텐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7월 31일 열린 세미나에서도 방송업계의 반발과는 달리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은 편이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로 방송 업계에서 외주 제작사들의 영향력이 커져서 콘텐츠 시장의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에는 대부분 학자들이 공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IPTV가 벌어들이는 수익 30%가 VOD에서 나오고 연평균 14%씩 늘고 있다”면서 “(넷플릭스 국내 시장 진출은) VOD 시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지수 인하대 교수는 “1990년대 지상파와 제작사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외주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 30년간 외주제작에 대한 쿼터 등 기준이 있었음에도 라이센스를 공중파 방송사가 가져갔고, 군소 제작사는 작은 부가산업을 통해서만 살 수 있었다”며 “최근엔 tvN, JTBC 매체가 지상파만큼 성장하고 경쟁하면서 J콘텐트리, 스튜디오드래곤처럼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제작사가 등장했고 국가적 콘텐츠 성장으로 수익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중국에 진출하기 전 한국을 전진 기지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러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며 “미스터선샤인 같은 드라마를 무리 없이 제작했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제작의 판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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