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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내 기업들, 라오스 구호에 소극적…SK건설‧서부발전 외 대한항공‧부영뿐

“관련기업 책임 규명이 우선” vs “라오스에 대한 관심 부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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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0호 정의식⁄ 2018.08.06 15:49:32

7월 23일 붕괴한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아래 인근 마을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해외건설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주목받는 라오스 댐 사고의 사망‧실종자 규모가 131명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라오스 이재민 구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2주가 넘어가는 시점임에도 공개적으로 구호 의사를 밝힌 대기업이 당사자인 SK건설과 서부발전을 제외하면 대한항공과 부영 2개 사에 불과하기 때문. 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기업의 책임소재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칫 이번 사고를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 라오스 국민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31명 희생자 낳은 최악 재난… 민‧관 합동 대응

 

지난달 23일 라오스 남부 아타프 주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의 희생자 수가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라오스 재난당국은 이번 사고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희생자가 총 131명이라며 이 중 사망자는 33명이고, 실종자는 9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라오스 당국은 사고의 특성 상 실종자들의 시신이 대부분 진흙 속에 묻혀있어 구조대의 수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고의 규모가 예상 이상으로 커지자 우리 정부와 시공사인 SK건설, 현지 교민 등은 너나없이 구호 작업에 뛰어들었다. 

 

23일 사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대한민국 해외긴급 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 KDRT)를 창설, 26일 현지에 파견했다. 

7월 26일 라오스로 떠난 대한민국 해외긴급 구호대 선발대. 사진 = 연합뉴스

SK건설도 현지의 한 호텔에 안재현 사장 등 임직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재난 상황실을 마련하고, 수해 지역에 근접한 현장 상황실에 직원 8명을 상주시켜 구조·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SK건설은 라오스군이 주도하는 구조 작업에 보트 등 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3000명이 넘는 이재민에게 식료품과 담요, 의료를 지원하는 한편 홍수로 심각하게 유실된 도로 복구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SK건설은 27일 50여 명의 지원단 중 일부를 추가로 파견, 100명 규모의 매머드급 구호 지원단을 꾸려 총력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복구 작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 이재민 임시 수용소 주변에 지하수를 개발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임시로 보관할 냉동창고 2개를 비롯한 각종 안전 설비를 확보했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컨소시엄의 또 다른 한 축인 한국서부발전 측도 지난달 30일 약 20명으로 구성된 ‘노사합동 구호봉사대’를 결성해 31일 라오스로 출국했다. 현재 서부발전 구호봉사대는 아타프 주 우돔사이 마을 세남사이 고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마을 방역과 정화 작업, 구호물품 운송 등의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부영 “라오스 이재민에게 힘 보태고 싶다”

 

이렇듯 정부와 관련 기업은 구호와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내 재계의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사고가 발생한지 2주일이 지났지만 공개적으로 구호 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대한항공과 부영 2곳에 불과하다. 

 

먼저 대한항공은 사고가 알려진 직후인 27일 라오스 이재민에게 생수, 담요 등 긴급 구호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인천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한 KE461편 여객기에 제주퓨어워터 생수 3만 6000ℓ(1.5ℓ짜리 2만 4000병), 담요 2000장 등 약 40톤 규모의 구호품을 실어 보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운송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항공사의 장점을 살려 진행한 이번 구호 활동이 라오스 이재민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7월 27일 대한항공이 라오스 구호 물품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부영그룹도 지난 2일(현지시간) 라오스 노동복지부 국가재난예방관리위원회를 찾아 구호성금 10만 달러를 기탁했다. 부영그룹은 지난 2009년 라오스 비엔티안에 주택금융이 주업인 부영라오은행을 설립해 운영 중이라 라오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성금이 라오스 수재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구호 활동에 잘 쓰였으면 한다”며 “이재민들이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 한국 건설사들의 연합체인 대한건설협회가 2억 원의 성금을 마련했고, 석우종합건설이 컵라면 1만 개, 생수 1만 병을 쾌척했지만 그 외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SK건설의 모회사인 SK그룹만 주한 라오스대사관에 1000만 달러의 구호 자금을 기탁했을 뿐, 대한항공, 부영을 제외한 타 대기업의 참여는 눈에 띄지 않는다. 

 

구호 참여 기업 적은 이유… 라오스에 관심 부족 탓?

 

한국 기업이 직접적 책임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중국 쓰촨성 대지진(2008년), 동일본 대지진(2011년) 등 해외 재난 당시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구호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일단은 관련 기업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의 실체가 인재로 인한 붕괴인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유실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고, 책임을 1차적으로 져야 할 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기업이 적극 참여했다가 자칫 ‘타사의 불행을 생색내기 용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라오스 구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두 기업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논란에 휘말린 기업이라는 점도 예사롭게 볼 수 없다”며 대한항공과 부영의 구호 활동이 자발적인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했다.

2일 라오스 현지에서 10만 달러 성금을 기탁한 부영그룹. 사진 = 부영그룹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재계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굼뜬 것은 라오스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부족한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시장이 큰 중국과 일본에서 재난이 났을 때는 이렇게 대응하지 않았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맹렬한 반한감정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호 의도에 대해) 지나친 오해”라며 “라오스에 취항하는 국적 항공사로서 현지 이재민들의 피해를 도우려는 마음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영그룹 관계자도 “근거없는 트집잡기”라며 “(당사는) 국내든 국외든 재난‧재해 피해가 있으면 언제나 지원과 성금을 기탁해왔다. 이번 사건도 예외가 아니며 당사의 사회공헌 기부 금액만 약 7600억 원에 이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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